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5명과 함께 지역순환경제의 선진 모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레스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에든버러 등 지역공동체자산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 이하 CWB)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연수는 한국의 지역 현실에 맞춘 CWB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만큼 현지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CWB 전략은 지역 내에서 생성된 부(wealth)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사회 내부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드는 틀입니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에서는 다섯 가지 기둥을 중심으로 실행체계를 구축해는데요. △포용적이고 민주적 기업 △지역금융 △공정한 노동 △토지 및 자산의 공정 이용 △진보적 조달 등입니다. 이 기둥은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추진해 온 여러 정책들을 ‘지역순환경제’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큰 목적 아래 전략적으로 선택하거나 통합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실제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미 노동 정책, 조달 정책, 환경 지속가능성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이 원칙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즉, CWB는 “새로 만드는 전략”일 뿐 아니라, “기존 정책들의 조정·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임워크로도 작동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지자체가 순환경제, 사회적경제,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이들 사업을 보다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CWB를 도입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지점입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춘 CWB 적용 방식은?
CWB 전략에서 핵심 축은 포용적 소유권(Inclusive Ownership)입니다. 지역 내 부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지역 내 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역마다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 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예컨대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축제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에든버러(Edinburgh)의 주요 산업은 문화와 관광입니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불평등 해소 △커뮤니티 간 기회 확대 △기존 정책과의 연계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문화·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CWB 원칙을 활용하는 셈입니다.
반면, 인구 5만명의 소도시인 클락매넌셔(Clackmannanshire)에서는 유리공장, 위스크증류소와 같은 산업유산과 향토기업과의 앵커기관 협력을 기반으로 공정한 진보적 조달, 노동 조건 보장, 지역자산 활용 등의 CWB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지역은 노동과 고용 문제부터 또 다른 지역은 토지·공공자산 활용이나 조달 과제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 CWB의 다섯 기둥 중 어떤 것을 먼저 지역 내에서 풀어낼 지 전략적으로 판단해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CWB 전략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지역 내에서 조직적 영향력을 가진 앵커기관(Anchor Institutions)의 참여가 필수입니다. 병원, 대학, 공공기관, 지방정부 등이 해당하죠.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들 기관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앵커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조달 참여·품질 관리·사회적 가치 실현을 돕는 네트워크 매니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매니저는 앵커기관 간 협업을 조정하면서 공공 조달에 사회적기업을 끌어들이고 실질생활임금 지급·지역 고용 증대 등 지역 내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제도만 갖춘 것이 아니라 일상의 정책 실행과 연계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앵커기관 네트워크 매니저가 수행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CWB 전략을 정책 결정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요. CWB 기둥 중 하나인 진보적 조달(Progressive Procurement)은 지역기업이 공공 조달 과정에 참여해 이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도록 만드는 장치인데요.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방정부가 조달 입찰 평가 시 사회적가치 또는 공동체 이익을 반영하여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레스턴 시는 사회적가치 기여 기업에 20% 가중치를 주는 제도를 운영했으며 사우스래너크셔(South Lanarkshire)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공동체 이익 조항을 포함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이처럼 조달 제도에 사회적가치를 녹여 넣는 방식은 CWB 전략이 실제 예산과 사업 집행의 영역으로 파고드는 방법입니다.
참여자들이 바라본 지역순환경제 현장
“영국의 지역순환경제는 단순히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뿐만 아니라 지역의 사람을 살리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주체들이 지역사회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행정, 중간지원조직, 실행주체 모두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하나의 조직이 티 나게 뽐내기보다는,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평균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역의 회복은 단순히 많은 일자리 창출, 높은 소득만으로는 보여 줄 수 없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 손정아 (사)경북시민재단 사무국장
“스코틀랜드의 도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화려한 성장만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 삶의 터전인 지역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를 더 깊게 고민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 박병남 부여군 정책보좌관
희망제작소의 ‘한국형 CWB’를 위한 스텝은?
