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가라”, “창업하라”는 구호가 과연 시민 모두에게 유효할까요. 우리 모두 생애주기든, 개인의 삶의 방향이든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직하기도, 퇴직하기도, 창업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관계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전환기 시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공간·경제적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품은 고민의 실마리를 '전환하는 시민, 전환하는 사회' 연재를 통해 나눕니다.
1편 시민: 도대체 '참여'는 뭔가요?
2편 돈: 지원해주면 끝인가요?
3편 구조: 열정만으로 굴러가나요?
4편 공간: 지역으로 꼭 가야해요? 핵심 모아보기 📙
- 삶의 전환은 꼭 이주나 창업이 아닌 지금 있는 곳에서의 구조 변화로도 가능해요.
- 일본 마치노바, 프랑스 15분 도시 등의 사례는 전환의 실험이 일상의 반경 안에서도 가능함을 보여줘요.
- 전환이 모두에게 가능해지려면, 이주 중심이 아닌 생활 속 조건을 재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해요.
5편 공공: 행정은 관리자인가요?
6편 커뮤니티: 조건이 필요한가요?
왜 ‘지역으로 보내기’만이 해답처럼 여겨질까?
“청년에게 귀농·귀촌을!”
“퇴직 후에는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보면, 시민의 삶의 전환은 마치 ‘지역으로 떠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일자리, 창업 지원, 주거 공간 등을 한데 묶어 지역에서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라는 메시지죠.
하지만 이 방식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사는 곳에서는 전환이 어렵다”는 전제. 그래서 전환을 하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청년 중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도시의 기반 위에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중장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으로 가서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말은 때론 과한 책임 전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묻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나의 전환은 가능하지 않을까?”
전환은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의 이동이다
삶의 전환은 공간의 이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관계의 변화, 시간의 재배치, 주변 구조의 재구성이 함께 일어날 때 진짜 전환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사를 가는가’가 아니라, ‘일상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이 가능한가’입니다.
그 실험이 가능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 가까운 거리에서 필요한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 누구나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공간
- 시민이 새롭게 연결되고 머무를 수 있는 공동체적 흐름
이런 조건이 있다면, 이주 없이도 삶은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관계와 구조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건, 15분 도시와 제3의 공간 개념을 소개합니다.

https://www.paris.fr 홈페이지 갈무리
‘15분 도시’ – 내 일상의 반경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환
프랑스 파리는 팬데믹 이후 ‘15분 도시(15-minute city)’라는 도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이 개념은 모든 사람이 걸어서 15분 안에 학교, 병원, 공원, 문화시설, 생필품 가게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즉,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일상의 기본 요소들을 가까이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이 구조가 갖춰지면,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만들어갈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 설계는 단지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서울시와 부산시, 제주, 광주 등 일부 지자체도 최근 유사한 ‘생활권 중심 도시계획’을 시도 중입니다.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 맞춤형 보행일상권을 제시하고, 기존 제도 및 사업, 도시계획체계와의 연계 방안 검토 등을 통해 유형별 추진전략과 실현 수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시는 ‘더현대 광주’를 중심으로 광주형 15분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인근에 지어지는 더현대 광주 복합 쇼핑몰을 중심으로 쇼핑, 휴식, 문화생활, 업무, 주거까지 한 곳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공간의 물리적 배치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의 ‘활동 가능성’까지 설계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도시에서 말하는 15분 도시는 ‘도보 중심’이지만, 농촌에서는 차로 15분 이내의 네트워크가 현실적입니다. 인접한 마을 간에 병원, 장터, 마을회관, 농기계센터 등 기능을 연결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삶의 기반’을 확보해야 실험도 가능합니다.
제3의 공간 – 전환이 시작되는 생활의 플랫폼
삶을 바꾸려면, 내가 다른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직장(제2의 공간)도 아니고, 집(제1의 공간)도 아니며,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서관과 공원, 광장 등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교류하고, 휴식하며,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비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사회적 공간을 의미합니다.
