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의 열기와 질문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SIR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과 소셜디자이너의 고민과 가능성을 담고, 그간 대회에 참여해온 소셜디자이너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돌아봅니다. 이번 무대를 만든 기획자들의 기록까지, SIR대회 이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객’이 아닌 ‘파트너’ 시민을 초대하다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를 만든 최나현, 이혜진 연구원의 기획 노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를 준비하며 사회혁신팀이 가장 자주 되뇌었던 문장입니다. 한 번의 행사였지만, 그 하루를 ‘빛나는 무대’로 만들기까지 치열한 고민과 실행이 있었습니다. 사회혁신팀이 붙잡았던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웠습니다.
시민에게 사회적가치를 설명하는 언어와 방식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희망제작소와 소셜디자이너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청중심사단이 ‘평가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했다고 느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SIR대회는 무대 위의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무대 바깥의 청중심사단이 사회문제해결에 공감하고, 사회적가치를 고민하여 투자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야 비로소 한 장면이 됩니다. 그래서 사회혁신팀은 시민을 중심에 두고 문장과 흐름, 자료와 기준을 수없이 고치고 점검하며 대회를 설계해 왔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의 회고이자, 다음을 위한 기록입니다. 본문은 두 개의 시선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본 행사 기획을 담당한 최나현 연구원의 기획 노트입니다. 시민의 ‘투자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왜 투자 기준이 ‘심사표’가 아니라 ‘학습 구조’여야 했는지, 그리고 시민이 “좋아요”를 넘어 “이 문제에 함께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고민했는지 나눕니다. 두 번째는 전시를 중심으로 청중심사단 경험 기획을 맡은 이혜진 연구원의 기록입니다. 시민이 파트너로서 소셜디자이너를 이해하고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무대 밖의 ‘판’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경험을 담았습니다.
한 번의 박수와 감동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해석하고 선택해본 경험이 다음 참여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도전도 ‘좋은 일’로만 머물지 않고, 지역에서 지속될 수 있는 동력과 ‘사회적 인정’의 구조를 만나길 바랐고요. 그렇다면 올해 SIR대회가 만든 하루는 무엇을 남겼을까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기획자의 노트를 공유합니다.
최나현 연구원의 기획노트✏️

최나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이 SIR대회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작년에 이어 올해도 SIR대회 PM(총괄 책임자)을 맡으며, 한 가지 질문에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제대로” 만들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회고 끝에 또렷해진 단어는 ‘시민, 청중심사단’이었습니다. 시민이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말해왔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공감하고 스스로 이해해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5년의 목표는 분명해졌습니다.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와 함께 사회문제해결의 ‘파트너’가 되었다고 느끼게 만들자.
이를 위해 올해 사회혁신팀은 시민의 하루를 단순히 ‘보고 듣는 경험’으로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전시에서 정보를 모으고, 피칭을 듣고, 테이블에서 질문을 주고받고, 마지막에 모의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시민이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왜 생기는지”, “나는 어떤 가치에 반응하는지”를 스스로 고민하며 선택하도록, 의도적으로 ‘판단의 순간’을 더 많이 설계했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은 ‘좋아요’가 아니라, “이 문제에 함께하고 싶다”라는 시민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5년 SIR대회는 세 가지 시민의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첫째, 시민의 언어로 ‘투자의 관점’ 세우기
투자 기준은 ‘심사표’가 아니라,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학습 구조가 되어야 했습니다. 사회적가치가 확산되는 흐름을 공감→참여→확산→지속→전환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시민이 체감할 언어로 옮겨 기준을 세웠습니다.
둘째, 시민이 ‘심사 위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설계하기
“누가 더 성공할까”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참여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과도 준비 과정 내내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가?”, “실행과 근거가 보이는가?”, “시민 참여가 설계되어 있는가?”를 끈질기게 점검했습니다.
셋째, 시민 누구나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열기
SIR대회는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의 전환과 문제해결 여정을 가까이에서 학습하는 자리로 기획되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문제정의와 환경 분석, 자원 활용, 시민 참여 설계를 스스로 짚어보는 경험이 관람을 넘어 ‘다음 실험의 주체’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올해 SIR대회는 청중심사단 모집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200명이 마감될 만큼 큰 괌심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더 중요해진 건, 서로 다른 시민들이 같은 조건에서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언어를 정돈하는 일이었습니다. 사회혁신팀이 끈질기게 붙잡은 지점도 바로 그 균형이었습니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시민이 멀어지지 않을까?”, “쉽게 설명하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사이를 오가며 문장과 기획을 다듬었습니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시민에게 익숙한 언어로 사회적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SIR대회의 전문성이라는 것.
