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정책브레인을 해부한다(6)]노동시장과 직업연구를 위한 연구소 IAB (Institut für Arbeitsmarkt und Beruf)

박명준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 / 독일 체류 중

[##_1C|1112570420.jpg|width=”650″ height=”192″ alt=”?”|IAB의 로고(왼쪽) IAB 건물 외관(오른쪽)_##]학술기관의 범주 중에 정부부처의 정책개발을 위해 별도로 부처산하에 설치해 두고 있는 연구기관들에 따로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를 보통 소관연구(레소어포르슝Ressortforschung)’라고 칭한다.

소관연구기관들은 현실연관적, 정책개발기여형 학술연구라는 측면에서 독립 학술연구형 싱크탱크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연구주제의 선정이나 연구결과의 이용에 있어서 정부의 과제와 지향에 훨씬 민감하게 연관되어 있고, 정부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쉽게 정부를 비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독일의 정부구조는 기본적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우리식으로 하면 광역자치단체)로 나뉘어지며, 후자가 갖는 자율성과 역량은 상당히 높다. 소관연구기관들 중에도 전자에 속한 기관과 후자에 속한 기관이 구분이 된다.

[##_1C|1144769388.jpg|width=”670″ height=”245″ alt=”?”|IAB 직원들 소개 사진(왼쪽), IAB의 연구조정실장 코흐 박사(오른쪽)_##]

이번 회에는 독일 연방정부부처 산하의 씽크탱크의 모습을 대변하면서, 역량있는 노동정책 연구의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IAB를 소개한다. IAB가 위치한 뉘른베르그는 전후 전범재판소가 열린 도시이고 최근에 지역혁신 클러스터 개발에 성공을 거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손가락 크기의 담백한 뉘른베르거 소세지로도 유명하며, 아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IAB의 건물은 외관상 60년대 정서가 느껴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양쪽 벽에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매우 생기발랄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경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듯했다.

이곳에서 만난 인물은 여성 노동경제학자이며 IAB의 연구조정실장인 코흐(Susanne Koch) 박사였다. IAB에 근무한지 10년 정도 된 중견 연구원이다. 인터뷰는 약 1시간 반 이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었다.

성격과 기반
IAB는 연방노동사회부(BMAS)의 감독을 받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방노동에이전시(BA: 구연방노동청) 산하에 속한 연구기관이다. ‘노동시장’이라고 하는, 한 사회의 생산과 분배의 핵심적인 장의 다양한 측면들을 탐구하며, 그 동향과 운영에 관련된 근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핵심 브레인이다.

1967년에 창립되어, 이제 40여년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한결같이 독일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다각적인 분석과 연구를 진행해 왔고, 그 역량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부와의 소통을 더욱 다각화하여 경쟁력있는 연구허브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데에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이곳의 제도적인 존립기반은 독일의 노동법과 사회법이다. 설립 무렵에는 당시 입안되었던 ‘고용촉진법’에 근거하였다. 이후 실업보험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사회법(SGB III)’이 제정되어, 고용촉진법의 법률적 기반을 인수하면서 IAB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가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 새로이 ?제2사회법(SGB II)’이 개정되면서, IAB에 또 다른 역할을 부여하였다. 그 결과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개혁정책의 영향을 연구, 분석하는 작업까지 자신의 역할에 포함되게 되었다.

IAB는 자신이 소속된 기관 BA와 그것을 주로 관장하는 BMAS를 위하여 기본 데이터들과 분석결과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 정책제안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싱크탱크로서 IAB의 1차 고객은 이 두 기관이다.

연구주제는 노동부장관의 동의하에 결정되어야 한다. 독일내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존재하지만, IAB만이 법률상 국가의 정책마련을 위하여 공식적으로 지정된 기관이기 때문에, 이곳의 고유한 임무는 IAB에 의해 배타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재정은 절대적으로 정부에 의존한다. 연간 8백만 유로 (한화로 약 100억원 가량)를 정부로부터 지급받는다. 이곳이 정부로부터 거액을 지급받는 근거는 위에서 언급한 법률들이다. 직원들의 급료지불은 SGB II를 명목으로 해서 받는 금액이 전체의 5분의 1, SGB III를 명목으로 해서 받는 금액이 약 5분의 4 가량 된다.

