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는 지역 곳곳에서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며 사회의 빈 곳을 채워가는 소셜디자이너들과 연결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입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의 활동이나 비즈니스 성과를 엄격히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소셜디자이너의 진심 어린 실천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이해되고, 다정한 응원으로 연결되는 ‘환대의 장’에 더 가깝거든요.
현장에 모인 200여 명 시민이 보내주신 뜨거운 공감은 소셜디자이너들에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작은 실천이 모여 정말로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단단한 확신이 싹텄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는 일,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던질 질문을 품고 있는 예비 소셜디자이너가 있다면, 이 날의 기록이 당신을 다음 무대로 이끄는 따스한 초대장이 되길 바랍니다. 시민들의 선택과 응원이 누군가의 다음 길을 여는 다리가 되었듯, 여러분의 용기 있는 시작 뒤에도 늘 든든한 지지가 머물고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소셜디자이너들, 그리고 그 진심에 눈을 맞추며 박수를 보내준 시민들. 그날의 벅찬 감동을 가감 없이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소셜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을 문장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기분 좋은 떨림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SIR대회는 고립된 섬들을 잇는 환대의 광장"
- 박누리 소셜디자이너가 전하는 편지 💌 농촌기록활동가· 전 <월간 옥이네> 편집장
‘마이너’가 아닌 ‘개척자’로 서는 시간
SIR대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날의 공기는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아있어요. 연고 없는 지역에 정착해 쉼 없이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조직하며 살아가는 저와 같은 활동가에게 ‘외부’의 시선과 연결은 일종의 ‘생존’과도 같을 때가 있는데요. SIR대회 역시 그동안 참아왔던 숨을 크게 내쉴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었습니다.
제게 이번 SIR대회 ‘The Next Stage’는 단순히 사업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자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동료 확인 절차’였어요. 지역에서 읍면 단위의 자치를 이야기하고, 농촌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일은 때때로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막막합니다(물론, 이 의제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농촌, 지역에서 각각의 의제로 활동하시는 모든 활동가 분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가 내딛는 이 걸음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혹시 나 혼자만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니까요. 종종 지역 안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고요.
하지만 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전국의 수많은 소셜디자이너와 청중들의 눈빛에서 답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말이죠.
내 질문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맞닿기를
대회에 참여하며 제가 확인하고 싶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지역의 고유한 문제의식이 보편적인 사회 혁신의 가치로 번역되고, 공감 받을 수 있는가?’ 물론, 옥천에서 수행해온 활동들 – 지역 매체를 만들고 여러 일을 기획하며 수많은 응원을 받아왔지만, 도시에 더 가깝고 농촌 경험이 적은 청중에게 ‘읍면자치’라는 생소한 단어가 얼마나 가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 두렵기도, 또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실 어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이 의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알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것을 대회 출전의 가장 큰 목표로 삼기도 했지요.
저는 이번 대회가 제 활동 영역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도구이기보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지역에 뿌리를 두면서도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연결될 수 있는 방법, 어디서든 지역성을 잃지 않는 태도,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보이지 않는 동료’들과의 느슨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 참여한 박누리 소셜디자이너ⓒ희망제작소
‘공감’이라는 실체적 에너지
대회 현장에서 진행된 사회적가치 모의투자 결과는 큰 충격이자 기쁨이었습니다. 읍면자치에 투자해주신 청중심사단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거든요. ‘공감: 와닿았어요(내 삶, 고민과 닿아있다)’는 항목이나 ‘지속: 팬이 될래요(가치가 이어지도록 계속 응원하고 싶다), ’지역: 우리 동네도(우리 지역에서도 시작되길 바란다)‘ 등의 기준으로 선택된 것에 뭉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숫자들은 제가 전한 이야기 – 농촌의 이야기가 단순히 ‘남의 동네 사정’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의 삶과 고민에 깊게 닿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수치로 환산된 지지는 제 활동이 마냥 마이너한 취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주목하고 환대하는 가치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박누리 활동가가 SIR대회에서 시민 청중심사단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희망제작소
“소멸이 아닌 가능성의 공간으로”
청중심사단이 남겨준 의견 하나하나는 따뜻한 응답이자 날카로운 통찰이기도 했어요.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농촌의 가능성’과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농촌 민주주의, 그 말이 오늘 마음에 깊게 남습니다”라는 의견이나 “농촌의 민주주의가 지식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실천하시는 것이 인상적이다”라는 반응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이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은 이 실험이 전국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요.
“지역을 기록한다는 어려운 일을 지속하는 용기에 힘을 보탭니다”, “기록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한지!”라는 격려는 옥천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아카이브가 완성된다면 발휘될 영향력이 정말 기대된다는 응원은 저를 다시금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지한 태도로, 보내주신 마음들 기억하며 충실히 활동해나갈게요.
