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바라본 농업의 비전

[##_1C|1068469941.jpg|width=”500″ height=”400″ alt=”?”|희망제작소에서 강연중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_##]

지난 6월19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는 ‘비농업인이 바라보는 한국농업 농촌의 미래’ 기획강좌가 있었다. 이번 강연에는 23대 서울대 총장을 지냈던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초청되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청중들이 희망모울 강연장을 메웠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강좌 도입부에 정운찬 교수를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며 대표적인 경제학자’라고 소개하면서, 혼란스러운 경제상황과 농업현실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운찬 교수는 자신이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청중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개발의 시대, 밀려난 ‘중농’정책

이 날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논문을 참고하여, 이전의 농업정책들을 비판하였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정책의 일관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명분만은 ‘중농’을 취했습니다. 농업은 보호되어야 하고, 농산물의 수입은 제한해야 한다는 의식이 도전받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천달러가 넘어가는 70년대 후반부터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는데, 외국에 공산품을 많이 팔고, 그 식량을 수입해서 쓰면 된다는 생각이 주류가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선진국의 예를 들어 미국, 호주를 빼면 자급하는 국가가 없으니, 한국도 농산물을 수입하면 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서 더이상 농업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수입 자유화를 촉진해야한다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정책, 경제정책이 결국에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보다 식량 자급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교우위가 극단으로 가게 되면, 한국은 공산품만 만들고, 농산품은 수입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정책은 국제정치가 변화함에 따라서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산물의 자급도를 높이는 정책은 아주 중요합니다”

국제경제시대라지만 너무 빠른 개방은 우려

정운찬 교수는 자유무역, 개방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사상, 지식, 예술, 친절, 여행 이런 것들은 그 성격상 국제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물자는 적절히 그리고 심한 불편함 없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국산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은 그 나라 것이어야 한다. (중략) 그것은 송두리째 뿌리를 뽑는 식이 될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나무를 다른 방향으로 자라도록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1933년 7월 15일 Nes Stateman에 발표한 케인즈의 논문)’ 는 케인즈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이것이 70여 년 전의 논문임에도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혼란을 극소화시키면서 서서히 경제, 정치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경제시대에 우리나라 역시 말할 나위도 없이 수출에 힘써야 하고, 비교우위도 찾아야 하지만, 이것을 극단적으로 찾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느 나라치고, 극단적인 분업, 비교우위를 추구했던 나라는 없다면서, 앞으로 국제경제에서는 각국이 자국을 위한 산업보호정책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 국제경제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습니다. 선진국의 경기전망은 계속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에 직면한 시대에 경제정책에는 신축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경직 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위험 부담’ 보다는 ‘위험 회피’가 되어야 합니다”

농업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시각이 ‘변화’를 맞아야할 때

정운찬 교수는 현재의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하면서, 우선 농업농촌의 실질적인 업무부분에서 효율성 증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양질의 품종 개발, 생산방식에서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돈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업의 범위를 확대시켜 1차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농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농업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야 합니다. 가공, 유통, 교육, 행정, 연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농업인으로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농업에서 대졸자와 같은 고급인력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농업을 정체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새로운 연구 인력들이 기술개발과 종자개발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국제 협력에서의 이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과 관련된 인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있어야 하겠지요”

끝으로 그는 낙후된 농촌의 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교육환경 과 의료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날 질의응답시간에는 현 세태를 반영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 ‘자유무역’에 대한 정 교수의 개인적인 의견,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자유무역, 개방에 대해 너무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입장을 지양해야한다면서, 잃을 것과 얻는 것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너무 급하게 개방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면서, ‘개방’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을 강조했다. 이 날 정 교수의 답변에는 ‘교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로서의 면모와, 동시에 농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진단하고 대안을 꿈꿔보는 희망제작소 농촌기획강좌는 향후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농업과 농촌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참여로 더욱 활발한 강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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