스코틀랜드 연수를 통해 얻은 통찰은 단지 사례 하나를 보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지난 2024년부터 꾸준히 지역순환경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형 CWB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번 연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지역을 대상으로 CWB 전략 분석을 위한 사업 뿐 아니라 지방정부·공공기관과 협력해 앵커기관 네트워크 모델 설계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CWB 전략이 궁금하신 분들은 CWB 전략의 다섯가지 기둥을 자세히 다룬 연구보고서 희망이슈와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 희망브리프를 통해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우리 지역에서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방연주 연구위원
희망제작소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5명과 함께 지역순환경제의 선진 모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레스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에든버러 등 지역공동체자산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 이하 CWB)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연수는 한국의 지역 현실에 맞춘 CWB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만큼 현지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CWB 전략은 지역 내에서 생성된 부(wealth)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사회 내부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드는 틀입니다. 이를 위해 스코틀랜드에서는 다섯 가지 기둥을 중심으로 실행체계를 구축해는데요. △포용적이고 민주적 기업 △지역금융 △공정한 노동 △토지 및 자산의 공정 이용 △진보적 조달 등입니다. 이 기둥은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추진해 온 여러 정책들을 ‘지역순환경제’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큰 목적 아래 전략적으로 선택하거나 통합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실제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미 노동 정책, 조달 정책, 환경 지속가능성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이 원칙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즉, CWB는 “새로 만드는 전략”일 뿐 아니라, “기존 정책들의 조정·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임워크로도 작동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지자체가 순환경제, 사회적경제,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이들 사업을 보다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CWB를 도입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지점입니다.
CWB 전략에서 핵심 축은 포용적 소유권(Inclusive Ownership)입니다. 지역 내 부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지역 내 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역마다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 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예컨대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축제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에든버러(Edinburgh)의 주요 산업은 문화와 관광입니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불평등 해소 △커뮤니티 간 기회 확대 △기존 정책과의 연계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문화·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CWB 원칙을 활용하는 셈입니다.
반면, 인구 5만명의 소도시인 클락매넌셔(Clackmannanshire)에서는 유리공장, 위스크증류소와 같은 산업유산과 향토기업과의 앵커기관 협력을 기반으로 공정한 진보적 조달, 노동 조건 보장, 지역자산 활용 등의 CWB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지역은 노동과 고용 문제부터 또 다른 지역은 토지·공공자산 활용이나 조달 과제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 CWB의 다섯 기둥 중 어떤 것을 먼저 지역 내에서 풀어낼 지 전략적으로 판단해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CWB 전략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지역 내에서 조직적 영향력을 가진 앵커기관(Anchor Institutions)의 참여가 필수입니다. 병원, 대학, 공공기관, 지방정부 등이 해당하죠.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들 기관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앵커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조달 참여·품질 관리·사회적 가치 실현을 돕는 네트워크 매니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매니저는 앵커기관 간 협업을 조정하면서 공공 조달에 사회적기업을 끌어들이고 실질생활임금 지급·지역 고용 증대 등 지역 내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제도만 갖춘 것이 아니라 일상의 정책 실행과 연계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앵커기관 네트워크 매니저가 수행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CWB 전략을 정책 결정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요. CWB 기둥 중 하나인 진보적 조달(Progressive Procurement)은 지역기업이 공공 조달 과정에 참여해 이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도록 만드는 장치인데요.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방정부가 조달 입찰 평가 시 사회적가치 또는 공동체 이익을 반영하여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레스턴 시는 사회적가치 기여 기업에 20% 가중치를 주는 제도를 운영했으며 사우스래너크셔(South Lanarkshire)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공동체 이익 조항을 포함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이처럼 조달 제도에 사회적가치를 녹여 넣는 방식은 CWB 전략이 실제 예산과 사업 집행의 영역으로 파고드는 방법입니다.
“영국의 지역순환경제는 단순히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뿐만 아니라 지역의 사람을 살리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주체들이 지역사회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행정, 중간지원조직, 실행주체 모두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하나의 조직이 티 나게 뽐내기보다는,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평균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역의 회복은 단순히 많은 일자리 창출, 높은 소득만으로는 보여 줄 수 없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 손정아 (사)경북시민재단 사무국장
“스코틀랜드의 도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화려한 성장만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 삶의 터전인 지역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를 더 깊게 고민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 박병남 부여군 정책보좌관
스코틀랜드 연수를 통해 얻은 통찰은 단지 사례 하나를 보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지난 2024년부터 꾸준히 지역순환경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형 CWB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번 연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지역을 대상으로 CWB 전략 분석을 위한 사업 뿐 아니라 지방정부·공공기관과 협력해 앵커기관 네트워크 모델 설계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CWB 전략이 궁금하신 분들은 CWB 전략의 다섯가지 기둥을 자세히 다룬 연구보고서 희망이슈와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 희망브리프를 통해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우리 지역에서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방연주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