전체 재정가운데 약 10% 가량만이 외부 프로젝트 등을 명목으로 해서 제공받는 액수이다. 이는 EU프로젝트와 정부내 다른 부처가 발주한 프로젝트 등이다. [##_1R|1107602210.jpg|width=”300″ height=”207″ alt=”?”|IAB 건물 뒷편에 서 있는 BA본부 건물의 모습_##]조직

전체 인력 규모는 약 260명 가량에 이른다. 그 가운데 연구직은 약 150명이며, 대부분 경제학과 사회학적인 배경에 있다. 박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64명 가량이다. 연구진의 성비는 남성이 다소 우위에 있지만, 대체로 절반씩 대칭을 이루고 있는 편이다.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좀 더 체계화시켜서 논문발표량을 비롯한 학문적 능력과 나아가 인성적 능력과 정책자문능력까지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발한다. 정규직 연구원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학문적 역량과 정책자문역량 모두를 고루 겸비하는 것이 이상적인 경우이다.

순수한 학술적 지향과 정책자문 및 개발에의 지향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연구와 자문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연구파트를 중심으로 조직이 짜여져 있구요, 모든 연구자들은 다 자문관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연구부서는 크게 6개 단위로 구분이 된다. 이는 노동촉진부, 지역 및 국제노동시장 연구부, 거시경제적인 노동시장 연구부, 기업과 고용 연구부, 삶의 기회와 사회적 불평등 연구부, 그리고 방법론 연구와 데이터 관리부 등이다.

각 부서 별로 내부에 주요 연구주제와 관련한 연구그룹들이 형성되어 있다. 각 연구그룹들에는 6내지 8명 가량의 연구자들과 2-3명 가량의 행정 및 서비스 인력이 결합되어 있고, 1인의 리더가 선임된다.

독일에서는 각 주별로, 도시별로 BA의 사무소가 설치되어 실업자들에 대해서 관리를 하고 실업수당도 지불하고 있고, BA는 독일 전역에 10개의 ‘지역 지도부(Direktion)’를 두고 있다. BA에 속해 있으면서 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유로 인하여, IAB는 다른 싱크탱크와 달리 조직상의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다. BA의 각 지역 지도부에 4명씩의 IAB직원들을 파견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근무시간의 약 15%를 해당지역 BA의 활동을 위한 정책자문에 할애한다. 연방정부 산하의 연구조직체임에도, 지역노동시장으로 밀착해 들어가, 해당지역의 특성을 긴밀히 파악하고, 그 모습을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분석과 정책제안을 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연구활동

연구의 주된 내용은 대체로 노동시장의 변화와 작동이 노동자 개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지에 관심을 두고 정책적 함의를 찾는 작업이다. 거시적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전망하면서 인구학적인 변화양상에 주목을 하며, 분배정책상 대두되는 쟁점들에 해답을 찾으려는 관심이 주를 이룬다.

노동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크게 10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서 수행하며, 해당영역내에 여러개의 프로젝트들을 발주하여 운영한다. 프로젝트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몇 개월 내로 한 사람이 실행하고 완료할 수 있는 성격의 것에서부터 일련의 연구자들이 약 5-6년간 진행하기로 되어 있는 것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10개의 영역은 각각 노동시장과 사회정책; 국제비교와 유럽통합; 경제성장, 인구변동과 노동시장; 경기변동, 노동시간과 노동시장; 지역노동시장; 기업과 고용; 교육훈련과 고용 및 생애사 등 7가지에 사회보장법 SGBII의 영향에 대해서 탐구하는 3가지 영역 ? 사회보장과 노동시장 참여, 성과의 효과와 효율, 저임금부문의 구조와 운동 ? 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율성

연구주제는 기본적으로 연구단위들이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상층에서는 동기부여 정도만 제공한다. 물론 최종 승인과 결정은 소장과 부소장이 내린다. 2주에 한차례씩 약 25명의 연구단위별 리더들이 모여서 연구주제의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이는 ‘관리회의’라고 명명되며 이 자리에서 연구주제가 결정이 되고, 어떤 재원을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며, 연구진들의 역량유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노동사회부 산하의 소관연구기관으로 부처가 필요한 연구주제를 선정해서 수행을 요구할 여지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IAB의 연구 일체에 대해 정부가 ‘이걸하라, 저걸하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IAB가 자율적으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이를 노동부가 승인하는 형식이 지배적이다.

