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옥천군 농어촌기본소득, 지역의 단비가 될 수 있을까

2026-04-06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국 곳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충남 청양, 충북 옥천, 경남 남해 등 세 지역의 실험은 같은 정책이 어떻게 다른 현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비 지원에 머물 것인가, 지역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현장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주민들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살펴봅니다. 


최근 충북 옥천군은 오랜만에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옥천군이 추가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굳건할 것 같던 인구 5만 명이 무너지며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던 시점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선정 이후 3개월간 인구가 1천7백 명가량 늘었고, 기본소득이 처음 지급된 2월 말부터 읍내 상권에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한편, 2년이라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쌓이고 있습니다.


농어촌기본소득, 옥천은 배부른 지역?

사실 선정 과정에서 옥천군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소멸 지역이라기엔 너무 큰 거 아니야?”
“옥천을 지원할 예산으로 작은 지역 두 곳을 선정하는 게 낫지 않나?”

실제로 옥천은 인구 5만 명에 가까운 비교적 큰 군이고, 대전과 인접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읍내를 지나 면(面) 지역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돈은 생겼는데, 쓸 곳이 없네


기본소득 지급이 확정되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사용처였습니다. 읍내 상권으로 소비가 쏠릴 것을 우려하여 면 주민은 면에서만 기본소득을 사용하도록 제한을 두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면에 가게가 없습니다. 정말로 없습니다!

보통 면사무소 근처에 가게가 몰려 있지만, 지역에 따라 슈퍼 하나, 식당 하나만 겨우 유지하는 곳도 있는데요. 가게 하나가 문을 닫으면 주민들의 생활 기반이 흔들립니다. 두부나 우유 같은 신선식품을 사는 일조차 어려운 이른바 식품 사막(Food Desert)의 모습입니다.

이웃 면에 가게가 많다고 해도, 그곳까지 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버스는 하루 한두 대 지날 뿐이고, 그마저도 내가 가야 할 목적지로 곧장 연결되지 않습니다. 병원, 약국, 학원 등 일부 업종은 읍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읍내로 가려면 대전으로 나갔다가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들어와야 하는 마을도 있습니다. 인구 5만이라는 숫자 안에는 이렇게 고립된 주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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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주민생활돌봄공동체에서 안방 형광등을 교체하고 있는 모습 ⓒ이다현


돈 쓰고 끝내지 않고 지역이 연결될 수 있다면 


이 지점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은 질문을 바꿨습니다.

“그저 돈을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역을 지탱할 구조를 만들 수 없을까?”

핵심은 단순합니다. 면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 주민이 직접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동식 식료품 판매, 반찬 배달, 방문 세탁과 청소, 간단한 집수리 같은 것들인데요. 이런 서비스는 시장 논리만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수요는 있지만 수익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삶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연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인구가 적은 면 지역은 소매점이 생기더라도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장 논리가 아닌 공동체적 관점의 서비스 사업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수익을 최대화하기보다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면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된 사회적 협동조합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은 기본소득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다면 생활 기반이 취약한 면 지역은 생활 서비스 공백이 줄어드는 동시에 일정한 소득이 있는 일자리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면 지역도 꽤 살 만한 곳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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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주민생활돌봄공동체의 이불나눔 현장 ⓒ이다현





인구 1천여 명 마을에서 이미 시작된 작은 실험


이런 가능성은 옥천군 안남면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인구 1천여 명밖에 되지 않는 안남면은 2024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주민생활돌봄공동체’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사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집수리, 이불 세탁, 반찬 배달 등의 서비스를 지역 주민이 제공하며 서로를 돌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직접 파악하고, 자주 방문해 건강과 안부를 살핍니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은 멀리 있는 읍내 업체가 아닌 가까운 이웃을 찾습니다. 자주 만나다 보니 필요한 생활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발굴되었습니다. 2년 차에는 방충망 수리 서비스 인기가 높았고, 올해는 배수관 청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부 보조사업으로 운영되지만, 보조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에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필요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기회를 활용해 이러한 실험을 확장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시작된, 놓칠 수 없는 기회


비판도 많지만 농어촌 기본소득이 만들 수 있는 미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저 현금 15만 원을 받기 위함이 아닌, 그 돈이 만들어내는 관계 때문에 지역에 머무는 것. 이를 통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지역에 새로운 숨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옥천에서는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러한 구조를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옥천을 비롯한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이 그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이제 막 시작한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글, 사진:  이다현 옥천군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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