그럼에도 과제는 남았습니다. ‘SIR대회 이후의 연결’입니다. 보완해야 할 축은 두 가지입니다.
- 시민–소셜디자이너 연결: 시민이 선택한 소셜디자이너를 이후에도 팔로우하고, 소셜디자이너도 시민을 ‘한 번의 관객’이 아니라 ‘지속적 파트너’로 기억할 수 있는 구조
- 참여의 다음 단계 연결: SIR에서 생긴 ‘투자자 시민’의 감각이 교육 참여, 작은 실험, 때로는 소셜디자이너로의 도전으로 이어지는 흐름
무대가 끝나도 연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내년에는 이 두 축을 더 분명한 구조로 설계해보려 합니다.
최나현 연구원의 기획노트 전문 읽기
이혜진 연구원의 기획노트✏️

이혜진 연구원이 소셜디자이너와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입사 직후, 소셜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흥미롭고 설레었지만, 막상 원고를 쓰기 시작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 깊은 고민과 진심을 내가 몇 줄의 글로 옮길 수 있을까?” 부담이 컸습니다. 소셜디자이너 인터뷰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삶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매일의 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정말 값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연구원과 인터뷰이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그 삶을 배우고 제 언어로 전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작업이 끝날 무렵, ‘소셜디자이너 전시’ 파트 기획을 맡게 됐습니다. 전시는 청중이 소셜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돕는, 말하자면 ‘생각의 전환 구간’이었습니다. 입사 한 달 차에 청중 경험 전반을 맡게 된 셈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묘한 확신도 있었습니다. 전문성은 더 쌓아가야 해도, ‘청중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가치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 앞에서는 망설이는, 저 역시 아주 평범한 시민 중 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청중의 시선에서 대회를 바라보는 것”에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그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 ‘소셜디자이너의 노트’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무대 위에 오르는 소셜디자이너만이 아니라, 2022년부터 ‘소셜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함께해온 51명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만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라는 나열로 끝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던지던 질문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계속하시나요?” 그 질문처럼 청중도 전시를 보며 “이 사람들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보다 시작의 계기와 해결의 방식을 먼저 보여주는, ‘왜(Why)’에서 출발하는 전시를 설계했고, 그 흐름을 ‘전환을 만든 다섯 가지 질문’으로 구조화했습니다. ‘대단하다’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 삶과 닮은 지점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다른 IR 대회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라는 감을 SIR대회에서만큼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SIR대회만큼은 소셜디자이너와 청중심사단이 질문을 주고받고, 선택과 지지로 무대를 함께 완성하며 ‘같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이게 정말 시민에게 닿을까?”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
행사가 끝난 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질문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기획의 의도가 ‘경험’으로 전달됐다는 뜻처럼 들렸거든요. 사회혁신팀 모두가 늦은 밤까지 머리를 맞대고 문장과 디자인을 다듬던 시간들, ‘이 정도면 됐다’가 아니라 ‘이정도면 될까’를 되묻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고 믿습니다.
이혜진 연구원의 기획 노트 전문 읽기
이번 대회에서 사회혁신팀이 끝까지 붙잡았던 것은 “관객이 아닌 파트너”라는 문장이 말이 아닌 경험으로 남도록 만드는 조건들이었습니다.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과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시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무대 밖의 ‘판’을 설계하는 일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집중했습니다. 그 연결이 단단할수록 청중심사단의 참여가 더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소셜디자이너와 청중심사단이 같은 곳에 발을 딛고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사회문제해결을 함께 말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실제로 구현되었습니다. 무대 위 소셜디자이너의 준비, 무대 밖 청중심사단의 지지, 그리고 파트너들과 희망제작소의 수많은 점검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우리는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가능하다!”라는 감각으로 바꾸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 장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올해 만들어진 ‘파트너 시민’의 경험이 내년에는 더 오래, 더 넓게 이어지도록 SIR대회는 다시 한번 구조를 다듬고 연결을 확장해 보려 합니다. 2025년 SIR대회가 만든 연결의 감각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더 넓고 단단한 구조 속에서 파트너 시민의 무대를 열겠습니다.