“농촌을 소멸의 담론에서 벗어나 실험의 장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이었다”는 의견은 제가 이 대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소멸하는 농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기록해낸 노고에 박수는 보낸다”는 한 청중의 말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고민의 지점도 있습니다. “정부나 지역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라는 질문은 민간 활동가로서 우리가 가진 역할과 공공성 사이의 경계, 활동 범위, 그리고 이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귀한 화두였습니다.

옥천군 농촌 자치 활동 현장 ⓒ박누리
매체 제작에서 손을 뗀 후, 많은 분이 제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일단은 돈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제 경험을 나누고 제 안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쌓아가고 싶어요. 사실 저는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둥실둥실 떠가는 지금이 전혀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SIR대회에서 ‘다음’을 향한 용기를 얻은 만큼, 흘러가는 대로 즐겁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 일들이 있어요. SIR대회에서 밝힌 것처럼 읍면자치 관련 아카이빙 활동을 상반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하고요. 저처럼 농촌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농촌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인터뷰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외부의 여러 단체, 기관,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일들도 도모해보려고 하고요. 혹시 저와 함께 재밌는 일을 기획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부담 없이 연락 주세요!
무엇보다, ‘지역 혁신’과 함께 ‘체제 전환’을 꿈꾸는 기획자로 계속해서 나아가보려 해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 지역 자치, 농생태 등의 키워드를 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옮겨보고 싶습니다. 옥천이라는 현장을 기반으로 하되, 전국의 동료들과 소통하며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 담론에 맞서는 작은 연대들을 계속 설계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지속가능한 영감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주세요!
SIR대회는 고립된 ‘섬’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아요. 앞으로 이 대회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우리가 지칠 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영감을 주고받는 ‘사회 혁신가들의 베이스캠프’가 되길 바랍니다.
지역의 작고 낮은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 기울여 주시길, 그리고 “누리님의 존재가 특별하다”고 말해주었던 그 따뜻한 지지가 다른 지역의 또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장을 꾸준히 깔아주시길 기대합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물어봐 주신 분께, 자신 있게 답을 전하며 후기를 마칠게요. 그 힘은 바로, SIR대회에서 만난 여러분과 같은 ‘동료들의 존재’였다고 말입니다. SIR대회는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확신의 기록’, 더 많은 동료를 만나는 ‘초대장’이었습니다.
글: 박누리 소셜디자이너(농촌기록활동가·전 <월간 옥이네> 편집장,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참여자)
지난해 12월, 우리는 지역 곳곳에서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며 사회의 빈 곳을 채워가는 소셜디자이너들과 연결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입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의 활동이나 비즈니스 성과를 엄격히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소셜디자이너의 진심 어린 실천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이해되고, 다정한 응원으로 연결되는 ‘환대의 장’에 더 가깝거든요.
현장에 모인 200여 명 시민이 보내주신 뜨거운 공감은 소셜디자이너들에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작은 실천이 모여 정말로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단단한 확신이 싹텄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는 일,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던질 질문을 품고 있는 예비 소셜디자이너가 있다면, 이 날의 기록이 당신을 다음 무대로 이끄는 따스한 초대장이 되길 바랍니다. 시민들의 선택과 응원이 누군가의 다음 길을 여는 다리가 되었듯, 여러분의 용기 있는 시작 뒤에도 늘 든든한 지지가 머물고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소셜디자이너들, 그리고 그 진심에 눈을 맞추며 박수를 보내준 시민들. 그날의 벅찬 감동을 가감 없이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소셜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을 문장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기분 좋은 떨림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SIR대회는 고립된 섬들을 잇는 환대의 광장"
- 박누리 소셜디자이너가 전하는 편지 💌 농촌기록활동가· 전 <월간 옥이네> 편집장
SIR대회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날의 공기는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아있어요. 연고 없는 지역에 정착해 쉼 없이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조직하며 살아가는 저와 같은 활동가에게 ‘외부’의 시선과 연결은 일종의 ‘생존’과도 같을 때가 있는데요. SIR대회 역시 그동안 참아왔던 숨을 크게 내쉴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었습니다.
제게 이번 SIR대회 ‘The Next Stage’는 단순히 사업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자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동료 확인 절차’였어요. 지역에서 읍면 단위의 자치를 이야기하고, 농촌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일은 때때로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막막합니다(물론, 이 의제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농촌, 지역에서 각각의 의제로 활동하시는 모든 활동가 분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가 내딛는 이 걸음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혹시 나 혼자만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니까요. 종종 지역 안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고요.
하지만 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전국의 수많은 소셜디자이너와 청중들의 눈빛에서 답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말이죠.