일본 교토의 ‘마치노바(まちのば)’는 지역 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동네 커뮤니티 거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공부방, 동네 손공예 교실, 1인 가구 밥상 모임, 시니어 바리스타 실험까지 다양한 활동이 벌어집니다. 공간은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며,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자가 되도록 돕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공공도서관 Oodi의 사례에서 “제3의 공간의 진정한 역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Oodi 도서관은 모임공간, 놀이공간, 주방, 스튜디오, 회의실, 극장 등 책 읽는 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방문하는 시민을 환대합니다. 계
획 과정에서 워크숍, 전시회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설계 과정에 참여했고, 간판과 가구 디자인, 공간 배치, 제공할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민 의견을 수집하고 검토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을 무료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합니다. 뭔가를 살 필요도 없고 뭔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는, 하지만 방문하면 항상 환영받는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주에도 특별한 도서관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자리한 ‘우주로1216’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전문가들과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생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우주로1216’ 공간은 12세부터 16세까지만 출입할 수 있고, 내부 공간구성을 직접 디자인한 만큼 내부 운영규칙과 운영 프로그램도 매년 운영위원회 구성을 통해 스스로 정해가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서로 도서, 영화, 음악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과 도구를 활용해 만들기도 하며, 스튜디오 공간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고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농촌에는 마을회관, 경로당, 폐교 등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시민 실험의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시로 오전엔 노인 체조 교실을 운영하고, 오후엔 귀촌청년의 목공교실, 주말엔 마을장터를 운영하는 것처럼 하나의 공간이지만, 운영방식은 다기능적이고 다세대적으로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제3의 공간은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머무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곳입니다. 주민이 ‘참여자’가 아니라 ‘기획자’가 되는 첫걸음은, 바로 이런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능한 전환, 그 실마리
삶의 전환을 위해 꼭 지방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주가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주만이 유일한 해답처럼 여겨지는 흐름에 질문을 던져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전환을 꿈꾸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곳에서 작게 실험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실험은 다음의 세 가지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시간과 관계의 재구성 – 출퇴근 중심 삶에서 ‘느슨한 관계의 삶’으로 이동
- 접근 가능한 지역 인프라 – 15분 도시, 소규모 공공거점, 생활 밀착형 문화공간
- 공유 가능한 커뮤니티 거점 – 누구나 잠깐 머물고,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제3의 공간
내가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언제든 환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공간이 그러하고, 없다면 어디에 어떤 공간이 만들어지면 좋을까요? 누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전환을 도모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과 행정이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Carlos Moreno, 15-Minute City 개념 제안자, Paris City Council 정책 보고서(2020)
글: 안영삼 사회혁신팀 팀장,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지역으로 가라”, “창업하라”는 구호가 과연 시민 모두에게 유효할까요. 우리 모두 생애주기든, 개인의 삶의 방향이든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직하기도, 퇴직하기도, 창업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관계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전환기 시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공간·경제적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품은 고민의 실마리를 '전환하는 시민, 전환하는 사회' 연재를 통해 나눕니다.
1편 시민: 도대체 '참여'는 뭔가요?
2편 돈: 지원해주면 끝인가요?
3편 구조: 열정만으로 굴러가나요?
4편 공간: 지역으로 꼭 가야해요? 핵심 모아보기 📙
5편 공공: 행정은 관리자인가요?
6편 커뮤니티: 조건이 필요한가요?
“청년에게 귀농·귀촌을!”
“퇴직 후에는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보면, 시민의 삶의 전환은 마치 ‘지역으로 떠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일자리, 창업 지원, 주거 공간 등을 한데 묶어 지역에서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라는 메시지죠.
하지만 이 방식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사는 곳에서는 전환이 어렵다”는 전제. 그래서 전환을 하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청년 중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도시의 기반 위에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중장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으로 가서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말은 때론 과한 책임 전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묻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나의 전환은 가능하지 않을까?”
삶의 전환은 공간의 이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관계의 변화, 시간의 재배치, 주변 구조의 재구성이 함께 일어날 때 진짜 전환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사를 가는가’가 아니라, ‘일상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이 가능한가’입니다.
