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사회혁신, 더 큰 도전을 향해 ⛵

2026-07-21

희망제작소와 카카오가 함께 준비한 <대한민국 사회혁신 컨퍼런스 2026(SIC 2026)>이 지난 7월 1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희망제작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사회혁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발제자와 패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현장을 가득 채워주신 200여 명의 참석자 덕분에 열기가 유독 뜨거웠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준 기조연설부터 ‘지역순환경제와 공공혁신’, ‘사회적가치 측정과 자원연계’ 등 사회혁신의 내일을 밝힌 다채로운 세션의 핵심 이야기를 세 꼭지로 쏙쏙 골라 전해드립니다.



🍀 일상의 혁신에서 구조의 혁신으로


첫 세션은 사회혁신의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도전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지난 20년의 사회혁신을 세 흐름으로 짚었습니다. 일상의 혁신에서 출발해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성장했고,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정책 실험의 공간이 넓어졌다는 점인데요. 그러나 행정·제도의 지원에 기대어 성장한 탓에 그 지원이 사라졌을 때 생태계가 함께 위축되는 취약성도 드러났다고 짚었습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더 넓은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21세기를 관통하는 세 가지 구조적 변동, 즉 사회 분열, AI의 부상, 생태 위기를 짚으며 사회혁신이 움직여야 할 맥락을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기술과 생태가 뒤섞인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사회혁신의 역할을 다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키노트를 맡은 하승창 이사장과 김홍중 교수의 발제를 요약해 전합니다.



🔔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사회혁신의 더 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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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하는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의 모습



희망제작소 창립 20주년을 맞아 돌아본 우리 사회혁신의 역사는 지하철 높낮이 손잡이와 같은 '일상의 혁신'이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했습니다. 1990년대 참여연대 등이 주도했던 거대 제도 중심의 시민운동을 넘어, 구체적인 삶의 공간을 바꾸는 작은 아이디어가 사회 전체를 바꾸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온 시간입니다. 이후 소셜이노베이션 캠프, 씽크카페, 서울시 정책박람회부터 문재인 정부의 광화문 1번가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드는 플랫폼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완주 로컬푸드 시스템이나 민관 협력의 보편적 모델이 된 중간지원조직의 전국적 확산 등 시민참여는 거버넌스의 영역으로까지 꾸준히 확장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의 폭발적인 외연 확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혁신 생태계는 일종의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도된 훌륭한 혁신 사례들이 개별적인 '좋은 사례'에 머물렀을 뿐, 사회 전체의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변화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서울시나 중앙정부 등 행정 권력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에 지나치게 결합해 성장하다 보니 정권 교체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생태계 전체가 쉽게 위축되는 취약성을 드러냈습니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주체들의 독자적인 자립 토대와 프로그램 구조를 단단하게 갖추지 못했던 점은 우리가 마주한 성찰 과제입니다.


우리는 인구 구조 급변, 기후위기, AI 기술 혁명 등 기존의 정책과 계획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난제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제는 '사회혁신 1.0'의 패러다임을 넘어, '일상의 혁신에서 구조의 혁신으로' 나아가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과 지방자치법 개정 등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원을 동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제도적 법 기반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복합적 난제가 압축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 무대로 삼아, 단순한 수치적 변화가 아닌 사회적 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혁신 2.0의 여정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21세기를 횡단하기


지난 2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후재난, 코로나 팬데믹 등 '아래위가 뒤집히는' 파국적 사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근대적 낙관주의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세 가지 거대한 구조적 변동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람을 잇던 도덕적 규범인 '사회적인 것(social)'이 계급·세대·젠더·이념의 축으로 갈기갈기 쪼개진 현실입니다. 둘째는 공론장을 무력화하고 인간의 존재 방식을 급속도로 바꾸는 알고리즘과 AI의 부상이며, 마지막은 인간이 자연을 지질학적으로 변화시키며 생존을 위협하는 인류세의 도래입니다. 우리가 연대와 공존의 공간으로 생각한 사례들이 극렬하게 쪼개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혁신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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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하는 김홍중 서울대 교수의 모습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미래로의 단순한 적응을 넘어, 삶의 문법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고통스러운 '시대횡단'이 필요합니다. 20세기의 배움과 자본주의적 관념으로는 지금의 청년들과 복합적인 기후·기술 난제들을 결코 제대로 읽어낼 수 없습니다.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애가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통째로 거부하며 인간 중심적 관념을 깨뜨렸듯이 소극적이나 극렬한 저항은 이미 현실의 새로운 주체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단순히 인구의 문제를 넘어 이 자본주의 세상에 삶을 이어가는 것에 질문합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여성·동물·장애 등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얽힘과 연결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새로운 21세기를 뚫고 나오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희망'은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낙관주의(Optimism)와 본질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진정한 희망이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망의 끝에서, ‘이대로 안되는데도 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희망제작소는 정책과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기존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넘어, 대중의 마음을 읽는 '필탱크(Feel Tank)'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불안, 두려움, 좌절감, 종말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끌어올려야 합니다. 느리고 힘들지라도 이 감정들을 횡단하며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혁신의 동반자, 시민사회의 자산과 새로운 역할 


