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지역을 넘어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밀양은대학

2025-07-15

우리 모두 생애주기든, 개인의 삶의 방향이든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이직하기도, 퇴직하기도, 창업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관계와 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실험해볼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전환기 시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공간·경제적 구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색다른 실험을 펼치고 있는 '밀양은대학' 사례를 통해 '성장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밀양과 같은 지역 도시에서 공동체는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존재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 속에서 하나쯤은 소속된 커뮤니티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익숙합니다. 실제로 이런 관계망은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이 되기도 하죠. 그러나 전통적 공동체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존의 틀을 넘어선 삶을 상상하는 데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익숙한 질서에 기반한 관계가 변화를 경계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전통적 관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공동체를 함께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밀양은대학이 ‘배움’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곳의 관계는 주어진 관계망 중심이 아니라, 지향하는 삶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이른바 ‘추구하는 커뮤니티’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밀양은대학이 지역에서 다소 낯설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 성평등의 가치의 실현과 실천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거나(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 ‘나다운’삶의 길을 찾는 청년들이 자신을 탐색하고 지역과의 연결을 고민해 본다거나(자기탐색학과), 사회변화를 꿈꾸는 시민들이 데이터 연구와 지도만들기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학습하기도합니다(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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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밀양은대학 입학식


밀양은대학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가, 전국 곳곳에서 이 과정에 참여합니다. 관심사와 가치를 중심으로 연결된 이 공동체는, 전통적 관계망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를 관찰하는 시민 탐조가, 시민의 데이터를 변화의 도구로

이영란(버찌)님은 오랜 시간 밀양의 생태 환경, 특히 ‘새’를 중심으로 관찰하고 기록해 온 시민입니다. 종류, 개체 수 등의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 관련 단체에 전달해왔지만, 자신이 모은 정보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2023년 밀양은대학 ‘탐구학교’에 참여했고,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질적 연구 방법론을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 과정에 참여하며 수년간 단체에 전달한 새 관련 데이터는 쌓이기만 할 뿐 실제로는 활용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버찌의 사례에 공감하며 ‘시민의 데이터를 변화의 도구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2024년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지역의 문제를 데이터로 연구하고 지도로 시각화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버찌 외에도 보행약자 접근성, 대중교통 개선 등 다양한 관심을 가진 시민이 함께 모였습니다. 버찌는 밀양생태문화연구회회원들과 함께 밀양강을 찾아오는 오리류를 직접 관찰하고 분류하여, 사진과 개체 수를 기록하고, 밀양강 각 구간의 특성을 파악해 이를 지도에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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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 오리생태지도


버찌는 이렇게 말합니다. “삼문동 근처에 이미 나노대교가 있는데 또 새로운 다리가 세워지는 걸 보며, 생태적 고려 없는 개발에 의문이 들었어요. 다리가 새들의 서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도에 담고 싶었죠.” 수년간의 생태 탐사 활동이 연구와 지도라는 도구를 만나면서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25년 현재도 버찌는 밀양은대학 동아리 활동에 지원해 관심 있는 시민들과 생태 탐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결기획을 통해 밀양이라는 제2의 고향을 얻다 


황예지(안나)님은 ‘로컬시너지랩’이라는 김해의 청년문화예술단체 활동을 하고있습니다. 자기만의 섬유 공예 교육기관을 운영하기도 하는 하고재비(경상도 방언으로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2024년 밀양은대학 ‘연결기획학과’에 참여하며 매주 김해와 밀양을 오갔습니다. ‘연결기획자’는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지역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를 부르는 이름으로,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연결을 통해 현실이 되는 경험이 바로 이 과정의 핵심이었습니다. 어쩌면 연결기획자는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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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취미공유회

안나가 밀양에 와서 사람들과 함께한 프로젝트는 ‘밀취회 (밀양 취향박람회)’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밀양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향 기반의 활동과 모임을 가지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막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반면 취향 모임을 가지고 있는 동아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요. 안나가 속한 연결기획 프로젝트 팀인 선샤인팀은 이런 필요를 서로 연결하기로합니다. 밀양을 돌며 다양한 취향 모임을 섭외해 한자리에 모으는 박람회를 개최한 것입니다. 이날 연결의 자리에서 어르신들만 관심있다고 생각한 ‘우보뜸’모임에 의외로 청년들이 열띤 관심을 보이고, 밀양에 이렇게 많은 취향 모임이 있는지 몰랐다고 이야기 하는 등 연결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생겨났습니다.

안나는 이 과정을 통해 밀양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스쳐간 여행지로서의 밀양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깊이 있게 만난 결과입니다. 안나는 이제 지역을 가끔 들르는 ‘생활 인구’를 넘어, 지역에 진심 어린 애정을 품고 활동하기 원하는 ‘활력인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밀양에서 만난 동료들과 밀양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밀양은대학은 지역의 활력은 단지 오가는 인구 수가 아니라, 이렇게 지역과 깊이 관계 맺고 기여하려는 사람들의 연결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 2025년 밀양은대학은 계속됩니다.(모집기간: 2025.07.14~08.10.)지역에 활력을 만드는 연결기획자를 위한 ‘연결기획학과’, 지역 청년의 자기탐색과 나다운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기탐색학과’, 지역의 이야기와 사람, 공간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콘텐츠로 연결하는 ‘로컬에디터학과’, 밀양의 땅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 제철 농산물, 농가와의 연결을 경험하며 지구를 위한 식탁을 고민하는 ‘생태미식학과’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 밀양은대학 홈페이지



글/사진: 고래(송하진) 밀양소통협력센터 시민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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