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동가가 바라본 일본 농촌 현장은?

지난 7월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간 농촌 읍면 단위 성과공유회(이하 성과공유회) 참가자들과 함께 일본에서 농촌 RMO(Region Management Organization)의 선진지로 알려진 시마네현의 농촌재생의 작은 거점 만들기와 지역자주조직(소규모다기능자치)의 사례를 현장에서 보고 듣고 담아 왔습니다. 성과공유회는 지난 2022년 전국 15개 지역의 활동가들이 전국 각 지역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경험,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제도 개선, 정책 제안, 네트워킹 등을 하고자 결성한 단체입니다.

이번 연수에서 저는 통역 겸 회계를 담당하는 스태프로 참가해 10곳이 넘는 방문지와 공무원, 대학 교수, 연구원, 현장 활동가,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하루가 짧다 할 정도로 보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강행군을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연수였으나 사전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 것에 비하면 많은 것을 놓친 것 같습니다.

사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살지만 ‘지역 활동가’라고 하기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본어와 스태프 역할이 가능한 청년으로 참가한 저로서는 자칫하면 겉핥기식 정보 나열이나 남의 이야기를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될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이번 연수를 통해 보고 들으며 떠오른 짧은 단상 정도로 봐주길 바랍니다.

▲ 일본 전국농민연합회 회장 하세가와씨 집 앞에서

이번 연수 방문지에서 인상 깊은 것 중 하나가 인구 감소에 대한 행정과 주민, 지역자주조직의 반응입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대처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그 대처의 방향이 인구를 늘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 추세를 기본으로 받아들이고, 속도에 제동을 걸어 급격한 인구 감소를 완만하게 바꾸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야스기시 히다지구에서는 10년 전의 인구 예측보다 2024년 현재 주민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성과로 이야기했고 운난시 하타지구에서는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 주민이 행복하게 살도록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되 추세를 약화시키고 남아있는 주민들이 보다 편안히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한편 제가 느끼기에 한국에서는 아직 인구를 늘리는 게 주된 방향인 것 같습니다. 행정에서 사업과 정책을 평가하거나 성과를 다룰 때 몇 명이 해당 지역에 주소를 옮겼는지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혜택을 내세우며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번 연수 방문지에서 인구 감소 추세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활동하는 게 씁쓸한 반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본측 시마네대학 교수 등과 함께

여러 방문지를 다니며 늘어가는 고령자들의 생활 지원, 아이들이 없어 폐교하는 학교, 방치되는 농지 등 지역 구성원들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과제와 활동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뜬금없지만 한국에서의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방문지에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이 지역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흔적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적어도 내가 지역에서 살면서 그들은 쉽게 마주치는 사람들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농촌 지역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더 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동네 초등학교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제가 사는 집 근처에 세를 얻어 지내는 계절형노동자, 그리고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네팔에서 온 친구 등을 떠올리면 예전에 비해 지역에서 그들과 마주치는 공간과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그들은 어느 순간 지역 구성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 같습니다.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지역 과제도 달라지고 해결하기 위한 활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일본측 운난시 부시장 등과 함께

연수단의 단장을 맡은 황종규 교수(동양대 공공인재학부)는 연수를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 대다수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것을 어떻게 각자의 지역에서 실현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우리가 방문한 곳들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야스기시 히다지구에서는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비전을 정리하고 주식회사를 설립해 전체 주민 900여 명 중 1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해당 주식회사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의 대표성을 지닙니다. 물론 주민의 숫자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의 신뢰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주민자치의 움직임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도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지고 ‘홍동주민 원탁회의’를 개최해 15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싶은 홍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역 현안을 추려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민자치의 흐름 속에서 지역의 대표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번 연수에서 ‘활동 거점의 존재’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주민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거점이기 때문입니다. 행정으로부터 지역의 폐교된 학교와 유치원, 공민관을 수탁 받아 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비용 측면에서 안정적인 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행정이 수탁을 맡기면서도 크게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농업 환경이 비슷하고 고령화, 과소화하는 농촌 사회의 양상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지점에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농업, 농촌의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을 넘어 서로 학습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지역으로, 혹은 활동가와 활동가의 입장으로 나라를 넘어 서로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공유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공부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음을 새삼 느낍니다. 좋은 기회를 얻어 연수에 참가한 만큼 앞으로 ‘나의 목소리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일본어 구사와 농업, 농촌의 현장을 안다는 점을 활용해 연수단에서 만났던 지역 활동가들과 같은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연수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닙니다. 지난 8월 2일 옥천군에서 1박 2일 성과공유회의 일원이 다시 모여 연수 정리 및 평가회를 가졌습니다. 오는 11월에는 전국대회를 통해 연수보고서를 발간해 연수 내용을 공유 및 함께 학습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 [함께 읽기] 인구감소 대안, 일본의 농촌 RMO를 아시나요? / 임주환 변호사(희망제작소 전 소장)

글/사진: 구본경 마을학회일소공도 교류분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