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주민들의 통 큰 아이디어는?

2026-04-07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국 곳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충남 청양, 충북 옥천, 경남 남해 등 세 지역의 실험은 같은 정책이 어떻게 다른 현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비 지원에 머물 것인가, 지역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현장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주민들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살펴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해군의 핫 이슈는 농어촌기본소득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인구소멸위기지역’ 10곳을 시범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남해군이 그 중 하나입니다. 올해부터 모든 주민에게 지역화폐로 매달 15만 원씩 2년 동안 지급합니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지역소멸이란 위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지역의 인구가 빠져나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갑니다. 지역 경제는 쪼그라들고 기본적인 상점 등 인프라가 무너집니다. 전북 무주 관내 마을 80% 이상은 식료품점 없답니다.(<오마이뉴스>) 그러니 다시 사람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이 악순환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실험인 셈이죠.

시범사업을 향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듭니다.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총사업비는 올해만 702억 원입니다. 그중 국비가 280억 8000만 원(40%), 지방비가 294억 8400만 원(42%), 도비가126억 3600만 원(18%)입니다. 남해군 올해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3.7% 껑충 뛴 8,000억 원대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습니다. 경남 산청군은 군 재정 여건이 열악해 아예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본소득 예산 때문에 다른 복지 예산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죠.(<조선일보>)


재정부담…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한 때 좌초 위기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은 한때 좌초 위기를 겪었습니다. 경남도의회가 도비 126억 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지방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고요, 다른 시군과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남해군 의원들이 경남도의회 앞에서 삭발 시위까지 벌인 끝에 경남도의회는 예산을 전액 되살립니다. 그러면서 경남도의회는 “정부 주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국비 지원을 확대하라“는 대정부 건의안을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4(국비):6(지방비) 비율인데 국비로 80% 이상 충당하라는 것이죠. (<남해신문>)

남해 농어촌기본소득 실험은 시작됐습니다. 벌써 인구가 늘었습니다. 남해군은 2021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계속 인구가 줄었는데요. 2025년 10월 3만9천 명이던 인구가 두 달 만에 4만770명으로 늘었습니다. 부산 사하구에서 온 전입이 가장 많았습니다.(<경남신문>) 남해군은 실거주자가 아닌 신청자들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남해 뿐 아니라 시범사업 대상 10개 군 모두에서 인구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남해군 안에서 지역별 증가를 보면, 전입자 수는 남해읍이 391명으로 가장 많고, 창선면 296명, 남면 175명, 삼동면 144명 등입니다.(<경남신문>) 읍이 가장 많은 게 보이시죠? 시범 사업지를 군 단위로 선발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읍으로 집중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지역상품권 사용처를 둘러싸고도 논란입니다. 원래 취지에 맞으려면 거주지 주변으로 사용 범위를 한정해야 합니다. 면 단위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이요. 그런데 면 주민들은 그러면 쓸 곳이 없다고 합니다. 편의 시설이 읍에 몰려있으니까요. 최근 구성된 남해군 기본소득위원회는 면 거자가 농어촌기본소득을 읍에서 쓸 수 없고 읍 거주자는 면에서 쓸 수 있도록 결정했는데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병원, 약국, 학원, 안경점, 영화관은 예외죠. 이 외에도 앞으로 여러 민원과 논란이 발생할 거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하동 등 인근 지역에선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범사업은 달성해야 할 목표치가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지역화폐 회수율, 읍면 소비 균형도), 인구(인구 유지 및 유입률, 생활인구 안정성), 사회적 지표(군민 삶의 질 만족도 공동체 결속력)입니다. 

심재헌 농어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홈페이지에 “근본적으로 지역소멸과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며 “그럼에도 이번 시범사업은 약 24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무조건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썼습니다. 성주인 연구원은 “매달 일정 소득을 지급하여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육성, 매력적 정주공간 조성, 미래 인적 자원 유치와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 기회 제공 등 진행 중인 농촌정책 방향과 부합하게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기본소득 해외사례와 시사점 : 핀란드·캐나다·케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기본소득 효과 검증을 위해선 삶의 만족도와 사회 참여율 등 ‘비경제적 성과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도농격차 해소할 수 있을까?

