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좌담 | '동네법통'과 지자체 협력해 ‘주민돌봄 파트너’로

2026-05-07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해야 할 때, 혹은 치매로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까지. 출생에서 상속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적 조언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고령화, 주거 불안, 빈곤 등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를 법무사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이어 지역밀착형 법률 서비스의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 현장을 전한다. 전국 거의 모든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무사들이 지자체 등과 협력해 ‘공공의 조력자’로서 지역에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태영 대한법무사협회 상근부협회장의 사회로 이충희 법무사((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사무총장), 정경국 법무사(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사단 단장), 정정훈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홍보위원장)과 정창기 희망제작소 대외협력국장, 한상규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연구위원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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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필요해지는 성년후견, 아직 두터운 현장의 벽

 

김태영(사회) : 먼저 성년후견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이충희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는 대한법무사협회가 성년후견제도 안착을 위해 2011년 설립한 국내 최초 성년후견 전문법인입니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부터 본격 시행됐는데요, 법인도 전국 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인 등으로 선임받아 활동합니다. 특히 법인은 자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 등 까다로운 케이스를 맡습니다. 후견인은 법원의 감독 하에 피후견인이 하기 어려운 금융업무·법률적 판단을 대신할 뿐 아니라 수술 동의나 요양시설 입소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신상 보호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피후견인의 복리증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제가 담당하는 분은 조현병을 앓는 여성인데, 병식이 없어 약 복용이나 입원을 심하게 거부합니다. 관리비, 공과금 납부부터 임대차 계약까지 제가 대리하고 있어요. 특히 식사를 제대로 못해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자기 방임의 모습을 보이고, 심야에 이웃집에 욕설을 퍼부어 이웃 주민이 저한테 분리조치를 요청해왔습니다. 신상보호 측면에서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가정법원에 정신병원 입원허가 청구를 해둔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후견인은 은행 잔고 증명서 하나 받기도 어렵습니다. 은행이나 주민센터에서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죠. 제도를 설명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과도하게 써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1인가구 비중이 늘고 고령화도 심화되어 성년후견제도 이용률은 높아질 거예요. 국가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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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무사협회의 이충희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사무총장, 김태영 상근부협회장, 정경국 전세사기피해지원 공익법무사 단장(사진 윗줄 왼쪽부터) / 한상규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연구위원, 정정훈 대한법무사협회 홍보위원장, 정창기 희망제작소 대외협력국장(사진 아랫줄 왼쪽부터)


김태영(사회) : 정부에서 내놓은 ‘AI(인공지능) 민생 20대 프로젝트’를 보면 인허가 도우미가 있습니다. 법무사님들의 역할변화도 있을 거 같아요.

 

이충희 : 성년후견 분야에서 법무사의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AI는 피후견인의 은행 잔고나 병원 진료 기록을 분석해 적정 생활비를 계산할 수 있겠지만,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어눌한 말투나 발달장애인의 불안한 눈빛을 읽는 건 현장을 방문한 법무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어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요. 본인의 이름을 걸고 끝까지 책임지는 법무사의 사명감이 공공성의 핵심 가치이죠.


AI 인허가 도우미는 복잡한 법령을 순식간에 해석하고 서류의 완결성을 체크해 행정 효율을 높일 거예요. AI는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법무사는 그 정답이 의뢰인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해답을 만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에서 법무사의 조정·협상 능력이 위력을 발휘할 거예요.

 

정정훈 : 등기 하나에 쟁점이 100가지도 넘게 숨어 있어요. 서류 안에서 예방적으로 사기를 읽어내는 건 현장에 답이 있거든요. AI의 맹점은 사회적 해결 능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안양 동안구가 토지거래 허가 구역인데, 임차인이 거의 2년을 살았고 3월 20일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어떤 신혼부부가 이 집을 매수했는데, 왜 샀냐고 했더니 AI에게 질문했다는 겁니다. "임대차가 종료되면 들어갈 수 있겠냐"고만 물었지, 계약갱신청구권 얘기는 빼고 질문한 거예요.


AI는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사용자가 잘못된 질문을 던질 경우 신속하게 '잘못된 확신'을 강화하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법무사의 맞춤형 설명은 국민이 복잡한 법률 체계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 국민의 재산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정창기 : 이충희 사무총장님께서 성년후견인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지역 내 요양사, 복지사, 공무원들과 협력이 구축되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이충희 : 솔직히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후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어요. 복지관에서 후견이 필요한 독거노인을 발굴해 지자체에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를 요청했는데, 공무원이 비용 문제를 먼저 꺼내며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우리가 서류(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서)도 만들겠다고 했는데도요. 성년후견개시를 청구할 가족이 없는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성년후견개시 청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년후견제도는 이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후견인은 거의 매년 후견사무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니 그에 대한 부담도 성년후견제도를 기피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상규 : 보건복지부에서도 제도에 대한 홍보를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이 중요할텐데요. 사실 법무사들이 사례를 발굴하고, 필요한 분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나 방문요양사 등 현장에 있는 분들의 협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요. 