이날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민사회 경험 자산화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혁신의 한 뿌리가 되어온 시민사회의 역할을 짚어보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연구를 맡은 박자민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선임연구원의 발제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오늘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중간지원조직, 소셜벤처, 기업 ESG 등 눈에 띄게 다양해졌고 사회혁신이라는 언어도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과거 시민사회의 오래된 언어는 비판과 감시라는 '운동'이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어떤 대안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갈증이 자라나며 직접 대안을 만드는 사회혁신을 스스로 발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재정 환경의 변화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등 외부적 압박도 존재했지만, 시민사회에 있어 사회혁신은 운동의 한계를 넘어 세상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치열하게 분투해 온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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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경험 자산화 연구’를 바탕으로 발표에 나선 박자민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선임연구원의 모습



“더 효율적인 주체들이 나타났으니 시민사회의 몫은 끝난 게 아니냐”라는 회의적인 질문에 대해 본 연구는 시민사회가 단순한 조직 유형을 넘어 '공공성을 실천하는 법을 익히는 훈련장'이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시민사회의 6가지 자산은 구조를 보는 '비판적 문제의식', 모두에게 좋은 일인가를 묻는 '공공성의 감각',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성', 과정의 정당성을 지키는 '민주적 절차 감각', 신뢰를 남기는 '과정 중심의 태도', 그리고 부족한 조건에서도 기어이 길을 내는 '실행력'입니다. 많은 인재가 거쳐 간 이 공간은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데 중심을 잡아주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임팩트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그 말이 텅 비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해집니다. 좋은 일을 하겠다는 주체가 많아질수록 그 일이 정말 공공의 이익을 향하는지,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밀려나는 사람은 없는지 묻는 비판적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수행한 박자민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선임연구원은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이 많아질 시대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묻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일을 할 사람을 길러낼 토대가 더 필요하다”라며 “시민사회는 종착지가 아닌 좋은 일이 출발하는 가장 깊은 뿌리에 가깝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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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지속을 묻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남기는가> 현장


시민사회를 거쳐 다른 섹터로 이동한 활동가들이 모인 토크콘서트 <지속을 묻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남기는가>도 이어졌습니다. 패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두루 거친 시만사회의 경험이 무엇을 남겼는지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전합니다.


  • 🙋 윤종화 (대구시민재단 대표이사): 사회혁신의 본질은 연결에 있으며, 경쟁과 이익을 추구하던 다른 섹터들의 생소함과 그 안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대화로 묶어낼 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집니다.
  • 👧 이다현 (옥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팀장): 행정은 현장 전문성을 가진 시민사회를 주요 플레이어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트렌드에 휩쓸리기보다 고유한 의제에 대한 깊이를 더하고 공적 의제 안에서 단체 간 협업과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 👱박현수 (법무법인 바른 컨설턴트): NGO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대해 왔다면 영리(ESG)는 재무적 영향과 리스크를 수치화해 기업을 변화시키며, 이제는 시민사회도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내부 리스크를 뾰족하게 짚어내며 오래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 👦 정승훈 (이노소셜랩 연구원): 사회혁신의 일은 노동 시장의 불인정, 성과 증명 등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개인에게 불안을 전가하기 쉬우므로,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살피는 조직 문화의 내재화와 장기적 실험을 보장하는 자원 설계 등 협력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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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시민사회가 일궈온 유산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생태계를 기대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당사자 중심의 연결과 연대를 확장해 갈 사회혁신가들의 다음 걸음을 응원합니다


희망제작소 창립 20주년 기념 <대한민국 사회혁신 컨퍼런스 2026>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우리 사회의 의제를 깊이 있게 다룬 컨퍼런스로 여러분 곁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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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지금, 희망제작소 20주년 캠페인 '희망, 다시 희망' 참여하기에서 그 변화에 함께해보세요.


정리: 방연주 시민연결팀 팀장 | 사진: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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