앞서 2022년 3월부터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서 ‘농촌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12월까지입니다. 청산면 주민 3,900여 명에게 5년간 매월 15만원 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이죠. 중간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인구는 2021년 3,895명에서 2022년 4,217명으로 322명(8.3%) 증가했다가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엔 4,068명입니다. 연천군 전체 인구수가 그간 4.3% 준 데 비해 청산면은 3.5% 늘었으니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만, 주거 등 인프라 부족으로 더 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문제는 이 인구가 어디에서 왔느냐죠. 이입 인구의 40%가 포천과 동두천, 양주 등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에서 옮겨 왔습니다.(<뉴스타파>)  도농격차 해소에는 한계를 보인 셈이죠. 지난해 중간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시행 전 대비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교류 등 89개 문항 중 39개 지표가 개선됐습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 효과 분석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22~2024년 청산면에는 미용실, 정육점, 편의점 등 가게 39곳이 새로 생겼습니다.


소비를 너머, 공유공간 마련 나선 주민들

농어촌기본소득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까요? 이 문제를 고민하는 남해 주민들이 있습니다. 상주면민인 안병주 씨는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선정 과정에서 15만 원 중 일부를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습니다. 그의 고민은 이렇습니다. 

“현재 농어촌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소비쿠폰'이다. 단순히 '소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는 어렵다. 도시와 농어촌의 불평등한 구조는 그대로고, 단지 시혜적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온갖 민원이 속출할 것이다. 기준도 사례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돈은 지역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하다. 돈 때문에 관계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주권자의 정체성 보다 소비자의 정체성이 훨씬 강해져버렸다. 이 관계를 전복시키는 즐거운 상상과 재미난 실천이 필요한 때다. 기본소득이 이 실천의 마중물이 된다면 어떤게 가능할까?” 

그래서 개인들이 뭉쳐 새로운 실험을 벌입니다. 안병주 씨 등 5명이 자기 기본소득을 털기로 한 거죠. 이들은 남해읍에 전세 2천만 원짜리 공유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받은 대출의 이자는 함께 내기로 했고요. 정해진 건 없습니다. 누구나 이곳에서 책 모임도 하고 같이 놀 수도 있습니다.

 

b435a609582f0.png

안병주 씨 등 5명이 마련하고 있는 공유공간. ⓒ안병주 페이스북 갈무리


이 공간 실험은 선례가 있습니다. 전남 순천에는 있는 ‘공유공간 너머’입니다. 임경환 재미난협동조합 이사장이 개인 연구실로 빌린 집을 모두에게 개방한 게 시작입니다. 누구나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고 청소도 빨래도 하고 싶은 사람이 합니다. ‘너머’에는 ‘모두의 냉장고’ ‘모두의 서랍’ ‘모두의 돈통’이 있습니다. 음식, 물건, 돈을 넣고 싶은 사람이 넣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엉망이 됐을까요? 잘 돌아갔습니다. 누군가 청소를, 누군가 빨래를 했고, 누군가 공과금을 냈습니다. 돈통에 돈이 빈 적이 없습니다. 인간을 향한 신뢰를 체감하는 공간이 된 거죠.

남해 여성농민회의 결단도 놀랍습니다. 기본소득을 계기로 지역 여성 청년 예술가 안지원 씨를 매달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청년 농어민은 정부 지원금이 없는데 예술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랍니다. 조건은 없습니다. 지원 씨가 가끔 노래해 주면 된답니다.(저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차에 기름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인구 늘리기도 쉽지 않지만, 인구만 는다고 지역소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겁니다. 핵심은 살고 싶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겠죠. 만약 실험이 끝나고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으로 확대할 경우, 매년 4조 9,010억 원이 소요됩니다.(<세계일보>) 이 비용을 설득할 만한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글: 김소민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연구위원



희망제작소


주소 03978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4층

대표 윤석인  |  사업자번호 101-82-14123

Tel. 02-3210-0909  |  Fax. 02-3210-0126

E-mail. hope@makehope.org  | 후원 KEB하나은행 271-910002-36004 (재)희망제작소

© makehope. All Rights Reserved.




희망제작소

주소 03978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대표 윤석인  사업자번호 101-82-14123

전화 02-3210-0909  팩스 02-3210-0126

이메일 hope@makehope.org

© 2024 Makehope. SITE BY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