글 :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의 열기와 질문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SIR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과 소셜디자이너의 고민과 가능성을 담고, 그간 대회에 참여해온 소셜디자이너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돌아봅니다. 이번 무대를 만든 기획자들의 기록까지, SIR대회 이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객’이 아닌 ‘파트너’ 시민을 초대하다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를 만든 최나현, 이혜진 연구원의 기획 노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를 준비하며 사회혁신팀이 가장 자주 되뇌었던 문장입니다. 한 번의 행사였지만, 그 하루를 ‘빛나는 무대’로 만들기까지 치열한 고민과 실행이 있었습니다. 사회혁신팀이 붙잡았던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웠습니다.
시민에게 사회적가치를 설명하는 언어와 방식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희망제작소와 소셜디자이너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청중심사단이 ‘평가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했다고 느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SIR대회는 무대 위의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무대 바깥의 청중심사단이 사회문제해결에 공감하고, 사회적가치를 고민하여 투자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야 비로소 한 장면이 됩니다. 그래서 사회혁신팀은 시민을 중심에 두고 문장과 흐름, 자료와 기준을 수없이 고치고 점검하며 대회를 설계해 왔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의 회고이자, 다음을 위한 기록입니다. 본문은 두 개의 시선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본 행사 기획을 담당한 최나현 연구원의 기획 노트입니다. 시민의 ‘투자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왜 투자 기준이 ‘심사표’가 아니라 ‘학습 구조’여야 했는지, 그리고 시민이 “좋아요”를 넘어 “이 문제에 함께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고민했는지 나눕니다. 두 번째는 전시를 중심으로 청중심사단 경험 기획을 맡은 이혜진 연구원의 기록입니다. 시민이 파트너로서 소셜디자이너를 이해하고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무대 밖의 ‘판’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경험을 담았습니다.
한 번의 박수와 감동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해석하고 선택해본 경험이 다음 참여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도전도 ‘좋은 일’로만 머물지 않고, 지역에서 지속될 수 있는 동력과 ‘사회적 인정’의 구조를 만나길 바랐고요. 그렇다면 올해 SIR대회가 만든 하루는 무엇을 남겼을까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기획자의 노트를 공유합니다.
최나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이 SIR대회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작년에 이어 올해도 SIR대회 PM(총괄 책임자)을 맡으며, 한 가지 질문에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제대로” 만들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회고 끝에 또렷해진 단어는 ‘시민, 청중심사단’이었습니다. 시민이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말해왔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공감하고 스스로 이해해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5년의 목표는 분명해졌습니다.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와 함께 사회문제해결의 ‘파트너’가 되었다고 느끼게 만들자.
이를 위해 올해 사회혁신팀은 시민의 하루를 단순히 ‘보고 듣는 경험’으로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전시에서 정보를 모으고, 피칭을 듣고, 테이블에서 질문을 주고받고, 마지막에 모의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시민이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왜 생기는지”, “나는 어떤 가치에 반응하는지”를 스스로 고민하며 선택하도록, 의도적으로 ‘판단의 순간’을 더 많이 설계했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은 ‘좋아요’가 아니라, “이 문제에 함께하고 싶다”라는 시민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5년 SIR대회는 세 가지 시민의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첫째, 시민의 언어로 ‘투자의 관점’ 세우기
투자 기준은 ‘심사표’가 아니라,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학습 구조가 되어야 했습니다. 사회적가치가 확산되는 흐름을 공감→참여→확산→지속→전환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시민이 체감할 언어로 옮겨 기준을 세웠습니다.
둘째, 시민이 ‘심사 위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설계하기
“누가 더 성공할까”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참여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소셜디자이너들과도 준비 과정 내내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가?”, “실행과 근거가 보이는가?”, “시민 참여가 설계되어 있는가?”를 끈질기게 점검했습니다.
