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가라”, “창업하라”는 구호가 과연 시민 모두에게 유효할까요. 우리 모두 생애주기든, 개인의 삶의 방향이든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직하기도, 퇴직하기도, 창업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관계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전환기 시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공간·경제적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품은 고민의 실마리를 '전환하는 시민, 전환하는 사회' 연재를 통해 나눕니다.
1편 핵심 모아보기 📙
- 기존 시민 참여는 구조에 들어가는 ‘참여자’였다면, 소셜디자이너는 문제를 발견하고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는 ‘기획자’입니다.
- 전통적인 시민 운동은 구조 개혁을 목표로 한다면, 소셜디자이너는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변화시킵니다.
- 시민이 삶의 기획자가 될 때, 도시와 지역사회도 함께 바뀔 수 있습니다.
2편 돈: 지원해주면 끝인가요?
3편 구조: 열정만으로 굴러가나요?
4편 공간: 지역으로 꼭 가야해요?
5편 공공: 행정은 관리자인가요?
6편 커뮤니티: 조건이 필요한가요?
왜 지금, 시민의 새로운 모습이 필요할까?
우리는 지금, ‘참여하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하고, 동네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일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활동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놓은 자리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기획하고 설계한 주체는 따로 있고, 시민은 그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문제는 하나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지역소멸, 세대 갈등 같은 이슈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시민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사는 곳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실행하는 시민입니다. 말하자면, 삶을 기획하는 시민, 다시 말해 ‘소셜디자이너’입니다.
봉사자가 아닌 ‘기획자’로서의 시민
소셜디자이너는 전문가나 공무원이 아닙니다.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작게라도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직업재활훈련을 받는 장애인들과 함께 커피찌꺼기를 수거해 점토나 연필, 인테리어 물품 등을 제작합니다. 커피찌꺼기 수거와 제품의 생산 과정에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 청년은 카페를 운영하며, 음료과 베이커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 공간으로서 청년, 지역주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다양한 지역의제를 발굴하는 활동을 합니다.
단순히 친환경 캠페인을 하거나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를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활동은 ‘봉사’나 ‘참여’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그 실험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든다고 믿는 시민들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런 사람들을 ‘소셜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사회문제를 특별한 사람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과 연결된 방식으로 작게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민상이 아닐까요?

2024 사회적가치투자대회에 참여한 소셜디자이너 10인
기존 시민운동과 무엇이 다를까?
전통적인 시민운동은 대개 집단적인 요구, 구조적인 변화를 목표로 했습니다. 서명운동, 시위, 입법청원 같은 방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셜디자이너는 작고 구체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 차이는 전략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시민은 "불편을 참아야 하는 소비자"나 "요청만 하는 수혜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기획하고 실험하는 파트너"입니다. 지역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동네 아이들을 위한 야간 놀이터 프로그램을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는 식입니다.
이런 실천은 '운동'이라기보다는 삶의 기획이고, 그것이 쌓이면 지역이 달라지고, 나아가 사회도 바뀔 수 있습니다.
“누가 이 실험을 시작해야 할까?” 시민이 바뀌면, 사회도 바뀐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가 이 실험을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은 거창한 조직도, 큰 자금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누구든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실험해볼 수 있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며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소셜디자이너의 방식입니다.
강원도 홍천의 삼삼은구 김인호 소셜디자이너는 농촌 지역에서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자원순환텃밭 모아’를 만들었습니다. 강원도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 실험 제안으로 선정되어 마을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를 모으는 활동에 마을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소통과 환경 교육으로 인식을 바꿔나갑니다.
쓰레기 수거 활동 과정에서 마을의 쓰레기 관리 뿐 아니라 독거노인의 돌봄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행정과 군의원, 농협, 환경공단 등과 영농폐기물 문제를 공론화하는 활동도 벌였습니다. ‘자원수환텃밭 모아’ 활동도 25년부터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인정받아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춘천 사회혁신센터는 시민이 느끼는 문제를 사용자 입장에서 논의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생활실험(리빙랩)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별에서 온 그대)’ 생활실험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학습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생활실험 검증 과정에 춘천시와 춘천지원교육청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어 느린학습자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5 꿈의 극단 신규 거점기관으로 선정되어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교육을 중심으로 한 ‘꿈의 극단’ 사업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마을 ‘케어카페’ 생활실험 역시 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을 쉬고 있는 간호사들이 지역 주민들을 상담해주는 활동이었는데 간호사들의 열정이 모여 지속 가능한 단체활동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어르신 건강상담을 통해 지역사회의 다른 활동과도 연계하며 지역사회돌봄의 마중물 역할도 수행합니다. 춘천시 사회혁신센터는 시민의 실험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출발은 “참여하라”가 아니라 “기획하라”는 초대에서 비롯됩니다. 봉사자를 넘어 기획자가 되는 것,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삶의 모습을 스스로 기획하는 것, 이런 초대의 자리가 많아지면 시민이 바뀌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출처
춘천문화재단, 5년간 느린학습자 '꿈의 극단' 운영한다, 느린IN뉴스
우리 동네 문제는 우리가 찾아 우리가 푼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글: 안영삼 사회혁신팀 팀장,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
“지역으로 가라”, “창업하라”는 구호가 과연 시민 모두에게 유효할까요. 우리 모두 생애주기든, 개인의 삶의 방향이든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직하기도, 퇴직하기도, 창업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관계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전환기 시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공간·경제적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품은 고민의 실마리를 '전환하는 시민, 전환하는 사회' 연재를 통해 나눕니다.