그 실험이 가능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런 조건이 있다면, 이주 없이도 삶은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관계와 구조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건, 15분 도시와 제3의 공간 개념을 소개합니다.
https://www.paris.fr 홈페이지 갈무리
프랑스 파리는 팬데믹 이후 ‘15분 도시(15-minute city)’라는 도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이 개념은 모든 사람이 걸어서 15분 안에 학교, 병원, 공원, 문화시설, 생필품 가게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즉,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일상의 기본 요소들을 가까이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이 구조가 갖춰지면,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만들어갈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 설계는 단지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서울시와 부산시, 제주, 광주 등 일부 지자체도 최근 유사한 ‘생활권 중심 도시계획’을 시도 중입니다.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역별 맞춤형 보행일상권을 제시하고, 기존 제도 및 사업, 도시계획체계와의 연계 방안 검토 등을 통해 유형별 추진전략과 실현 수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시는 ‘더현대 광주’를 중심으로 광주형 15분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인근에 지어지는 더현대 광주 복합 쇼핑몰을 중심으로 쇼핑, 휴식, 문화생활, 업무, 주거까지 한 곳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공간의 물리적 배치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의 ‘활동 가능성’까지 설계하는가의 여부입니다.
도시에서 말하는 15분 도시는 ‘도보 중심’이지만, 농촌에서는 차로 15분 이내의 네트워크가 현실적입니다. 인접한 마을 간에 병원, 장터, 마을회관, 농기계센터 등 기능을 연결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삶의 기반’을 확보해야 실험도 가능합니다.
삶을 바꾸려면, 내가 다른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직장(제2의 공간)도 아니고, 집(제1의 공간)도 아니며,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서관과 공원, 광장 등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교류하고, 휴식하며,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비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사회적 공간을 의미합니다.
일본 교토의 ‘마치노바(まちのば)’는 지역 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동네 커뮤니티 거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공부방, 동네 손공예 교실, 1인 가구 밥상 모임, 시니어 바리스타 실험까지 다양한 활동이 벌어집니다. 공간은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며,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자가 되도록 돕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의 공공도서관 Oodi의 사례에서 “제3의 공간의 진정한 역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Oodi 도서관은 모임공간, 놀이공간, 주방, 스튜디오, 회의실, 극장 등 책 읽는 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방문하는 시민을 환대합니다. 계
획 과정에서 워크숍, 전시회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설계 과정에 참여했고, 간판과 가구 디자인, 공간 배치, 제공할 서비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민 의견을 수집하고 검토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을 무료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촉진합니다. 뭔가를 살 필요도 없고 뭔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는, 하지만 방문하면 항상 환영받는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주에도 특별한 도서관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자리한 ‘우주로1216’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전문가들과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생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우주로1216’ 공간은 12세부터 16세까지만 출입할 수 있고, 내부 공간구성을 직접 디자인한 만큼 내부 운영규칙과 운영 프로그램도 매년 운영위원회 구성을 통해 스스로 정해가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서로 도서, 영화, 음악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과 도구를 활용해 만들기도 하며, 스튜디오 공간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고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농촌에는 마을회관, 경로당, 폐교 등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시민 실험의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시로 오전엔 노인 체조 교실을 운영하고, 오후엔 귀촌청년의 목공교실, 주말엔 마을장터를 운영하는 것처럼 하나의 공간이지만, 운영방식은 다기능적이고 다세대적으로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제3의 공간은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머무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곳입니다. 주민이 ‘참여자’가 아니라 ‘기획자’가 되는 첫걸음은, 바로 이런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삶의 전환을 위해 꼭 지방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주가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주만이 유일한 해답처럼 여겨지는 흐름에 질문을 던져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전환을 꿈꾸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곳에서 작게 실험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실험은 다음의 세 가지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내가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언제든 환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공간이 그러하고, 없다면 어디에 어떤 공간이 만들어지면 좋을까요? 누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전환을 도모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과 행정이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Carlos Moreno, 15-Minute City 개념 제안자, Paris City Council 정책 보고서(2020)
글: 안영삼 사회혁신팀 팀장,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