셋째, 시민 누구나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열기
SIR대회는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의 전환과 문제해결 여정을 가까이에서 학습하는 자리로 기획되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문제정의와 환경 분석, 자원 활용, 시민 참여 설계를 스스로 짚어보는 경험이 관람을 넘어 ‘다음 실험의 주체’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올해 SIR대회는 청중심사단 모집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200명이 마감될 만큼 큰 괌심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더 중요해진 건, 서로 다른 시민들이 같은 조건에서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언어를 정돈하는 일이었습니다. 사회혁신팀이 끈질기게 붙잡은 지점도 바로 그 균형이었습니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시민이 멀어지지 않을까?”, “쉽게 설명하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사이를 오가며 문장과 기획을 다듬었습니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시민에게 익숙한 언어로 사회적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SIR대회의 전문성이라는 것.
그럼에도 과제는 남았습니다. ‘SIR대회 이후의 연결’입니다. 보완해야 할 축은 두 가지입니다.
무대가 끝나도 연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내년에는 이 두 축을 더 분명한 구조로 설계해보려 합니다.
최나현 연구원의 기획노트 전문 읽기
이혜진 연구원이 소셜디자이너와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입사 직후, 소셜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흥미롭고 설레었지만, 막상 원고를 쓰기 시작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 깊은 고민과 진심을 내가 몇 줄의 글로 옮길 수 있을까?” 부담이 컸습니다. 소셜디자이너 인터뷰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삶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매일의 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정말 값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연구원과 인터뷰이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그 삶을 배우고 제 언어로 전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작업이 끝날 무렵, ‘소셜디자이너 전시’ 파트 기획을 맡게 됐습니다. 전시는 청중이 소셜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돕는, 말하자면 ‘생각의 전환 구간’이었습니다. 입사 한 달 차에 청중 경험 전반을 맡게 된 셈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묘한 확신도 있었습니다. 전문성은 더 쌓아가야 해도, ‘청중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가치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 앞에서는 망설이는, 저 역시 아주 평범한 시민 중 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청중의 시선에서 대회를 바라보는 것”에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그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 ‘소셜디자이너의 노트’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무대 위에 오르는 소셜디자이너만이 아니라, 2022년부터 ‘소셜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함께해온 51명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만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라는 나열로 끝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던지던 질문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계속하시나요?” 그 질문처럼 청중도 전시를 보며 “이 사람들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과보다 시작의 계기와 해결의 방식을 먼저 보여주는, ‘왜(Why)’에서 출발하는 전시를 설계했고, 그 흐름을 ‘전환을 만든 다섯 가지 질문’으로 구조화했습니다. ‘대단하다’에서 멈추지 않고, 자기 삶과 닮은 지점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다른 IR 대회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라는 감을 SIR대회에서만큼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SIR대회만큼은 소셜디자이너와 청중심사단이 질문을 주고받고, 선택과 지지로 무대를 함께 완성하며 ‘같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이게 정말 시민에게 닿을까?”를 끝까지 확인하는 것.
행사가 끝난 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질문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기획의 의도가 ‘경험’으로 전달됐다는 뜻처럼 들렸거든요. 사회혁신팀 모두가 늦은 밤까지 머리를 맞대고 문장과 디자인을 다듬던 시간들, ‘이 정도면 됐다’가 아니라 ‘이정도면 될까’를 되묻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고 믿습니다.
이혜진 연구원의 기획 노트 전문 읽기
이번 대회에서 사회혁신팀이 끝까지 붙잡았던 것은 “관객이 아닌 파트너”라는 문장이 말이 아닌 경험으로 남도록 만드는 조건들이었습니다.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과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시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무대 밖의 ‘판’을 설계하는 일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집중했습니다. 그 연결이 단단할수록 청중심사단의 참여가 더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소셜디자이너와 청중심사단이 같은 곳에 발을 딛고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사회문제해결을 함께 말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실제로 구현되었습니다. 무대 위 소셜디자이너의 준비, 무대 밖 청중심사단의 지지, 그리고 파트너들과 희망제작소의 수많은 점검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우리는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가능하다!”라는 감각으로 바꾸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 장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올해 만들어진 ‘파트너 시민’의 경험이 내년에는 더 오래, 더 넓게 이어지도록 SIR대회는 다시 한번 구조를 다듬고 연결을 확장해 보려 합니다. 2025년 SIR대회가 만든 연결의 감각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더 넓고 단단한 구조 속에서 파트너 시민의 무대를 열겠습니다.
글 :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이혜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