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후기 고령자(75세 이상) 인구가 2017년 283만 명에서 2037년 721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가 살던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일상에서 적절한 돌봄이 어려운 경우 시설이 아닌 새로운 주거 형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과 적절한 돌봄서비스가 결합한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현재 우리나라 노인주거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해법을 모색해봅니다.
새로운 주거가 필요한 사람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택 유형은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일부 고령자 임대주택, 그리고 노인복지주택(민간 실버타운)이 있습니다(그림 1 참고).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임대주택과 고소득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으로 이분되어 있죠.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주거 형태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복지차원에서 무주택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주거 위주로 제공되다 보니, 서민·중산층(3~8분위 가구)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없습니다. 고령자 임대주택을 이용하기엔 소득 기준이 맞지 않고, 민간 실버타운은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반면, 일본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일본 노인들의 주거 현황은 어떨까요?

그림 송윤아, & 최창희. (2024). 일본의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과 시사점. 보험연구원.
일본 노인은 어디서, 어떻게 살까?
2022년 기준, 일본에서 요양등급을 받은 690만 명 중 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9%(약 131만 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택 및 기타(80.8%), 유료노인홈(9.6%), 서비스지원형 고령자주택(4.8%), 인지증 그룹홈(4.6%)에서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택 거주 비율이 높아 신규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일본 노인들은 우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서비스를 받고, 이후 돌봄 필요도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재가 서비스 이용 비율이 높은 이유도 이러한 맞춤형 주거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그림 1 참고). 돌봄 필요도가 크지 않다면 시설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다양한 주거시설을 공급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고령자 주거 공급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이전까진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고소득층을 위한 민간 유료노인홈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시설로 이분되어 서민·중산층 노인의 주거 선택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개호보험 도입 이후 개호 서비스 비용을 보험으로 지원하면서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유료노인홈이 확대됐습니다. 개호보험이 적용된 유료노인홈의 월 이용료는 평균적으로 20만 엔(한화 약 180~190만 원) 안팎입니다. 일본 노인의 평균 연금 수령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연금만으로도 주거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민간 기업 지원 정책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다
2011년 일본 정부는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를 위한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건설‧운영비가 많이 드는 ‘특별양호노인홈’이나 서비스 제공료가 비싼 ‘유료노인홈’의 대안으로 마련됐어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무장애 구조와 생활 지원 서비스가 결합된 주택으로, 보증금 없이 입주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고가 시니어 맨션보다 저렴한 월세로 제공됩니다. 사업 초기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8,318개 시설, 총 28만8,647호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2024년 10월 기준)

월 20만엔 내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의 급성장에는 각켄그룹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산층 연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부족하던 시기에 각켄그룹은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코코판’ 모델을 개발했고, 이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었습니다.
현재 각켄그룹은 지자체의 세제 혜택 및 대출 지원을 받아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뿐 아니라 치매 고령자 그룹홈, 아동 교육시설, 도서관, 재택 요양 지원센터,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 교류와 돌봄이 가능한 지역 거점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한 겁니다. 덕분에 일본 고령자 주택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돌봄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내 마르쉐 이벤트
앞으로 노인주거 과제는?
노인주거 형태의 기본전제는 ‘원래 살던 곳에서 돌봄이 제공되는 것’입니다. 다만, 노년기에 신체적, 경제적 이유로 추가적인 돌봄 욕구가 생기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본은 민간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늘려 서민층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24년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서 민간 규제를 완화해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중 ‘실버스테이’와 ‘헬스케어 리츠’는 기존 민간 실버타운보다 이용료가 저렴해 서민·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주택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응급안전, 식사, 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무주택자가 우선 선발되지만, 잔여 세대는 유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버스테이와 일반형 주택(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혼합한 단지를 조성해 가족도 함께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헬스케어 리츠’는 LH가 보유한 토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고, 사업자가 리츠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고급 부동산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회사입니다. 사업자는 일반 투자자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 병원, 상가 등)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게 됩니다. 현재 화성 동탄2 유휴부지에서 선도 사업이 추진 중인데, 토지는 공공이 제공하지만 운영이 민간에 맡겨진다는 점에서 월 이용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수의 중산층과 고소득층만을 위한 주거가 된다면 기존 민간 시니어타운과 큰 차이는 없는 거죠.