“저희는 스스로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추진합니다. 정부의 돈에 의해 활동기반이 마련되지만, 독립적인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그간 적절하게 잘 기능해 왔습니다. 정부가 독립적인 연구기관을 갖는 것은 정부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외부로부터 소속기관의 자율성과 역량이 인정받는 일은 정부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곳이 속한 BA는 노사 이익단체 양자간 협력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IAB는 BMAS 뿐 아니라 BA로부터 자율적이다. 연구결과가 노동조합이든 사용자단체든 특정 이익단체에 불리한 내용을 지닌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효과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연구 컨셉의 설정이나 연구결과의 성향 모두에서 특정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서랍속으로 폐기처분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협력과 간행

연구는 융합과 협력을 통하여 발생하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므로, 외부의 연구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IAB가 수집하고 있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도 가급적 개방하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외부의 연구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원칙적으로 외부인도 무료로 IAB의 데이터들을 이용할 수 있다.

주변의 주요 대학들과도 일종의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연구자들의 교류를 정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얼랑엔-뉘른베르그 대학과 밤베르그(Bamberg) 대학이 협력의 파트너이다. IAB의 연구진들이 이들 대학에서 수업(세미나)을 개최하면, 이 기회를 통해 해당 대학생들은 연구소의 세계와 접할 수 있게 된다. 교수자격을 취득한 연구진들의 경우, 대학에서 행해지는 각종 시험들의 시험관으로서 조금 더 깊이 있게 대학운영에 참여하기도 한다.

자체적인 출판활동과 더불어 외부의 출판자들을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전략 모두를 택하고 있다. 일반공론장을 위한 것으로는 뉴스레터와 보도자료 그리고 연례보고서 등 주로 소식을 담은 간행물들이 있다.

전문공론장을 위한 서비스로 대표적인 것은 연간 30회 가량 발간되는 ‘IAB간결통신(IAB Kurzbericht)’이다. 비학술 영역의 집단들과 주요 정책관계자들을 목표로 하며, 매우 광범위하게 배포되고 있다. 그 밖에도 이나 등도 전문 공론장을 겨냥한 연구소의 간행물들이 있다.

최근에는 전문학술지 <노동시장연구저널 (ZFA)>를 창간하여 발간하고 있다.

[##_1L|1276773847.jpg|width=”300″ height=”233″ alt=”?”|IAB 도서관 내부의 간행물 게시대 _##]후기

IAB의 모습을 보면서, 노동시장 탐구를 위한 데이터의 질과 더불어 그에 뒤따르는 분석의 수준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독일의 국가가 ‘챙기는’ 노동시장정책의 질에 대해서 학습해 가는 쪽에 촛점을 두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IAB가 현장에서의 경험연구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BA의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시장의 연구에 ‘지역’이라고 하는 관점을 별도로 또 강하게 불어넣고 있으며, 이를 연구활동에도 반영할 뿐 아니라 지역차원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자문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나,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포함한 많은 현장의 모습들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점이 그 예다. 무엇보다도 정부산하의 소관연구기관임에도 연구활동의 자율성에 대한 강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고 그것을 계속해서 신장시키려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국책연구소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고 생각된다.

[연재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2. 쾰른의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MPIfG
3. 뮌헨의 ‘경제를 위한 연구소 IfO’
4. 포츠담의 ‘기후영향연구소PIK’
5. 프랑크푸르트의 ‘헤센 평화와 갈등 연구 재단(HSFK)’
6. 뉘른베르그의 ‘노동시장과 직업연구를 위한 연구소IAB’
7. 도르트문트의 ‘도시와 공간정책 연구소ILS-NRW’
8. 본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FES’
9. 베를린의 ‘콘라트 아데나워재단 KAS’
10. 베를린의 ‘하인리히 뵐 재단 Boell’
11. 귀터스로의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Stiftung)’
12. 슈트트가르트의 ‘로베르트 보쉬 재단(Robert Bosch Stiftung)’
13. 뒤셀도르프의 ‘경제사회연구소(WSI)’
14.‘쾰른 경제연구소 (IW Köln)’
15. 베를린의 ‘베를린폴리스(Berlinpolis)
16. 베를린의 ‘위드(WEED)’

[기획연재] 독일의 정책브레인을 해부하다 는 매 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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