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의 열기와 질문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SIR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과 소셜디자이너의 고민과 가능성을 담고, 그간 대회에 참여해온 소셜디자이너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돌아봅니다. 이번 무대를 만든 기획자들의 기록까지, SIR대회 이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왜 이렇게 시민에 진심이냐고 물으신다면
최나현 연구원의 SIR대회 기획노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최나현 선임연구원 ⓒ희망제작소
작년에 이어 올해도 SIR대회 사업 PM(총괄 책임자)을 맡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창 붙잡고 있어도, 결론은 늘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봤습니다. “작년에 가장 아쉬웠던 점 한 가지부터 제대로 개선해 보자.” 그 순간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로만 보였던 수많은 기획안 속에서 ‘시민, 청중심사단’이라는 단어 하나가 유독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희망제작소는 2023년, 최초로 사회적가치로 말하고 투자하는 세상에 없던 ‘시민참여형 소셜 IR대회’라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 형태나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오로지 ‘지역사회문제해결에 진심인 사람’, 즉 소셜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호명하는 무대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참여 규모와 자원을 확장하며 그 실험을 가능성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했습니다. ‘시민이 투자자로 참여한다’라고 말했지만, 시민이 청중심사단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투자의 효능감을 충분히 체감하도록 돕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회고를 마치고 나니, 2025년 SIR대회의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와 함께하는 사회문제해결의 ‘파트너’가 되었다고 느끼게 만들자!”
그 목표를 위해 올해 사회혁신팀은 시민의 투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일반적인 IR행사(데모데이)에서 시민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보고 듣기’ 뿐입니다. 질문할 수 있는 마이크 또한 전문가(VC/AC 등)에게만 쥐어지기 쉽고요.
반면 SIR대회 청중심사단은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소셜디자이너 전시를 통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소셜IR피칭을 들으며 모의투자를 하고, 테이블미팅에서 직접 질문과 답변도 나눕니다. 사회적가치를 투자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왜 존재하는지”, “나는 무슨 가치에 반응하는지”, “어떤 문제정의와 해결 방안에 동의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해 스스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고,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경험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획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참여한 시민이 “이 소셜디자이너가 좋아요”를 넘어, “이 소셜디자이너의 사회문제해결에 함께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을 잘함/부족함 평가하는 심사 위원이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선택하고 키우는 ‘사회혁신의 파트너’로 초대하고 안내하고자 했습니다.
200여명의 청중심사단이 참여한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희망제작소
그래서, 2025 SIR대회가 집중한 세 가지 시민 경험 🔔
첫째, 시민의 언어로 ‘투자의 관점’ 세우기
무대에 오르는 건 소셜디자이너지만, SIR대회는 무대 위만 빛나는 행사가 아닙니다. 청중심사단의 지지와 투자로 완성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혁신팀은 SIR대회에 참가하는 시민의 사회적가치 투자 경험은, 곧 스스로의 가치 판단 기준과 방향을 확인하는 학습의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소셜 IR피칭을 듣고 테이블미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회적가치에 반응하는가”, “나는 어떤 해결 방식에 마음이 움직이는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적가치의 투자 기준 또한 ‘심사표’가 아닌,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숙고하고 판단하는 학습구조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남는다면 시민의 인식 변화(전환 경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혁신팀은 사회적가치가 생기고 확산되는 흐름을 단계별로 구조화하고(공감→참여→확산→지속→전환), 이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판단의 언어로 전환해 SIR대회의 투자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사회적가치’를 감정적인 호소나 정서적 지지로만 남기지 않고, 시민과 함께하는 실천적이고 구조적인 가치로 이해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 💡 공감: 내 삶·고민과 닿아 있다
- 🚹 참여: 이 방식이면 나도 함께 할 수 있다
- 🚌 지역: 우리 지역·동네에서도 시작되길 바란다
- 🌎지속: 가치가 이어지도록 계속 응원하고 싶다
- 📙학습: 새로운 관점·아이디어를 발견했다
둘째, 시민이 ‘심사 위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설계하기
SIR대회에서 시민의 위치는 ‘심사 위원’이 아니라, 사회적가치 투자를 통해 사회문제해결을 함께 실험하는 동반자입니다. 이 역할이 성립하려면 시민의 인식이 “감동이다”, “좋다”를 넘어, “이 가치와 문제의식에 나도 연결되고 싶다”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청중심사단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에 서기보단, 소셜디자이너와 같은 선에서 질문하고 이해하는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참여가 한 방향의 응원으로 끝나지 않고, 내가 어떤 사회적가치에 반응하는지 스스로 확인하며 선택하는 경험으로 남아야 하니까요.