노인주택은 필요한 대상에 맞게 공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서민·중산층 노인을 위한 주거 선택지가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제력에 맞는 주택이 마련돼야 합니다.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어야 하죠. 새로운 주택 공급이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돌봄으로 연결된 지역의 미래는? →
글: 윤채연 기획사무국 연구원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후기 고령자(75세 이상) 인구가 2017년 283만 명에서 2037년 721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가 살던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일상에서 적절한 돌봄이 어려운 경우 시설이 아닌 새로운 주거 형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과 적절한 돌봄서비스가 결합한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현재 우리나라 노인주거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해법을 모색해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택 유형은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일부 고령자 임대주택, 그리고 노인복지주택(민간 실버타운)이 있습니다(그림 1 참고).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임대주택과 고소득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으로 이분되어 있죠.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주거 형태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복지차원에서 무주택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주거 위주로 제공되다 보니, 서민·중산층(3~8분위 가구)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없습니다. 고령자 임대주택을 이용하기엔 소득 기준이 맞지 않고, 민간 실버타운은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반면, 일본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일본 노인들의 주거 현황은 어떨까요?
그림 송윤아, & 최창희. (2024). 일본의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과 시사점. 보험연구원.
2022년 기준, 일본에서 요양등급을 받은 690만 명 중 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9%(약 131만 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자택 및 기타(80.8%), 유료노인홈(9.6%), 서비스지원형 고령자주택(4.8%), 인지증 그룹홈(4.6%)에서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택 거주 비율이 높아 신규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일본 노인들은 우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서비스를 받고, 이후 돌봄 필요도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재가 서비스 이용 비율이 높은 이유도 이러한 맞춤형 주거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그림 1 참고). 돌봄 필요도가 크지 않다면 시설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다양한 주거시설을 공급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고령자 주거 공급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이전까진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고소득층을 위한 민간 유료노인홈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시설로 이분되어 서민·중산층 노인의 주거 선택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개호보험 도입 이후 개호 서비스 비용을 보험으로 지원하면서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유료노인홈이 확대됐습니다. 개호보험이 적용된 유료노인홈의 월 이용료는 평균적으로 20만 엔(한화 약 180~190만 원) 안팎입니다. 일본 노인의 평균 연금 수령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연금만으로도 주거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죠.
2011년 일본 정부는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를 위한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건설‧운영비가 많이 드는 ‘특별양호노인홈’이나 서비스 제공료가 비싼 ‘유료노인홈’의 대안으로 마련됐어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무장애 구조와 생활 지원 서비스가 결합된 주택으로, 보증금 없이 입주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고가 시니어 맨션보다 저렴한 월세로 제공됩니다. 사업 초기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8,318개 시설, 총 28만8,647호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2024년 10월 기준)
월 20만엔 내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의 급성장에는 각켄그룹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산층 연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부족하던 시기에 각켄그룹은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저렴한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코코판’ 모델을 개발했고, 이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었습니다.
현재 각켄그룹은 지자체의 세제 혜택 및 대출 지원을 받아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뿐 아니라 치매 고령자 그룹홈, 아동 교육시설, 도서관, 재택 요양 지원센터,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 교류와 돌봄이 가능한 지역 거점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한 겁니다. 덕분에 일본 고령자 주택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돌봄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내 마르쉐 이벤트
노인주거 형태의 기본전제는 ‘원래 살던 곳에서 돌봄이 제공되는 것’입니다. 다만, 노년기에 신체적, 경제적 이유로 추가적인 돌봄 욕구가 생기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본은 민간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늘려 서민층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24년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서 민간 규제를 완화해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중 ‘실버스테이’와 ‘헬스케어 리츠’는 기존 민간 실버타운보다 이용료가 저렴해 서민·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주택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응급안전, 식사, 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무주택자가 우선 선발되지만, 잔여 세대는 유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버스테이와 일반형 주택(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혼합한 단지를 조성해 가족도 함께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헬스케어 리츠’는 LH가 보유한 토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고, 사업자가 리츠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고급 부동산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회사입니다. 사업자는 일반 투자자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 병원, 상가 등)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게 됩니다. 현재 화성 동탄2 유휴부지에서 선도 사업이 추진 중인데, 토지는 공공이 제공하지만 운영이 민간에 맡겨진다는 점에서 월 이용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수의 중산층과 고소득층만을 위한 주거가 된다면 기존 민간 시니어타운과 큰 차이는 없는 거죠.
노인주택은 필요한 대상에 맞게 공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서민·중산층 노인을 위한 주거 선택지가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제력에 맞는 주택이 마련돼야 합니다.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어야 하죠. 새로운 주택 공급이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돌봄으로 연결된 지역의 미래는? →
글: 윤채연 기획사무국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