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알못이지만 북캉스는 하고 싶어!

지적인 북캉스를 위한 책×시민 북토크 현장

무더위와 폭우로 집 밖이 무서운 요즘, 책과 함께하는 여름휴가는 어떨까요? 희망제작소가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지적인 북캉스를 위한 책×시민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이번 북토크에는 #초고령사회 #동물권 #로컬 등을 주제로 책을 쓴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해 독자들과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현장을 살짝 공개합니다.

초고령사회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사회로,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고, 그만큼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우리보다 10년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요?

▲ 김웅철 작가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매일경제신문사)의 김웅철 작가는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몇 가지 풍경을 전해줬습니다. “편의점 안에 노인복지상담창구가 있고, 경비회사가 가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러 지방정부들이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교통수단(디멘드교통)를 운영한다”는 겁니다.

특히 자신이 살던 곳에 살며 의료, 돌봄, 요양, 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도 일찌감치 소개돼, 한국형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요. 이처럼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사이, 문화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김웅철 작가는 은퇴한 고령자가 재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하고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일본에서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고 물건보다 경험(시간)을 사는 ‘뉴시니언’들의 활기찬 고령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동물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다른,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여기곤 하죠. 그런데 무엇이 특별한가요? 도구를 만들어 쓸 수 있다고요? 작살로 낚시하는 야생 오랑우탄 사진을 아직 못 보셨군요. 학습능력이 있고 문화를 전승하는 유일한 존재라고요? 브라질 라구나 마을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과 돌고래가 함께 물고기를 잡는데, 돌고래끼리 인간과 협업해 사냥하는 법을 공유하고 어미가 새끼에게 기술을 대물림해 전수합니다.

▲ 남종영 작가

환경논픽션 작가이자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소장인 남종영 작가는 7월 11일에 열린 <동물권력>(북트리거) 북토크에서 인간이 가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지나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크게 바뀐 계기로 “공장식 축산과 컨베이어벨트가 있는 도살장의 탄생”을 꼽았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이 마을 밖 대형축사로 옮겨져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에 의해 대량생산 대량소비 되는 값싼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죠.

나아가 근대법 체계는 자연인(사람)과 기업‧단체(법인)만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자연이나 동식물을 권리의 객체로 한정합니다.

남종영 작가는 “최근 들어 동물에게도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서식지에 대한 권리 등을 보장하는 ‘성원권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그간 훼손한 지구환경을 회복하고 ‘모두의 지구’를 향해 나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인류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주혜진 작가(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는 어느 날 SNS에서 대전이 ‘노잼도시’로 유명하다는 것과, 대전시민들이 여기에 ‘자학개그’로 동참하거나 방어력(대전의 유잼을 알려주마!)을 발동하며 재미와 슬픔을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혜진 작가

사회학박사답게 이 흥미로운 사회현상을 연구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텍스트 마이닝과 의미 연결망으로 본 ‘장소성’ 소비」(2022)라는 이 논문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끝에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혜진 작가는 대전을 ‘노잼도시’라 언급한 최초 유포자를 만났을 뿐 아니라 ‘대전=노잼도시’ 토픽이 어떻게 확산되어 폭발했으며 영향력 있는 담론이 됐는지 추적했습니다. 분석을 통해 노잼 아닌 ‘힙’하고 ‘핫’한 장소가 ‘사진’, ‘카페’, ‘디저트’, 무엇보다 ‘서울’과 관련 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주혜진 작가는 “지방도시가 서울을 모방하며 추격하지 않고 고유한 매력을 가진 유잼도시가 되려면, 사람들이 도시와 다양한 관계를 맺고 느끼고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우린 주체로 나서본 경험이, 소비할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본 경험이 너무 적었다. 주인이 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방해온 것은 아닐까.”

정리: 이미경 사회혁신부문 연구위원 / 사진: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