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이 전국 곳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충남 청양, 충북 옥천, 경남 남해 등 세 지역의 실험은 같은 정책이 어떻게 다른 현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비 지원에 머물 것인가, 지역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현장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주민들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살펴봅니다.
충남 청양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후, 단순한 소득 지원을 넘어 ‘주민이 스스로 개척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농촌형 기본사회’라는 새로운 비전 실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 주권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농촌의 구조를 전환하려는 사회적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양만의 독특한 실험, 기금사업
기금사업 청양형 농어촌 기본소득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지급 + 공동체 기금’이라는 점입니다. 월 15만 원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 모델이며, 추가 1만 원은 전액 군비로 공동체 기금에 적립되는 특화 모델입니다. 이 1만 원이 모여 형성되는 기금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 재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청양군은 네 가지 기금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부르면 달려가유, 心부름꾼’ 사업은 소규모 수리와 청소, 생필품 배달 등 읍면의 일상 문제를 주민이 직접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입니다. ‘마을돌봄 파트너’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복지와 경제를 동시에 연결합니다. ‘경로당 무상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공동체 관계를 회복합니다. ‘재생에너지 자립마을’은 주민이 생산과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연금형 모델로 지속 가능한 지역 순환 구조를 만들어갑니다.

청양군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순회 간담회 ⓒ심수진
현실의 벽: 사회혁신보다 편의 민원에 머문 논의
청양형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 주체들의 역할이 분명해야 합니다. 행정은 재정과 정책의 틀을 설계하고, 중간지원조직은 교육과 컨설팅, 조정을 담당하며 실제 실행은 주민조직이 맡아야 합니다. 특히 읍면 단위 주민자치회와 실행법인은 단순한 참여기구를 넘어 공공서비스 전달과 공동체 기금 운영의 주체이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 조직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이러한 방향으로 충분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간담회에선 사용처 제한 완화, 카드 결제 오류 개선, 업종 확대, 생활권 규정 등 소비의 기술적 문제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정책 담론 자체가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실거주자 확인, 특정 업종 편중, 생활권 분리로 인한 소비 제한 등의 현상은 제도 설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스템 정비를 넘어 주민 주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
농어촌 기본소득의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복원, 생활인구 확대, 그리고 사회적 자본 형성입니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어디서 쓸 것인가에 집중되면서 정책이 소비지원금 수준으로 축소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약화시키고 정책 자체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민이 기금의 주인이 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기금사업의 결정권을 주민에게 이양하고 읍면 단위 자율사업을 확대하며 읍면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회 실행법인 중심의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기본소득은 단순 소비를 넘어 창업과 서비스, 돌봄 등 생산과 관계로 연결하며 지역 내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규제 완화와 시스템 정비를 기본으로, 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주민의 힘으로 완성되는 청양형 기본사회
청양형 농어촌 기본소득은 행정이 설계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심부름꾼으로 뛰는 주민의 발걸음 속에서,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손길 속에서, 마을의 미래를 고민하는 주민들의 토론 속에서 완성됩니다. 지금 청양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금처럼 농어촌 기본소득이 소비 편의성에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주민 주도의 사회혁신 모델로 도약할 것인지가 그것입니다. 이 선택은 청양을 넘어 대한민국 농촌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행정의 틀을 넘어 주민이 주도하는 두 번째 막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글, 사진 : 심수진 청양군지역활성화재단 마을만들기 팀장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국 곳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충남 청양, 충북 옥천, 경남 남해 등 세 지역의 실험은 같은 정책이 어떻게 다른 현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비 지원에 머물 것인가, 지역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현장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주민들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살펴봅니다.
충남 청양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후, 단순한 소득 지원을 넘어 ‘주민이 스스로 개척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농촌형 기본사회’라는 새로운 비전 실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 주권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농촌의 구조를 전환하려는 사회적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금사업 청양형 농어촌 기본소득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지급 + 공동체 기금’이라는 점입니다. 월 15만 원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 모델이며, 추가 1만 원은 전액 군비로 공동체 기금에 적립되는 특화 모델입니다. 이 1만 원이 모여 형성되는 기금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 재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청양군은 네 가지 기금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부르면 달려가유, 心부름꾼’ 사업은 소규모 수리와 청소, 생필품 배달 등 읍면의 일상 문제를 주민이 직접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입니다. ‘마을돌봄 파트너’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복지와 경제를 동시에 연결합니다. ‘경로당 무상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공동체 관계를 회복합니다. ‘재생에너지 자립마을’은 주민이 생산과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연금형 모델로 지속 가능한 지역 순환 구조를 만들어갑니다.
청양군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순회 간담회 ⓒ심수진
청양형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 주체들의 역할이 분명해야 합니다. 행정은 재정과 정책의 틀을 설계하고, 중간지원조직은 교육과 컨설팅, 조정을 담당하며 실제 실행은 주민조직이 맡아야 합니다. 특히 읍면 단위 주민자치회와 실행법인은 단순한 참여기구를 넘어 공공서비스 전달과 공동체 기금 운영의 주체이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 조직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이러한 방향으로 충분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간담회에선 사용처 제한 완화, 카드 결제 오류 개선, 업종 확대, 생활권 규정 등 소비의 기술적 문제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정책 담론 자체가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실거주자 확인, 특정 업종 편중, 생활권 분리로 인한 소비 제한 등의 현상은 제도 설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복원, 생활인구 확대, 그리고 사회적 자본 형성입니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어디서 쓸 것인가에 집중되면서 정책이 소비지원금 수준으로 축소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약화시키고 정책 자체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민이 기금의 주인이 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기금사업의 결정권을 주민에게 이양하고 읍면 단위 자율사업을 확대하며 읍면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회 실행법인 중심의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기본소득은 단순 소비를 넘어 창업과 서비스, 돌봄 등 생산과 관계로 연결하며 지역 내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규제 완화와 시스템 정비를 기본으로, 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청양형 농어촌 기본소득은 행정이 설계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심부름꾼으로 뛰는 주민의 발걸음 속에서,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손길 속에서, 마을의 미래를 고민하는 주민들의 토론 속에서 완성됩니다. 지금 청양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금처럼 농어촌 기본소득이 소비 편의성에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주민 주도의 사회혁신 모델로 도약할 것인지가 그것입니다. 이 선택은 청양을 넘어 대한민국 농촌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행정의 틀을 넘어 주민이 주도하는 두 번째 막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글, 사진 : 심수진 청양군지역활성화재단 마을만들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