요리도 취미도 아닌 '수리'가 청년에게 가장 인기였습니다

2026-09-22

지난해 2025 사회적가치투자대회, 기억하시나요? 200명의 청중심사단 여러분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투표했던 그 순간들 말입니다. 여러분이 투자한 그 한 표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업이 되고, 사람을 채용하고, 바다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대전에서 활동 중인 '재작소' 조미림 소셜디자이너의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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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호응이 클 줄 몰랐습니다.


재작소는 특수한 작업장이 아니라 일상에서,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도 스스로 물건을 고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그 과정을 안내하는 팝업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올해는 수리 기술 안내서('새로고침 도감') 1건과 맞춤형 수리 도구 세트 4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청년 대상 수리·수선 교육 과정도 운영합니다. 처음엔 청년들이 수리에 관심을 가질까 걱정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청년 아카데미 교육 과정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이 되었습니다. 


수리·수선처럼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생활문화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과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재작소도 처음엔 이 분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년 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의 반응과, 재작소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나선지대)에서 만난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서,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는 수리 도구 세트와 안내서를 다듬는 데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역 기관과의 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재작소가 운영하는 편집샵을 둘러본 뒤 관심을 갖고 2년째 제품 개발을 함께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과는 뮷즈 공모사업 선정을 계기로 협업이 시작됐습니다. 고쳐 쓰는 기술이 지역과 문화를 잇는 작업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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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뮷즈 공모 선정작, 금동당간용두 연필꽂이 /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한 황룡사지 데스크 오브제(사진 좌측부터) ⓒ재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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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만 참여하긴 어렵다"는 거리감에,
병뚜껑 하나로 답했습니다


재작소는 이전부터, 시민들이 자원순환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참여까지는 거리감을 느낀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해왔습니다. 이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대전 시민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가져오면 이를 재활용해 지역 화폐 '꽃동전'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카페, 음식점, 서점, 소품점 등 지역 가게 31곳이 병뚜껑 수거 거점이자 꽃동전 사용처가 됐고, 재작소는 자체 설비로 꽃동전을 직접 만들어 교환·사용·회수·정산까지 전 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이 운영에는 유성구의 동네상권·골목상권 활성화 예산이 쓰였고, 나선지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행사 운영과 참여 독려를 함께 맡았습니다. 카이스트 연구진도 이 과정에 참여해 관련 연구를 병행했습니다.


시민 339명이 참여해 총 825건의 교환이 이뤄졌고, 발행된 꽃동전 3,824개는 지역 가게에서 쓰였습니다. 참여자들이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다시 찾아왔고, 참여 가게 수도 함께 늘었습니다. 시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환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지역 안에서 지속되는 순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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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에서 시작된 꽃동전, 지역 가게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재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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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원들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툴킷과 가이드를 만들고 실물 인프라를 갖추는 데 예상보다 훨씬 큰 초기 자본이 필요했습니다. 재작소는 이 자본을 한 번에 마련하는 대신, 여러 지원사업을 하나씩 연계하며 필요한 만큼씩 풀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꽃동전 프로젝트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병뚜껑을 씻고 소재별로 분류하는 전처리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고, 참여 가게가 늘어날수록 꽃동전을 회수하고 정산하는 운영 부담도 함께 커졌습니다. 참여자와 참여 가게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재작소는 이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재작소는 지금도 그 방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무심코 버리는 것 중에도, 다시 순환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다음 소식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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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혜진 사회혁신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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