전제가 달라지면, 질문도 달라집니다. “누가 더 성공할 것 같나요?”를 고르는 환경에서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성과 중심의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하지만 SIR대회가 기대한 장면은 다릅니다. 투자자와 소셜디자이너는 위아래가 아니라, 동등한 자리에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회문제를 더 진심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IR대회의 모의투자는 ‘평가’가 아니라 시민과 소셜디자이너가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중심사단의 판단도 자연스럽게 “누가 잘했나”가 아니라, “어떤 소셜디자이너의 문제의식이 나를 움직였고, 내 선택으로 바꾸었나”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무대에 오르는 소셜디자이너들과도 발표를 준비하는 내내 같은 질문을 공유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들을 때를 고려해봤는지”, “좋은 의도만 남지 않고 실행과 근거가 보이는지”, “시민 참여의 구조와 방식을 드러냈는지”... 시민을 문제해결의 동반자로 초대하기 위한 충분한 설득과 제안은 이처럼 끈질기고 진지한 토론의 결과로 빚어진 결과물입니다.
셋째, 시민 누구나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열기
소셜디자이너는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삶의 전환점에서 만난 지역사회문제를 먹고 사는 일로 해결해 보기로 결심한 사람, 그 선택 자체를 소셜디자이너의 출발로 정의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디자이너는 무대 위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직 희망제작소가 그 이름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뿐, 지역과 현장 곳곳에는 이미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작은 실험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실천이 종종 ‘이름’과 ‘구조’를 만나지 못한 채 흩어진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시도는 ‘좋은 일’로만 소비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시도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로 남기 쉽습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실천을 멀리서 감탄하는 대신, 내 삶과 연결해 이해하고 따라가 볼 수 있는 경험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SIR대회는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의 전환 경험과 문제해결 여정을 가까이에서 학습하는 자리’로 기획되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왜 이 문제를 이렇게 정의했는지”, “지역의 환경을 어떻게 파악하고 자원을 찾아 활용했는지”, “문제해결 구조에 시민 참여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짚어보는 순간, 일회성 참여를 넘어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다음 실험의 주체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의 투자가 누군가의 도전을 키우는 동시에,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사회혁신팀의 2025년 소셜디자이너 사업 구조 ⓒ희망제작소
이런 이유로 SIR대회는 소셜디자이너 사업의 큰 틀 안에서 전환점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바인더(소셜디자인랩)가 시민의 문제정의와 해결 실험을 촉진하고, 소셜디자이너클럽으로 동료 학습과 의제 확산을 만든다면, SIR대회는 그 실천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응원하는 무대입니다. 시민에게는 “나도 해볼 수 있다”라는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고, 소셜디자이너에게는 “계속해도 된다”라는 동력과 사회적 인정의 단서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기대한 변화는,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감동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장, 지역에서 문제 해결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조입니다.
청중심사단이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돌아간다면,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다음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SIR대회는 이미 ‘행사’가 아니라 생태계의 다음 장을 여는 발판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어려웠던 만큼, 다음이 또렷해졌습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올해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SIR대회 이후의 연결’입니다. ,SIR대회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연결은 크게 두 축입니다.
