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버틴다는 것: 소셜디자이너들의 ‘비하인드 토크’📢
후기 | 소셜디자이너의 기쁨과 슬픔 -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
2025년 12월 5일, 소셜디자이너 20여 명과 청중심사단 200여 명이 모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가 막을 내린 바로 다음 날입니다. 긴장과 설렘으로 들뜬 마음을 달래려는 듯 함박눈이 펑펑 내린 밤을 지나, 이른 아침부터 소셜디자이너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전 날의 SIR대회가 ‘세상에 소셜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였다면, 이 자리는 무대 위에 서기까지 ‘소셜디자이너들이 경험한 고민과 걱정, 기대와 희망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백 스테이지(Back Stage)’에 가까웠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소셜디자이너의 기쁨과 슬픔’을 솔직히 주고 받으며. 잠시 ‘해결사’라는 무거운 옷을 내려두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 남은 것은, 결과 보고서나 성과 공유회에 담기지 않았던 혹은 못 했던 뾰족하고 정직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 데이’에서 나누었던 논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과를 정리하기에 급급했던 연말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지금 이 시점에 그날의 기록을 다시 꺼내 보아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장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사회혁신의 진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이 꺼내놓은 ‘진짜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져 있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시 호출해 봅니다.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 현장 ⓒ희망제작소
#1. 나의 ‘막막함’😥이 우리의 ‘과제’가 되던 순간 🙂
본격적인 대화는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했던 고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로서 짊어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세 가지 질문을 길잡이 삼아 그간의 여정을 되짚어 보았는데요. 첫 번째로는 ‘장면(Scene)’을 키워드로 ‘내 활동을 멈칫하게 만들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로 ‘벽(Barrier)’을 키워드로 ‘그때 나를 가로막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로 ‘희망(Hope)’을 주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도했던 것과 나를 버티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 지’를 나눴습니다.
텅 비어 있던 벽면이 소셜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포스트잇으로 금방 빼곡해졌는데요. 소셜디자이너는 기존 시스템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정의하고, 공공/영리/비영리 섹터를 오가며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는 특성이 있어 새롭게 발견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공공이나 행정 문을 두드려봐도 늘 벽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좋은 취지긴 한데, 전례가 없어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았거든요. 가끔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텐데, 그걸 왜 하냐’는 반응도 있고요. 그럴 때 정말 외로웠어요.”
- “사회문제 해결의 성과가 늘 화폐 가치로 연결되진 않잖아요. 다른 면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자원 마련을 위해 파트너를 만날 때면 늘 ‘그래서 수익은 언제 나요? 몇 명이나 모았어요?’ 같은 숫자 중심의 질문을 받게 되더라고요. 심할 때에는 ‘현실도 모르고 꿈만 좇는 청년’ 취급을 받을 때도 있고요.”
-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마을 주민들 이야기를 듣는 과정 자체가 소셜디자이너에겐 중요한 노동이거든요. 일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일에 가격을 제대로 매겨주는 곳이 없어요. 제가 하는 일은 늘 ‘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인데, 그만큼 늘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요구’도 동시에 생겨나요. ‘사명감’ 하나로 버티다가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일 때면, ‘선한 의도만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앞길이 막막하죠.”
참여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포스트잇을 붙인 후, 나란이 곁에 놓인 동료의 글씨 앞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만 겪는 일이 아니라니, 위로가 되면서도 더 화가 나네요”라며 같이 분노하기도 하고, “소셜디자이너끼리 더 자주 만나고 의견을 모아서 필요를 모을 필요가 있겠어요”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벽면에 기록된 고민의 결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공공/행정 소통의 어려움, 지역에서 가치 지향적 팀원을 꾸리는 일의 고단함, 사회적 보상과 인정의 부재, 그리고 이 모든 무게를 지역에서 홀로 짊어져야 했던 과중한 책임감까지. 한 참여자는 “나만 유별나게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소셜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같은 벽 앞에 서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며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스스로의 부족함이라 여기며 다그쳤던 막막함은, 사실 소셜디자이너라는 존재를 담아낼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우리 사회의 ‘공통된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소셜디자이너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각자가 짊어졌던 개인의 고민은 비로소 사회 혁신을 위한 ‘공동의 의제’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2. 막막함을 넘어, 내일의 ‘변화 시나리오’를 함께 쓰다📚
잠시 숨을 고른 소셜디자이너들은 다시 ‘헤쳐 모여’를 시작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민의 흔적을 살피며, “내년에는 이 벽을 반드시 넘어보고 싶다”고 결심한 주제 앞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팀을 꾸렸는데요. 논의의 갈래는 소셜디자이너가 직면한 구조적 결핍을 관통하는 네 가지 핵심 과제로 정리되었습니다.