대회에 참여하며 제가 확인하고 싶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지역의 고유한 문제의식이 보편적인 사회 혁신의 가치로 번역되고, 공감 받을 수 있는가?’ 물론, 옥천에서 수행해온 활동들 – 지역 매체를 만들고 여러 일을 기획하며 수많은 응원을 받아왔지만, 도시에 더 가깝고 농촌 경험이 적은 청중에게 ‘읍면자치’라는 생소한 단어가 얼마나 가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 두렵기도, 또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실 어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이 의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알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것을 대회 출전의 가장 큰 목표로 삼기도 했지요.
저는 이번 대회가 제 활동 영역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도구이기보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지역에 뿌리를 두면서도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연결될 수 있는 방법, 어디서든 지역성을 잃지 않는 태도,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보이지 않는 동료’들과의 느슨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 참여한 박누리 소셜디자이너ⓒ희망제작소
대회 현장에서 진행된 사회적가치 모의투자 결과는 큰 충격이자 기쁨이었습니다. 읍면자치에 투자해주신 청중심사단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거든요. ‘공감: 와닿았어요(내 삶, 고민과 닿아있다)’는 항목이나 ‘지속: 팬이 될래요(가치가 이어지도록 계속 응원하고 싶다), ’지역: 우리 동네도(우리 지역에서도 시작되길 바란다)‘ 등의 기준으로 선택된 것에 뭉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숫자들은 제가 전한 이야기 – 농촌의 이야기가 단순히 ‘남의 동네 사정’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의 삶과 고민에 깊게 닿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수치로 환산된 지지는 제 활동이 마냥 마이너한 취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주목하고 환대하는 가치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박누리 활동가가 SIR대회에서 시민 청중심사단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희망제작소
청중심사단이 남겨준 의견 하나하나는 따뜻한 응답이자 날카로운 통찰이기도 했어요.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농촌의 가능성’과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농촌 민주주의, 그 말이 오늘 마음에 깊게 남습니다”라는 의견이나 “농촌의 민주주의가 지식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실천하시는 것이 인상적이다”라는 반응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이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은 이 실험이 전국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요.
“지역을 기록한다는 어려운 일을 지속하는 용기에 힘을 보탭니다”, “기록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한지!”라는 격려는 옥천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아카이브가 완성된다면 발휘될 영향력이 정말 기대된다는 응원은 저를 다시금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지한 태도로, 보내주신 마음들 기억하며 충실히 활동해나갈게요.
“농촌을 소멸의 담론에서 벗어나 실험의 장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이었다”는 의견은 제가 이 대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소멸하는 농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장소로 기록해낸 노고에 박수는 보낸다”는 한 청중의 말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요.
물론 고민의 지점도 있습니다. “정부나 지역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라는 질문은 민간 활동가로서 우리가 가진 역할과 공공성 사이의 경계, 활동 범위, 그리고 이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귀한 화두였습니다.
옥천군 농촌 자치 활동 현장 ⓒ박누리
매체 제작에서 손을 뗀 후, 많은 분이 제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일단은 돈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제 경험을 나누고 제 안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쌓아가고 싶어요. 사실 저는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둥실둥실 떠가는 지금이 전혀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SIR대회에서 ‘다음’을 향한 용기를 얻은 만큼, 흘러가는 대로 즐겁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생각하고 있는 일들이 있어요. SIR대회에서 밝힌 것처럼 읍면자치 관련 아카이빙 활동을 상반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하고요. 저처럼 농촌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농촌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인터뷰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외부의 여러 단체, 기관,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일들도 도모해보려고 하고요. 혹시 저와 함께 재밌는 일을 기획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부담 없이 연락 주세요!
무엇보다, ‘지역 혁신’과 함께 ‘체제 전환’을 꿈꾸는 기획자로 계속해서 나아가보려 해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 지역 자치, 농생태 등의 키워드를 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옮겨보고 싶습니다. 옥천이라는 현장을 기반으로 하되, 전국의 동료들과 소통하며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 담론에 맞서는 작은 연대들을 계속 설계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SIR대회는 고립된 ‘섬’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아요. 앞으로 이 대회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우리가 지칠 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영감을 주고받는 ‘사회 혁신가들의 베이스캠프’가 되길 바랍니다.
지역의 작고 낮은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 기울여 주시길, 그리고 “누리님의 존재가 특별하다”고 말해주었던 그 따뜻한 지지가 다른 지역의 또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장을 꾸준히 깔아주시길 기대합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물어봐 주신 분께, 자신 있게 답을 전하며 후기를 마칠게요. 그 힘은 바로, SIR대회에서 만난 여러분과 같은 ‘동료들의 존재’였다고 말입니다. SIR대회는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확신의 기록’, 더 많은 동료를 만나는 ‘초대장’이었습니다.
글: 박누리 소셜디자이너(농촌기록활동가·전 <월간 옥이네> 편집장,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