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스코틀랜드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법

2025-10-21

희망제작소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5명과 함께 지역순환경제의 선진 모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레스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에든버러 등 지역공동체자산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 이하 CWB)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연수는 한국의 지역 현실에 맞춘 CWB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만큼 현지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지역에서 형성된 부(wealth)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대신 공공조달, 공동체자산화, 포용적소유 등의 활동으로 지역에 머물게 하여 주민 소유의 몫을 늘리고 지역 내 소비와 생산, 투자의 순환을 촉진하는 CWB(지역공동체 부 구축)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지역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중소기업,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어떻게 키워내는가’입니다. 즉, 그들이 공공기관 조달에 참여하고, 공적자산을 활용할 역량을 기르고,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튼튼한 업체로 성장해 지역순환경제 주체로 우뚝 서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답은 한 가지만은 아닙니다. 작은 기업도 계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 구조를 합리화하는 것, 공공기관의 조달전략수립을 의무화하는 것, 지역혜택(Commnity Benefit) 요건을 반영하는 것 등의 정책적, 제도적 측면부터 주민소유의 몫을 만들 수 있는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들까지 포함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공급기업개발프로그램(Supplier Development Program, 이하 SDP)입니다. SDP는 지난 2007년 스코틀랜드 기반 중소기업의 입찰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정부와 앵커기관(공공 및 민간기관), 지방자치단체 간 파트너십에 기반해 설립된 정부 산하기구(홈페이지)입니다. 

스코틀랜드의 공공조달 및 서비스 전달과 관련한 성과를 기리는 ‘GO어워드’에서 개발공급업체 다양성상을 수상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SDP는 꽉 짜여진 일정들로 방문약속을 잡기 쉽지 않아 매우 어렵게 섭외한 곳이었습니다. 현재 6명의 인력으로 운영되며, 길리언 카메론(Gillian Cameron)이 총괄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길리언 카메론이 지난 7월 30일 SDP의 현황 및 구성, 운영 방식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중소기업 맞춤형으로 입찰과정 협력 지원


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이고,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표 하에 지자체 협력기반으로 설립된 만큼 SDP는 스코틀랜드 중소기업, 사회적기업들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계약기회를 찾아 입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SDP 프로그램에 가입한 지역기업에게 지역의 입찰기회를 알려주고, 입찰과정에 대한 훈련과 교육(조달지침 핵심교육, 맞춤형 교육과 워크숍)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미리 개입해 입찰준비 역량을 높일 수 있게 안내하는 동시에 지역의 앵커기관이 지속가능한 조달의무를 충족하도록 지원하는 활동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업체의 상황과 여건에 따른 맞춤형 훈련(레벨1,2,3), 특정한 계약이나 발주계획에 대한 입찰준비 워크숍, 그리고 구매업체와 직접 만나서 네트워킹할 수 있는 행사(Meet the Buyer 이벤트 등)의 참여율과 효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SDP에 등록된 공급업체는 23,554개 이상(2025년 3월 기준)이며, 약 1년 간(2023년 3월~2024년 3월 기준) 106회의 교육과 행사를 진행하고, 해당 프로그램에 중소기업 2,927개, 총 3,5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상당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SDP의 열정적인 활동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스코틀랜드 지역경제와 부의 순환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인식과 자부심으로 더욱 단단해집니다. 

실제로 연수단을 위한 발표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CWB에 기여하는지를 제일 먼저 강조했는데요. 공공과 민간조달 사업이 수행되는 해당 지역의 공급업체에 입찰 기회를 알리고 참여를 지원함으로써 지역순환경제의 중요한 축인 공급업체들의 성장과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 또 구매자와 지역 공급업체를 연결하여 지역경제 내 부가가치 창출과 순환을 만든다는 점, 그리고 발주기관의 사회적기여와 지역혜택(Community Benefits)의 내용을 공급업체와 제3섹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함으로써 지역혜택의 효능감을 높인다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 SDP에 관한 발제를 듣고(사진 위) 기념 촬영한 모습(사진 아래) ⓒ희망제작소


지역순환경제의 구심점은 다양한 주체와의 강력한 연결성


SDP는 스코틀랜드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이지만, 기초지자체와 앵커기관이 함께 운영에 참여합니다. 지역의 공급업체들(중소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조직, 자원봉사단체, 장애인기업 등)은 무료로 등록할 수 있고, 스코틀랜드의 32개 기초지자체 정부는 핵심회원으로서 연간회비를 납부합니다. 또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공공조직이 참여하는 제휴회원과 지역의 공급기업과 함께 하고자 하는 수요업체(예: 대규모 건설시공업자)들은 기업회원으로 연간 회비를 내고 참여합니다.

특히 핵심회원인 스코틀랜드 각 지방정부(의회)는 조직 내 조달담당 부서 혹은 CWB팀 팀이나 지역경제개발팀이 SDP와 협력과 소통을 담당하도록 배치하고 있습니다. SDP의 행사와 웨비나 참여는 물론 핵심회원간 모범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며, 자기 지역의 공급업체들의 참여도와 활동 현황을 확인, 점검합니다. 이번 연수 방문에서 사우스라낙셔(South Lanarkshire) 지방정부의 조달부서 내 지역혜택 업무 담당자가 자리해 관련 업무와 경험을 나눠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공급업체가 기여하는 지역혜택을 지역 내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공급업체가 지역에 기여하는 방식이 특정 분야로 쏠리지 않도록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나눠 체계화하는 등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협력적 운영체계와 거버넌스는 SDP를 단순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에서 한 발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부를 창출하기 위한 사회가치조달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SDP는 국내 사회적기업들의 공공조달 참여를 촉진하고 공공구매시장의 판로 확장을 꾀하는 사회연대경제조직의 활동과 겹쳐지는 지점이 많습니다. 다만, SDP와 달리 국내에서는 판로지원 유통플랫폼 사업이 대부분 민간 주체(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의 활동으로 이뤄지고 있어 체계적인 지역순환경제 시스템 속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꾸준히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과 맞물려있습니다. 불균형 성장과 소멸위기 속 피폐해져가는 지역경제의 내적 발전 동력으로서 지역 부의 생성과 소비, 투자에 집중하는 지역순환경제 전략의 수립과 혁신적 실행계획의 도입이 절실한 시점임을 다시금 확인한 방문이었습니다.


글: 이은경 희망제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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