 

전세사기, 예방이 먼저다

 

김태영(사회) : 성년후견제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할 거 같군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서도 법무사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정경국 : 550명의 법무사로 구성된 공익법무사단이 4년째 전국 임대차피해 민생 현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사단입니다. 사기란 낱말이 안 들어가요. 꼭 사기가 아니더라도 피해를 입는 임차인들이 있거든요. 지원의 폭을 더 넓게 본 거죠. 2022년부터 빌라왕 등이 벌인 전세사기사건이 드러나고 피해가 늘어나자, 정부가 서울 화곡동에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처음 열었어요. 공익법무사단은 2022년 10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법률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경기·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거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률상담 뿐 아니라 경·공매 대행,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 신청, 전국 찾아가는 상담서비스, 기타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위한 지급 명령 소장 작성 등으로 전세피해를 겪는 국민을 지원하고 있죠.


대한법무사협회 차원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임차권 등기 절차가 간소화됐죠. 이전에는 등기가 임대인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겨 피해자가 곤란을 겪었는데, 이제는 신속하게 완료됩니다. 그리고, 과거 주택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등기 신청 전에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상속인을 대위하여 상속등기를 선행해야 했습니다. 임차인은 이 과정에서 상속인이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 채권 매입 등의 비용을 부담했었는데, 협회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위상속 등기 없이도 주택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상규 :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경국 : 학자금 대출에 전세자금 대출까지 빚으로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전세사기를 당하면 감당을 못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보증금이 제대로 공시되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그래서 협회는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현재 박용갑·윤종오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이 등기부에 공시되면, 몇년치 보증금 내역이 쌓여 깡통전세나 무자본 갭투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신탁 전세사기도 막을 수 있고요. 주택임대차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나온 법률 전문가가 권리분석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책임을 지게 되죠. 법무사가 어떤 잠재적인 문제가 있는지 현장에서 파악하면 예방으로선 최고이겠죠.

 

정정훈 : 현장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6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에서 한 집에 들어간 임차인은 전체 보증금 합계를 알 수 없어요. 임대사업자가 의료보험을 미납했으면 그 피해도 임차인에게 갑니다.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법이 제정되면 현장에 법무사가 나간단 말입니다. 이 말을 하면 법무사들이 밥그릇 지키는 소리한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신탁부동산 문제 설명만 해줬어도 사회초년생들이 죽을 일은 없었을 거예요.

 

 

법률서비스와 통합돌봄사업이 만날 때

 

정창기지역은 인구가 감소하니 필수 서비스가 빠져나가고 정주 여건이 나빠지면서 이 때문에 다시 인구가 주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는 게 중요합니다. 교육, 의료와 함께 법률서비스가 핵심이죠. 특히 정부가 돌봄·의료복지·주거를 통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법률 이슈가 필연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죠. 법률서비스 제공자로서 법무사가 지역의 다른 서비스 공급 주체들과 유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만들어갈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한상규 : 통합돌봄의 컨트롤타워는 지자체인데, 수혜자 중심으로 보면 법무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임대차, 후견, 채무, 상속 모두 통합돌봄과 연결됩니다. 지자체와 법무사가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정훈 : 법무사는 지역에서 다양한 분쟁을 해결해 왔어요. 등기부 제대로 읽는 법 등을 주민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지자체에서 마련해 주면 전세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겁니다. 임대차 피해를 예방하고 싶으면 사후적인 상담이 아니라 사전 상담을 해야 해요.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서 일대일매칭을 시켜줄 수도 있겠죠. 지자체에서 전시행정식으로 법무사의 봉사만 요구하면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연결은 어렵습니다. 지자체에서 적절한 지원과 제도적 문호를 열어줘야 합니다.

 

이충희 : 후견 업무를 10년 정도 해왔는데, 후견인의 재산관리만 하더라도 그 속에 상속, 채무 변제, 임대차 계약, 명도 소송, 경매까지 모든 법률이 녹아 있습니다. 통합돌봄사업에 있어 법무사가 최적의 파트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태영(사회) : 전국 229개 시군 중 법무사가 없는 지역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옹진군 단 두 곳뿐입니다. 민생과 밀접한 곳에는 항상 법무사가 있어요. 서울시는 마을법무사 사업의 성과를 체감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통합돌봄과 연계해 법률서비스가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함께해주길 기대합니다.


정리: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한상규 연구위원 

사진: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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