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시민 397명, 이렇게 답했습니다

2025-06-17

‘민주주의는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3 계엄령 사태와 조기 대선을 치르며 얻은 결론입니다. 추운 칼바람 속에서 민주주의가 순식간에 훼손될 수도, 시민의 힘으로 복원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날이 갈수록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양극화되는 현실에서 여러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는 법, 정치, 제도만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 다정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에도 마음이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의 근간인 우리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고 있는 걸까.’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보름.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둘러싼 문제들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계엄령 사태를 겪고 난 후 민주주의를 대하는 마음을 다룬 시민 강연부터 관련 콘텐츠를 소개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 속 생각과 태도를 통해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디에 서 있는지 짚어보고자 <시민의 일상 속 민주주의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나눕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8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설문 응답에는 397명이 참여했습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 구독자 16,025명을 대상으로 홍보 및 조사를 실시했고, 이외에도 온라인 홍보 및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시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관한 지수를 '측정'하기보다 계엄령 사태를 지나온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서와 태도, 행동양식을 살펴보기 위함이며, 네이버폼 설문으로 진행되었음을 안내 드립니다. 


설문과 관련해 아래 내용을 담았습니다. (설문 자료 링크)

 

  • 객관식 응답 보기

  • 주관식 응답 보기




객관식 응답 보기

 

일상적으로 시사 정보를 '거의 매일 접하는' 사람들


총 397명의 응답자 중 여성이 52%, 남성이 48%로 여성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연령대로는 50대가 30%, 30대 28%, 40대 24%, 60대 10%, 20대 18%의 분포를 보이며 40~50대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54%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습니다. 현재 거주 중인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71%를 차지했고, 영남권 11%, 강원권 9%, 호남권과 충청권 각 8%로 나타났습니다.

 

표.귀하는 시사 정보를 얼마나 자주 접하십니까


일상 속 민주주의를 짚어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얼마나 수용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사전 질문으로 시사 정보를 얼마나 자주 접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기사나 방송, 유튜브, SNS를 통해 ‘거의 매일 접한다’가 70%(276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주2~3회 접한다’가 24%를 차지했습니다. 


표.12.3 계엄령 선포 당시 어떤 감정을 느끼셨습니까


민주주의에 대한 감정/태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사전 질문으로 계엄령 선포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응답자들은 12.3 계엄령 선포 당시 ‘불안’, ‘분노’, ‘무력감’, ‘공포’ 등 부정적 감정이 주를 이뤘습니다. 계엄령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매우 후퇴했다’와 ‘후퇴한 편이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응답자들이 작성한 기타 의견으로는 “황당하고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이없음”,“의심”, “코미디였다”, “현실을 부정했다” 등이 있었습니다.

 

표. 12.3 계엄 이후, 이에 대해 누구와 대화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12.3 계엄 이후, 이에 대해 누구와 대화해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가족 35%, 친구 28%, 직장동료 23%, 온라인 공간의 타인 1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엄 사태를 겪으며 생긴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과 감정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 계엄 이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계엄 국면과 조기 대선을 치르는 와중에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균 2.7점(5점 만점)으로 다소 낮게 평가했습니다. ‘매우 잘 작동한다’와 ‘잘 작동한다’가 30%에 비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와 ‘작동하지 않는다’가 45%로 나타나 민주주의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민주주의는 어디쯤에 있을까


응답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특성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희망제작소는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요인으로 △이해와 존중 △비판적 사고 △법과 규칙의 준수 △협력과 연대 △표현의 자유를 제시했습니다.

 

표.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의 특성입니다. 12.3 계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 사회는 다음 특성에서 어떤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응답자들은 계엄령 사태를 겪고 난 이후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으로 ‘이해와 존중’, ‘법과 규칙 준수’가 후퇴했다고 봤습니다. ‘매우 후퇴’ 또는 ‘후퇴’했다는 답변이 ‘이해와 존중’에서 66%, ‘법과 규칙 준수’에서는 60%를 차지했습니다. ‘협력과 연대’, ‘표현의 자유’, ‘비판적 사고’는 ‘발전’했다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왔으나 ‘후퇴’했다는 응답도 비슷한 수준을 차지했습니다. 응답자들은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특성이 전반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봤습니다.