- 인식과 공감: 활동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
- 동료와 파트너십: 행정 및 지역사회와 맺는 불완전한 연결, 가치에 공감하는 동료 찾기의 어려움
- 조직 역량과 전문성: 개인의 헌신을 넘어 시스템으로 일하기, 지역과 분야에서 전문성 확보
- 지속성과 자원: 문제해결,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생존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부족
팀별 토론이 시작되자, 소셜디자이너들은 흩어진 고민의 파편들을 다시 분석하며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추려 나갔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나 실력을 탓하는 '하소연'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살피고 우리가 놓쳤던 변화의 실마리를 탐색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보지 못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그 틈을 메울 대안을 상상하는 소셜디자이너 특유의 ‘구조적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워크숍의 핵심은 이렇게 재정의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2026 변화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문제 해결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던 답답한 장면들을 회고하며, 그 과정에서 마주한 실패와 깨달음을 투명하게 공유했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나눈 뜨거운 공감은 결코 공허한 위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2026년에 마주할 '바뀐 일상'을 그리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실천적 문장들을 채워 나갔습니다. 어제의 '막막했던 장면'을 내일의 '해결된 장면'으로 바꿔 쓰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자체로 이들이 지역과 사회의 문제해결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소셜 디자이너'임을 증명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각자의 ‘최선’을 모아 📍‘공동의 우선순위’를 남기다
이날의 대화가 그저 따뜻한 위로와 공감에서 멈추지 않았던 건, 각자의 문제 해결 현장에서 구조적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던 치열하고 진실된 ‘실험과 실패’의 기록을 함께 쌓았기 때문입니다. 소셜디자이너 개인이 시도했던 아이디어를 모아 다시 한번 전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지, 무엇부터 함께 힘을 모아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는데요. 동료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아이디어/해결 시도 Top 5’는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스티커 투표로 남긴 ‘아이디어/해결 시도’ Top 5
- 관계를 다시 여는 실험: 행정 및 지역 사회와의 대화 문턱을 낮추기 위해 먼저 간담회를 제안하고, 끈기 있게 현장을 찾아가 관계의 실마리 풀기
- 지속을 위한 기록과 재정비: 막막한 상황일수록 구체적이고 꾸준한 계획과 기록으로 활동을 증명하고, 역할 재정의를 통해 흔들리는 팀의 근간을 다시 세우기
- 연결을 통한 위로와 자산화: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료를 지역 내외에서 찾아 ‘고립’에서 벗어나고, 서로의 지지와 위로를 활동을 지속하는 핵심 자원으로 전환하기
- 자원과 후원의 다각화: 외부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다양한 자원 채널을 개발하며, 특정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재원 루트 탐색하기
- ‘혼자’에서 ‘협업’으로: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압박을 내려놓고, 전문가 및 동료 소셜디자이너와의 협업이나 재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설계자’로 거듭나기
각자가 현장에서 외롭게 지켜온 ‘최선의 노력’들이, 비로소 소셜디자이너클럽 전체가 나아가야 할 ‘공동의 우선순위’로 탈바꿈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재정의한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의 방향은 훨씬 구체적이고 뾰족했습니다.
“행정과 소셜디자이너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등한 파트너이다. 서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필요로 하는 지점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마주 앉는 대화의 테이블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시민, 지역 주민은 단순히 소셜디자이너의 활동/비즈니스를 소비하거나 참여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우리가 정의한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할 때, 비로소 지역에서 함께 걸어갈 동료를 얻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해결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종이 위를 빼곡히 채운 이 시나리오와 시도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현실 가능한 변화들이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소셜디자이너라서’ 마음 놓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네트워킹 자리에서 마음껏 공유하며, 막막했던 벽면의 고민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며 용기와 희망을 찾았습니다.

연결이 남긴 확신, ‘혼자’는 막막하지만 ‘우리’는 길이 된다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는 단순히 인사를 나누고, 인맥을 쌓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지역에서 사회문제해결을 ‘업’으로 만들어 낸 사회혁신 리더가 모인 커뮤니티인만큼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는 서로의 막막함과 좌절, 괴로움을 읽어주고, 각자의 현장에서 꺼내온 소중한 ‘시도’들을 아낌없이 교환하는 시간을을 만듭니다. 나만 겪는 줄 알았던 고민이 동료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는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습니다. 후기를 통해 확인한 만족도도 정말 높았는데요.