1편 핵심 모아보기 📙
2편 돈: 지원해주면 끝인가요?
3편 구조: 열정만으로 굴러가나요?
4편 공간: 지역으로 꼭 가야해요?
5편 공공: 행정은 관리자인가요?
6편 커뮤니티: 조건이 필요한가요?
우리는 지금, ‘참여하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하고, 동네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일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활동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놓은 자리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기획하고 설계한 주체는 따로 있고, 시민은 그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문제는 하나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지역소멸, 세대 갈등 같은 이슈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시민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사는 곳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실행하는 시민입니다. 말하자면, 삶을 기획하는 시민, 다시 말해 ‘소셜디자이너’입니다.
소셜디자이너는 전문가나 공무원이 아닙니다.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작게라도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직업재활훈련을 받는 장애인들과 함께 커피찌꺼기를 수거해 점토나 연필, 인테리어 물품 등을 제작합니다. 커피찌꺼기 수거와 제품의 생산 과정에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 청년은 카페를 운영하며, 음료과 베이커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 공간으로서 청년, 지역주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다양한 지역의제를 발굴하는 활동을 합니다.
단순히 친환경 캠페인을 하거나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를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활동은 ‘봉사’나 ‘참여’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그 실험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든다고 믿는 시민들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런 사람들을 ‘소셜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사회문제를 특별한 사람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과 연결된 방식으로 작게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민상이 아닐까요?
2024 사회적가치투자대회에 참여한 소셜디자이너 10인
전통적인 시민운동은 대개 집단적인 요구, 구조적인 변화를 목표로 했습니다. 서명운동, 시위, 입법청원 같은 방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셜디자이너는 작고 구체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 차이는 전략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시민은 "불편을 참아야 하는 소비자"나 "요청만 하는 수혜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기획하고 실험하는 파트너"입니다. 지역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동네 아이들을 위한 야간 놀이터 프로그램을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는 식입니다.
이런 실천은 '운동'이라기보다는 삶의 기획이고, 그것이 쌓이면 지역이 달라지고, 나아가 사회도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가 이 실험을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은 거창한 조직도, 큰 자금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누구든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실험해볼 수 있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며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소셜디자이너의 방식입니다.
강원도 홍천의 삼삼은구 김인호 소셜디자이너는 농촌 지역에서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자원순환텃밭 모아’를 만들었습니다. 강원도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 실험 제안으로 선정되어 마을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를 모으는 활동에 마을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소통과 환경 교육으로 인식을 바꿔나갑니다.
쓰레기 수거 활동 과정에서 마을의 쓰레기 관리 뿐 아니라 독거노인의 돌봄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행정과 군의원, 농협, 환경공단 등과 영농폐기물 문제를 공론화하는 활동도 벌였습니다. ‘자원수환텃밭 모아’ 활동도 25년부터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인정받아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춘천 사회혁신센터는 시민이 느끼는 문제를 사용자 입장에서 논의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생활실험(리빙랩)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별에서 온 그대)’ 생활실험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학습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생활실험 검증 과정에 춘천시와 춘천지원교육청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어 느린학습자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5 꿈의 극단 신규 거점기관으로 선정되어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교육을 중심으로 한 ‘꿈의 극단’ 사업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마을 ‘케어카페’ 생활실험 역시 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을 쉬고 있는 간호사들이 지역 주민들을 상담해주는 활동이었는데 간호사들의 열정이 모여 지속 가능한 단체활동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어르신 건강상담을 통해 지역사회의 다른 활동과도 연계하며 지역사회돌봄의 마중물 역할도 수행합니다. 춘천시 사회혁신센터는 시민의 실험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출발은 “참여하라”가 아니라 “기획하라”는 초대에서 비롯됩니다. 봉사자를 넘어 기획자가 되는 것,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삶의 모습을 스스로 기획하는 것, 이런 초대의 자리가 많아지면 시민이 바뀌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출처
춘천문화재단, 5년간 느린학습자 '꿈의 극단' 운영한다, 느린IN뉴스
우리 동네 문제는 우리가 찾아 우리가 푼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글: 안영삼 사회혁신팀 팀장, 최나현 사회혁신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