 

표.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표. 개인적으로 실천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무엇을 꼽았을까요. 실천 중인 민주주의 요소(중복 선택)로 ‘이해와 존중’, ‘비판적 사고’, ‘법과 규칙 준수’, ‘협력과 연대’, ‘표현의 자유’ 등이 고르게 선택되었습니다. ‘비판적 사고’ 29%, ‘법과 규칙 준수’와 ‘협력과 연대’ 21%, ‘이해와 존중’ 19%, ‘표현의 자유’ 1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 나와 다른 사람

 

앞서 사전 질문으로 던진 ‘시사정보를 얼마나 자주 접하십니까’에 관한 응답자 중 70%가 시사 정보를 ‘거의 매일 접한다’고 답할 정도로 높았는데요. 다양한 의견을 얼마나 수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시사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과 다른 주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는 ‘알고 있다’가 82%를 차지했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매우 들어보고 싶다’ 또는 ‘들어보고 싶다’가 49%로 나타났습니다. 


표. 시사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과 다른 주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표. 시사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습니까


'실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도 ‘대화해보고 싶다’라는 긍정적 답변이 49%,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이 31%로  나타났습니다. 앞선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싶냐’라는 질문의 답변과 동일한 수치로 나타나 적극적으로 상대방과 대화하고 싶은 의지가 낮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표. 시사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 어떤 관계까지 용인할 수 있습니까


시사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어떤 관계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가 26%로 가장 높았고, 직장동료 17%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사적 영역에 가까운 이웃 15%, 친한 친구 11%, 가족 또는 배우자 11%로 낮게 나타났으며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는 관계 맺기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도 6%를 차지했습니다.

 


표. 평소 시사 이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이나 신념을 표현할 기회가 있습니까


표. 평소 시사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여 만날 기회가 있습니까


평소 시사 이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이나 신념을 표현할 기회가 있는 경우는 ‘매우 많다’ 혹은 ‘많다’가 62%로 높게 나타났는데, ‘실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대면해 만날 기회가 있냐’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는 50%로 나타났습니다.

 

표. 시사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시사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냐’는 질문에 ‘투표’가 23%로 가장 높았고, ‘서명/캠페인 참여’ 18%, ‘집회 참여 또는 기부’ 1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지만, 실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입니다.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통로도 개별성(투표, 서명 및 캠페인 참여, 기부)이 강한 방식이 높게 나타나 나와 다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다양성, 관계 맺기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의 의견 표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관계 유형은 △가족/친척 △친구 △직장동료 △지인이나 모임 구성원 △온라인공간에서 만나는 사람(SNS) △온라인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단체 채팅방)△온라인공간에서 만나는 사람(커뮤니티, 카페) 등으로 세분화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가족/친척’, ‘친구’를 제외하고 ‘표현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표현한다’라는 긍정적 답변은 ‘가족/친척’ 62%, ‘친구’ 68%로 나타났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50% 내외로 ‘표현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높게 나왔습니다.

 

표. 다음 사람들과 시사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이 있는 경우 어떻게 표현하십니까



시사 이슈에 대해 갈등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해결한다’라는 긍정적 답변이 ‘가족/친척’ 62%, ‘친구’ 68%로 높게 나왔습니다. 대체로 가깝고 친밀한 관계일수록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고, 공적 관계 혹은 익명성 있는 공간에서는 이견에 대한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관식 응답 보기


일상 속 민주주의를 키우는 방법은


마지막으로 주관식 설문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본 결과 ‘투표’가 가장 자주 언급됐습니다. ‘의견 개진 및 의사표현’, ‘집회, 서명, 캠페인’, ‘후원, 기부’, ‘민주주의 개념과 역학 학습하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정책제안, 입법청원, 간담회 참여’,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인정하기’ 등이 제시됐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으로 계엄령 사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며, 사회적 신뢰와 소통이 위축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데 소극적이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 의지는 높은 데 반해 관계의 친밀성에 따라 갈등을 회피하거나 거리두기를 하려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의지와 행동이 모순되게 나타난 결과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피로감을 해소하고, 일상 속 민주적 소통방식이 더욱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글: 방연주 시민연결팀 연구위원, 이규리 시민연결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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