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대안, 일본의 ‘농촌 RMO’를 아시나요?

농촌 활동가(한국농촌읍면자치연수단)들이 지난 7월 일본 시마네현 연수를 다녀와서 따끈한 소식을 희망제작소에 전해왔습니다. 이들은 왜 일본에 갔을까요. 일본의 농촌 RMO는 지역 과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는 조직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연수단으로 참여한 임주환 변호사(희망제작소 전 소장)와 구본경 일소공도 교류분과위원의 글을 전합니다.

지난 7월 진행된 농촌 활동가들의 일본 시마네현(야스기시, 운난시, 오난초) 연수는 일본의 농촌 RMO(Region Management Organization)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됐고, 행정구역의 통폐합(시·정·촌 합병) 등의 영향으로 의료·복지, 교육, 교통 등 생활인프라가 약화되면서 농촌 지역에서 일상생활의 유지가 어려워졌지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농촌 RMO입니다.

일본에서 인구감소 대응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정부 부처인 총무성은 RMO를 ‘지역의 생활과 삶을 지키기 위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하고, 지역 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의조직이 정한 지역경영의 지침에 근거하여 지역과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합니다.

농촌 RMO는 지역과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협의기능’과 지역과제 해결활동을 실천하기 위한 ‘실행기능’을 가진 조직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마네현에서 처음 방문한 농촌 RMO인 ‘에히다 캄퍼니’는 시마네현 동쪽 끝에 위치한 야스기시 히다 지구에서 주민조직을 모태로 2017년 설립된 주식회사입니다.

2015년 마을활성화 프로젝트 과정에서 1년 간 주민 워크숍 등을 거치면서 88개 항목의 ‘히다 지역비전’을 만들었는데, 에히다 캄퍼니는 이 지역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900여 명의 주민 중 120여명이 이 회사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중산간직접지불제사업, 수요응답형 교통사업, 이동판매사업, 지역쌀가루빵사업, 직매장 운영, 드론방재, 온천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 에히다캄퍼니가 운영하는 직매장 사진

운난시는 지난 2004년 6개 정촌이 합병되어 새로 만들어진 행정구역인데, RMO 활동의 선진지로 꼽힙니다. 운난시청에서는 지역자주조직(RMO)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는데, 2005년부터 3년 동안 운난시 전역에 30개 조직이 구성됐다고 합니다.

운난시 지역진흥과 관계자는 지역자주조직(RMO)이 1인1표제로 운영1되고, 대체로 초등학교구를 공간적 범위로 해 자치회, 목적조직(소방단, 영농조직, 문화서클), 속성기반조직(여성그룹, 노인그룹, 교사학부모협의회) 등 모든 단체가 함께 모여 결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직의 규모는 적으면 200명 미만, 많으면 6,000명 수준에 이르며 공민관, 교류센터 등이 조직의 활동거점이라고 합니다. 운난시에서는 하타커뮤니티협의회, 이루마교류센터, ㈜요시다 후루사토 무라 등의 농촌 RMO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1982년 자치회를 개편해 설립한 하타커뮤니티협의회는 2010년부터 행정의 지원 아래 공민관 등의 거점공간을 정비해 교류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온천시설과 상점 운영, 주민들의 교통서비스, 노인복지 등 생활기능 유지를 위한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루마교류센터는 2008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교류센터로 리모델링해 연수, 합숙, 산림학교 이벤트 등에 활용하고 있는데, 운난시의 빈집활용조사를 위해 방문했던 와세다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주민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숙박장소이자 체험활동 및 방재활동의 거점으로 부활시킨 사례입니다.

▲하타커뮤니티협의회의 교류센터 강당 벽면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구호가 붙어 있다.

운난시의 ㈜‘요시다 후루사토 무라’는 지역밀착형 제3섹터가 농촌 RMO의 역할을 하는 사례입니다. 운난시(25%), 주민과 출향민(27%), 관련 법인 및 단체(48%)가 함께 출자해 만든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파트타임을 포함한 종업원이 79명에 이릅니다.

특산품 개발 및 제조·판매, 지자체 업무의 수탁(운난시민버스 운행, 수도시설관리, 도로유지, 제설 등), 관광사업, 온천숙소 운영 등을 수행합니다. 쌀, 달걀, 간장의 소비확대와 농업활성화를 위해 매년 전국적인 규모로 개최한다는 ‘타마고 가케 밥(일본식 날계란밥) 심포지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본의 농촌 RMO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주민자치 시스템, 행정구역 통폐합의 역사, 생애학습의 거점인 공민관의 기능, 우리나라의 관리위탁 제도와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는 공유재산에 대한 지정관리자 제도 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수단장인 황종규 교수(동양대 공공인재학부)는 주민자치라는 본질을 탈각시킨 채, RMO를 행정주도의 사업서비스모델로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시더군요. 인구감소 추세가 가속화되고 농산어촌의 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시민들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묘안은 무엇일까요. 우리사회에 주민자치와 지역혁신의 희망을 틔워낼 힘이 남아 있을까요. 시마네현 연수는 끝났지만, 질문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 [함께 읽기] 지역 활동가가 바라본 일본 농촌 현장은?/ 구본경 일소공도 교류분과위원

글/사진: 임주환 변호사(희망제작소 전 소장)

* 이 글은 황종규 동양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님, 일소공도연구소의 구자인 박사님,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님이 준비해주신 연수 자료와 현장 설명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정내회, 정회, 자치회 등으로 불리는 일본의 주민자치조직이 세대를 회원으로 두는 점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