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환산되지 않는 '안부의 가치'를 인정 받다-김동광 소셜디자이너

2026-03-03

지난해 12월, 우리는 지역 곳곳에서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며 사회의 빈 곳을 채워가는 소셜디자이너들과 연결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입니다. 이 자리는 누군가의 활동이나 비즈니스 성과를 엄격히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소셜디자이너의 진심 어린 실천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이해되고, 다정한 응원으로 연결되는 ‘환대의 장’에 더 가깝거든요.

현장에 모인 200여 명 시민이 보내주신 뜨거운 공감은 소셜디자이너들에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작은 실천이 모여 정말로 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단단한 확신이 싹텄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는 일,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던질 질문을 품고 있는 예비 소셜디자이너가 있다면, 이 날의 기록이 당신을 다음 무대로 이끄는 따스한 초대장이 되길 바랍니다. 시민들의 선택과 응원이 누군가의 다음 길을 여는 다리가 되었듯, 여러분의 용기 있는 시작 뒤에도 늘 든든한 지지가 머물고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무대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소셜디자이너들, 그리고 그 진심에 눈을 맞추며 박수를 보내준 시민들. 그날의 벅찬 감동을 가감 없이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소셜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을 문장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기분 좋은 떨림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농촌형 사회서비스가 말하는 '버티는 것'의 가치"

- 김동광 소셜디자이너가 전하는 편지 💌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팀장·사회복지사 @전남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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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 참여한 김동광 소셜디자이너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가 주관한 사회가치투자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연대의 힘이 필요했던 간절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지역에서 필요한 일인지, 그리고 농촌이라는 공간 속에서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민간 조직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의 실천을 조명하고, 그것을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인정하며 도전의 장을 마련해준 희망제작소의 역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공 영역이 아닌 민간에서 이러한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수많은 민간단체들에게 큰 격려이자 가능성의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10년간 실천한 이후, 사회적농업과 마을기업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저는 이전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사회복지 현장은 정책과 제도라는 기반 위에서 최소한의 재정 구조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지역 공동체 기반의 민간 조직에서는 그러한 틀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에 온 지 3년째입니다. 이곳은 2007년부터 귀촌인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역문제를 해결해온 공동체였습니다. 특히 2011년 동락점빵 설립 이후, 2012년부터는 어르신들의 생필품과 신선식품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장터 차량을 만들었고, 그 실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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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점빵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이동장터 트럭의 모습 ⓒ김동광


제가 이곳에서 집중해온 일은 기존의 이동장터 모델에 사회복지적 관점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물품 판매를 넘어 어르신의 주거환경, 식습관, 사회관계, 안부 확인 등 삶 전반을 함께 살피는 농촌형 사회서비스 모델로 확장해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융합적 실천은 어느 한 부처의 정책 영역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았고, 성과를 수치로 입증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 명의 실천가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작아 보였고,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 설명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기록하고 누적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책화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도전도 있었습니다. 전남형 사회성과인센티브 지원사업에도 참여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가치’가 무료 제공이나 할인, 재활용과 같은 방식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다릅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속에서 ‘지속하는 것’ 자체가 이미 중요한 사회적 가치입니다. 

서로를 붙잡고 버티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 그것이 농촌 사회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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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점빵을 운영하며 뵙는 농촌 거주 어르신들의 모습 ⓒ김동광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사회가치투자대회를 통해 받은 지지는 큰 위로이자 확신이 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실천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묘량면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공동체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점은, 기존 정책 영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동장터 모델이 이제는 사회가치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지 하나의 사례를 넘어, 전국 농촌의 75% 이상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회적가치투자대회를 통해 농촌의 현실과 그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실천이 기업과 정부의 시선 속에서 새롭게 조명되기를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전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민간단체들에게도, 이 경험이 작은 희망과 도전의 계기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농촌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거창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지속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지속의 힘이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가치임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 김동광 소셜디자이너(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팀장·사회복지사,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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