한 소셜디자이너는 “나만 유별나게 고생하는 줄 알았다. 지역에서도, 업계에서도 경계에 있다보니 인정은 커녕 공감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고민도 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고 밝히며, “그런데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이렇게 많았다니. 이들을 알게된 것 만으로 2026년을 버텨낼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런 연결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서로의 실험을 지켜보고 점검해주는 지역 문제 해결 사회혁신가들의 안전망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분명한 답을 찾았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슬픔은 대개 ‘나 혼자뿐’이라는 고립에서 오고, 소셜디자이너의 기쁨은 내 시도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때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지역사회 문제는 한 명의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서로의 실패를 다독이고 작은 성공에도 함께 기뻐해 줄 ‘동료들’이 있을 때 비로소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당신은 이미 우리의 소중한 동료입니다. 2026년에도 소셜디자이너클럽의 문은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단순히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함께 꼽은 ‘공동의 우선순위’를 실제 현장의 변화로 만들어낼 구체적인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행정의 문턱을 함께 넘어보고, 지역문제해결 전문가로서 메시지를 발신하고, 서로의 자원을 나누며, 때로는 지친 동료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습니다.
💌 2026 소셜디자이너 모집이 곧 시작됩니다. 전국 곳곳에서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소셜디자이너의 ‘진심’이 우리 사회의 단단한 자산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희망제작소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소셜디자이너 사업을 진행합니다.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소셜디자이너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주변에 꼭 추천하고 싶은 소셜디자이너가 있다면 문을 두드려 주세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와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시면, 가장 먼저 소셜디자이너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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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안영삼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팀장
문의ㅣ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02-6395-1418 📧sam@makehope.org
지역에서 버틴다는 것: 소셜디자이너들의 ‘비하인드 토크’📢
후기 | 소셜디자이너의 기쁨과 슬픔 -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
2025년 12월 5일, 소셜디자이너 20여 명과 청중심사단 200여 명이 모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가 막을 내린 바로 다음 날입니다. 긴장과 설렘으로 들뜬 마음을 달래려는 듯 함박눈이 펑펑 내린 밤을 지나, 이른 아침부터 소셜디자이너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전 날의 SIR대회가 ‘세상에 소셜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였다면, 이 자리는 무대 위에 서기까지 ‘소셜디자이너들이 경험한 고민과 걱정, 기대와 희망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백 스테이지(Back Stage)’에 가까웠습니다. 무대 뒤편에서 ‘소셜디자이너의 기쁨과 슬픔’을 솔직히 주고 받으며. 잠시 ‘해결사’라는 무거운 옷을 내려두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 남은 것은, 결과 보고서나 성과 공유회에 담기지 않았던 혹은 못 했던 뾰족하고 정직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 데이’에서 나누었던 논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과를 정리하기에 급급했던 연말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걸음을 떼는 지금 이 시점에 그날의 기록을 다시 꺼내 보아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장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사회혁신의 진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이 꺼내놓은 ‘진짜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져 있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시 호출해 봅니다.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 현장 ⓒ희망제작소
본격적인 대화는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했던 고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로서 짊어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세 가지 질문을 길잡이 삼아 그간의 여정을 되짚어 보았는데요. 첫 번째로는 ‘장면(Scene)’을 키워드로 ‘내 활동을 멈칫하게 만들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로 ‘벽(Barrier)’을 키워드로 ‘그때 나를 가로막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로 ‘희망(Hope)’을 주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도했던 것과 나를 버티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 지’를 나눴습니다.
텅 비어 있던 벽면이 소셜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포스트잇으로 금방 빼곡해졌는데요. 소셜디자이너는 기존 시스템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정의하고, 공공/영리/비영리 섹터를 오가며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는 특성이 있어 새롭게 발견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작성한 포스트잇을 붙인 후, 나란이 곁에 놓인 동료의 글씨 앞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만 겪는 일이 아니라니, 위로가 되면서도 더 화가 나네요”라며 같이 분노하기도 하고, “소셜디자이너끼리 더 자주 만나고 의견을 모아서 필요를 모을 필요가 있겠어요”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벽면에 기록된 고민의 결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공공/행정 소통의 어려움, 지역에서 가치 지향적 팀원을 꾸리는 일의 고단함, 사회적 보상과 인정의 부재, 그리고 이 모든 무게를 지역에서 홀로 짊어져야 했던 과중한 책임감까지. 한 참여자는 “나만 유별나게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소셜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같은 벽 앞에 서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며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스스로의 부족함이라 여기며 다그쳤던 막막함은, 사실 소셜디자이너라는 존재를 담아낼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우리 사회의 ‘공통된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소셜디자이너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각자가 짊어졌던 개인의 고민은 비로소 사회 혁신을 위한 ‘공동의 의제’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소셜디자이너들은 다시 ‘헤쳐 모여’를 시작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민의 흔적을 살피며, “내년에는 이 벽을 반드시 넘어보고 싶다”고 결심한 주제 앞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팀을 꾸렸는데요. 논의의 갈래는 소셜디자이너가 직면한 구조적 결핍을 관통하는 네 가지 핵심 과제로 정리되었습니다.