첫째는 시민과 소셜디자이너 사이의 연결입니다. 청중심사단이 투자한 소셜디자이너를 행사 이후에도 계속 팔로우할 수 있고, 소셜디자이너 역시 시민을 ‘한 번의 관객’이 아니라 ‘계속 만나는 파트너’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투자 결과가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나지 않고, 관계와 협업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이 축이 더 단단해져야 합니다.
둘째는 SIR대회에서 생긴 ‘투자자 시민’의 감각이 다음 참여로 이어지는 연결입니다. SIR에서 시민이 경험한 것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해석하고 선택해 본 경험입니다. 이 감각이 다음에는 소셜디자인 교육 참여로, 어떤 시민에게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창업/창직이라는 실천으로, 또 어떤 시민에게는 소셜디자이너 호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SIR대회가 ‘하루의 이벤트’로 시민을 모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소셜디자이너가 우리 사회에서 발굴되고 호명되어 지역 기반 문제해결활동이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가까워질 테니까요.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최나현 선임연구원 ⓒ희망제작소
무대가 끝나도 연결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올해 SIR대회는 감사하게도 청중심사단 모집을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200명이라는 인원이 마감됐습니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각기 다른 경험과 시선을 가진 시민이 같은 언어로 무대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팀 회의에서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질문이 계속됐습니다.
“학술적으로,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시민이 멀어지지 않을까?”
“쉽게, 간단히 풀어내면 전문성이 약해 보이지 않을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꺼내놓고 “이 표현을 시민이 바로 이해할까?”, “이 말이 소셜디자이너의 실천을 충분히 담아낼까?”를 놓고 팀 안에서 계속 토론하고 조정했습니다. 결론을 내기보다, ‘어디가 걸리는지’만 확인하고 끝난 회의도 많았고요. 오랜 논의와 준비 끝에, 결국 사회혁신팀이 내린 결론은 명료했습니다. 시민에게 익숙한 언어로 사회적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SIR대회의 전문성이다. 시민에게 공감되어야 지속가능하고, 오래갈 수 있어야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빛나니까요.
SIR대회는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사회혁신의 주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계하는 플랫폼입니다. 내년에는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을 다음 참여로 연결해, “모든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인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글: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 사진: 희망제작소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의 열기와 질문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SIR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과 소셜디자이너의 고민과 가능성을 담고, 그간 대회에 참여해온 소셜디자이너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돌아봅니다. 이번 무대를 만든 기획자들의 기록까지, SIR대회 이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왜 이렇게 시민에 진심이냐고 물으신다면
최나현 연구원의 SIR대회 기획노트✏️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최나현 선임연구원 ⓒ희망제작소
작년에 이어 올해도 SIR대회 사업 PM(총괄 책임자)을 맡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창 붙잡고 있어도, 결론은 늘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봤습니다. “작년에 가장 아쉬웠던 점 한 가지부터 제대로 개선해 보자.” 그 순간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로만 보였던 수많은 기획안 속에서 ‘시민, 청중심사단’이라는 단어 하나가 유독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희망제작소는 2023년, 최초로 사회적가치로 말하고 투자하는 세상에 없던 ‘시민참여형 소셜 IR대회’라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 형태나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오로지 ‘지역사회문제해결에 진심인 사람’, 즉 소셜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호명하는 무대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참여 규모와 자원을 확장하며 그 실험을 가능성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했습니다. ‘시민이 투자자로 참여한다’라고 말했지만, 시민이 청중심사단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투자의 효능감을 충분히 체감하도록 돕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회고를 마치고 나니, 2025년 SIR대회의 목표가 분명해졌습니다.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와 함께하는 사회문제해결의 ‘파트너’가 되었다고 느끼게 만들자!”
그 목표를 위해 올해 사회혁신팀은 시민의 투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일반적인 IR행사(데모데이)에서 시민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보고 듣기’ 뿐입니다. 질문할 수 있는 마이크 또한 전문가(VC/AC 등)에게만 쥐어지기 쉽고요.
반면 SIR대회 청중심사단은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소셜디자이너 전시를 통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소셜IR피칭을 들으며 모의투자를 하고, 테이블미팅에서 직접 질문과 답변도 나눕니다. 사회적가치를 투자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왜 존재하는지”, “나는 무슨 가치에 반응하는지”, “어떤 문제정의와 해결 방안에 동의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해 스스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고,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경험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획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참여한 시민이 “이 소셜디자이너가 좋아요”를 넘어, “이 소셜디자이너의 사회문제해결에 함께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을 잘함/부족함 평가하는 심사 위원이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선택하고 키우는 ‘사회혁신의 파트너’로 초대하고 안내하고자 했습니다.
200여명의 청중심사단이 참여한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 ⓒ희망제작소
첫째, 시민의 언어로 ‘투자의 관점’ 세우기
무대에 오르는 건 소셜디자이너지만, SIR대회는 무대 위만 빛나는 행사가 아닙니다. 청중심사단의 지지와 투자로 완성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혁신팀은 SIR대회에 참가하는 시민의 사회적가치 투자 경험은, 곧 스스로의 가치 판단 기준과 방향을 확인하는 학습의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소셜 IR피칭을 듣고 테이블미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회적가치에 반응하는가”, “나는 어떤 해결 방식에 마음이 움직이는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적가치의 투자 기준 또한 ‘심사표’가 아닌, 시민이 사회적가치를 숙고하고 판단하는 학습구조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남는다면 시민의 인식 변화(전환 경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혁신팀은 사회적가치가 생기고 확산되는 흐름을 단계별로 구조화하고(공감→참여→확산→지속→전환), 이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판단의 언어로 전환해 SIR대회의 투자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사회적가치’를 감정적인 호소나 정서적 지지로만 남기지 않고, 시민과 함께하는 실천적이고 구조적인 가치로 이해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둘째, 시민이 ‘심사 위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설계하기
SIR대회에서 시민의 위치는 ‘심사 위원’이 아니라, 사회적가치 투자를 통해 사회문제해결을 함께 실험하는 동반자입니다. 이 역할이 성립하려면 시민의 인식이 “감동이다”, “좋다”를 넘어, “이 가치와 문제의식에 나도 연결되고 싶다”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청중심사단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에 서기보단, 소셜디자이너와 같은 선에서 질문하고 이해하는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참여가 한 방향의 응원으로 끝나지 않고, 내가 어떤 사회적가치에 반응하는지 스스로 확인하며 선택하는 경험으로 남아야 하니까요.
전제가 달라지면, 질문도 달라집니다. “누가 더 성공할 것 같나요?”를 고르는 환경에서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성과 중심의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하지만 SIR대회가 기대한 장면은 다릅니다. 투자자와 소셜디자이너는 위아래가 아니라, 동등한 자리에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회문제를 더 진심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IR대회의 모의투자는 ‘평가’가 아니라 시민과 소셜디자이너가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중심사단의 판단도 자연스럽게 “누가 잘했나”가 아니라, “어떤 소셜디자이너의 문제의식이 나를 움직였고, 내 선택으로 바꾸었나”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무대에 오르는 소셜디자이너들과도 발표를 준비하는 내내 같은 질문을 공유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들을 때를 고려해봤는지”, “좋은 의도만 남지 않고 실행과 근거가 보이는지”, “시민 참여의 구조와 방식을 드러냈는지”... 시민을 문제해결의 동반자로 초대하기 위한 충분한 설득과 제안은 이처럼 끈질기고 진지한 토론의 결과로 빚어진 결과물입니다.