팀별 토론이 시작되자, 소셜디자이너들은 흩어진 고민의 파편들을 다시 분석하며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추려 나갔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나 실력을 탓하는 '하소연'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살피고 우리가 놓쳤던 변화의 실마리를 탐색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보지 못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그 틈을 메울 대안을 상상하는 소셜디자이너 특유의 ‘구조적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워크숍의 핵심은 이렇게 재정의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2026 변화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문제 해결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던 답답한 장면들을 회고하며, 그 과정에서 마주한 실패와 깨달음을 투명하게 공유했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나눈 뜨거운 공감은 결코 공허한 위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2026년에 마주할 '바뀐 일상'을 그리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실천적 문장들을 채워 나갔습니다. 어제의 '막막했던 장면'을 내일의 '해결된 장면'으로 바꿔 쓰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자체로 이들이 지역과 사회의 문제해결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소셜 디자이너'임을 증명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의 대화가 그저 따뜻한 위로와 공감에서 멈추지 않았던 건, 각자의 문제 해결 현장에서 구조적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던 치열하고 진실된 ‘실험과 실패’의 기록을 함께 쌓았기 때문입니다. 소셜디자이너 개인이 시도했던 아이디어를 모아 다시 한번 전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지, 무엇부터 함께 힘을 모아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는데요. 동료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아이디어/해결 시도 Top 5’는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스티커 투표로 남긴 ‘아이디어/해결 시도’ Top 5
각자가 현장에서 외롭게 지켜온 ‘최선의 노력’들이, 비로소 소셜디자이너클럽 전체가 나아가야 할 ‘공동의 우선순위’로 탈바꿈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재정의한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의 방향은 훨씬 구체적이고 뾰족했습니다.
“행정과 소셜디자이너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등한 파트너이다. 서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필요로 하는 지점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마주 앉는 대화의 테이블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시민, 지역 주민은 단순히 소셜디자이너의 활동/비즈니스를 소비하거나 참여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우리가 정의한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할 때, 비로소 지역에서 함께 걸어갈 동료를 얻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해결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종이 위를 빼곡히 채운 이 시나리오와 시도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현실 가능한 변화들이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소셜디자이너라서’ 마음 놓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네트워킹 자리에서 마음껏 공유하며, 막막했던 벽면의 고민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며 용기와 희망을 찾았습니다.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는 단순히 인사를 나누고, 인맥을 쌓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지역에서 사회문제해결을 ‘업’으로 만들어 낸 사회혁신 리더가 모인 커뮤니티인만큼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는 서로의 막막함과 좌절, 괴로움을 읽어주고, 각자의 현장에서 꺼내온 소중한 ‘시도’들을 아낌없이 교환하는 시간을을 만듭니다. 나만 겪는 줄 알았던 고민이 동료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 소셜디자이너클럽 네트워킹데이는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습니다. 후기를 통해 확인한 만족도도 정말 높았는데요.
한 소셜디자이너는 “나만 유별나게 고생하는 줄 알았다. 지역에서도, 업계에서도 경계에 있다보니 인정은 커녕 공감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고민도 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고 밝히며, “그런데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이렇게 많았다니. 이들을 알게된 것 만으로 2026년을 버텨낼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런 연결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서로의 실험을 지켜보고 점검해주는 지역 문제 해결 사회혁신가들의 안전망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분명한 답을 찾았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슬픔은 대개 ‘나 혼자뿐’이라는 고립에서 오고, 소셜디자이너의 기쁨은 내 시도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때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지역사회 문제는 한 명의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서로의 실패를 다독이고 작은 성공에도 함께 기뻐해 줄 ‘동료들’이 있을 때 비로소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로컬에서 소셜해서 외로운’ 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당신은 이미 우리의 소중한 동료입니다. 2026년에도 소셜디자이너클럽의 문은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단순히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함께 꼽은 ‘공동의 우선순위’를 실제 현장의 변화로 만들어낼 구체적인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행정의 문턱을 함께 넘어보고, 지역문제해결 전문가로서 메시지를 발신하고, 서로의 자원을 나누며, 때로는 지친 동료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습니다.
💌 2026 소셜디자이너 모집이 곧 시작됩니다. 전국 곳곳에서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소셜디자이너의 ‘진심’이 우리 사회의 단단한 자산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희망제작소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소셜디자이너 사업을 진행합니다.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소셜디자이너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주변에 꼭 추천하고 싶은 소셜디자이너가 있다면 문을 두드려 주세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와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시면, 가장 먼저 소셜디자이너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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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안영삼 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팀장
문의ㅣ희망제작소 사회혁신팀 ☎️02-6395-1418 📧sam@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