셋째, 시민 누구나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열기
소셜디자이너는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삶의 전환점에서 만난 지역사회문제를 먹고 사는 일로 해결해 보기로 결심한 사람, 그 선택 자체를 소셜디자이너의 출발로 정의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디자이너는 무대 위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직 희망제작소가 그 이름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뿐, 지역과 현장 곳곳에는 이미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작은 실험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실천이 종종 ‘이름’과 ‘구조’를 만나지 못한 채 흩어진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시도는 ‘좋은 일’로만 소비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시도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로 남기 쉽습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실천을 멀리서 감탄하는 대신, 내 삶과 연결해 이해하고 따라가 볼 수 있는 경험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SIR대회는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의 전환 경험과 문제해결 여정을 가까이에서 학습하는 자리’로 기획되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왜 이 문제를 이렇게 정의했는지”, “지역의 환경을 어떻게 파악하고 자원을 찾아 활용했는지”, “문제해결 구조에 시민 참여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짚어보는 순간, 일회성 참여를 넘어 소셜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다음 실험의 주체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의 투자가 누군가의 도전을 키우는 동시에,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사회혁신팀의 2025년 소셜디자이너 사업 구조 ⓒ희망제작소
이런 이유로 SIR대회는 소셜디자이너 사업의 큰 틀 안에서 전환점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셜디자이너의 바인더(소셜디자인랩)가 시민의 문제정의와 해결 실험을 촉진하고, 소셜디자이너클럽으로 동료 학습과 의제 확산을 만든다면, SIR대회는 그 실천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응원하는 무대입니다. 시민에게는 “나도 해볼 수 있다”라는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고, 소셜디자이너에게는 “계속해도 된다”라는 동력과 사회적 인정의 단서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기대한 변화는,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감동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장, 지역에서 문제 해결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조입니다.
청중심사단이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돌아간다면,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다음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SIR대회는 이미 ‘행사’가 아니라 생태계의 다음 장을 여는 발판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올해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SIR대회 이후의 연결’입니다. ,SIR대회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연결은 크게 두 축입니다.
첫째는 시민과 소셜디자이너 사이의 연결입니다. 청중심사단이 투자한 소셜디자이너를 행사 이후에도 계속 팔로우할 수 있고, 소셜디자이너 역시 시민을 ‘한 번의 관객’이 아니라 ‘계속 만나는 파트너’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투자 결과가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나지 않고, 관계와 협업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이 축이 더 단단해져야 합니다.
둘째는 SIR대회에서 생긴 ‘투자자 시민’의 감각이 다음 참여로 이어지는 연결입니다. SIR에서 시민이 경험한 것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해석하고 선택해 본 경험입니다. 이 감각이 다음에는 소셜디자인 교육 참여로, 어떤 시민에게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창업/창직이라는 실천으로, 또 어떤 시민에게는 소셜디자이너 호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SIR대회가 ‘하루의 이벤트’로 시민을 모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소셜디자이너가 우리 사회에서 발굴되고 호명되어 지역 기반 문제해결활동이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가까워질 테니까요.
2025 사회적가치투자SIR대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최나현 선임연구원 ⓒ희망제작소
올해 SIR대회는 감사하게도 청중심사단 모집을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200명이라는 인원이 마감됐습니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각기 다른 경험과 시선을 가진 시민이 같은 언어로 무대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팀 회의에서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질문이 계속됐습니다.
“학술적으로,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시민이 멀어지지 않을까?”
“쉽게, 간단히 풀어내면 전문성이 약해 보이지 않을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꺼내놓고 “이 표현을 시민이 바로 이해할까?”, “이 말이 소셜디자이너의 실천을 충분히 담아낼까?”를 놓고 팀 안에서 계속 토론하고 조정했습니다. 결론을 내기보다, ‘어디가 걸리는지’만 확인하고 끝난 회의도 많았고요. 오랜 논의와 준비 끝에, 결국 사회혁신팀이 내린 결론은 명료했습니다. 시민에게 익숙한 언어로 사회적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SIR대회의 전문성이다. 시민에게 공감되어야 지속가능하고, 오래갈 수 있어야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빛나니까요.
SIR대회는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사회혁신의 주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계하는 플랫폼입니다. 내년에는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을 다음 참여로 연결해, “모든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인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글: 사회혁신팀 최나현 선임연구원 | 사진: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