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을 위한 ‘커뮤니티 디자이너’들의 공작소

우리나라 1인가구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1인가구 정책을 수립하고 1인가구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지방정부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 정책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의 1인가구지원센터에 가봤습니다.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는 성동구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 한가운데 있습니다. 센터가 있는 마장동과 길 건너 사근동은 한양대와 한양여대가 있어 청년 1인가구가 많고, 센터 옆 용답동과 왕십리도선동은 중장년 1인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성동구의 1인가구 비중은 전체가구의 43.8%(2023년 5월 기준)나 됩니다.

증가세도 가파른데, 특히 2015년부터 2021년까지 5년새 27%p 넘게 뛰었습니다. 성동구에 이처럼 1인가구가 많은 것은 성동구에 이처럼 1인가구가 많은 것은 대학 인근에 원룸촌이 형성돼 있고 수제화와 금속 등의 제조업 공장 밀집지역과 마장동 축산시장 인근에 1인가구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데다, 성수동에 청년 창업가와 사회초년생들이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홈페이지(sd1in.net)

김요한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이하 센터) 센터장은 “우리사회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핵개인의 시대’를 맞이했다”면서 “1인가구는 우리시대 보편적 삶의 형태이자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1인가구는 결코 문제적 집단이 아니며, 1인가구 증가가 곧 사회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 김요한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센터장

문제는 외로움과 고립입니다. 김요한 센터장은 ‘2022년 보건복지부 고독사 실태조사’를 근거로 “고독사 사망자 수가 계속 늘고, 고독사 중 취약계층발적·비자발적)와 주거·경제적 상황(안정·불안정)에 따라 1인가구를 크게 4개 그룹으로 나눕니다.

센터가 주목하는 건 ①자발적 1인가구지만 소득과 주거가 불안정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는 그룹과 ②경제적으로는 안정됐으나 이혼, 사별 등으로 뜻하지 않게 1인가구가 되어 고립되기 쉬운 그룹입니다. 반면 ③자발적이고 안정된 그룹은 센터가 아니라도 성동구의 다양한 청년·문화·예술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④비자발적이고 불안정한 그룹은 센터가 아니라 사회복지기관의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합니다.

김요한 센터장은 “특히 50대와 60대 남성 1인가구가 고립에 취약하다”면서 “이분들은 센터에 자발적으로 오지 않기 때문에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찾아낼까요?

성동구가 센터에 개인정보를 제공해선 안 되니 1인가구들의 주소를 알 길이 없습니다. 김요한 센터장은 성동구 측에 1인가구 거주지를 지도의 ‘점’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점이 빽빽한 곳들을 골목골목 찾아다니며 1인가구를 만나고 초대합니다. 1인가구가 사는 듯한데 인기척이 없으면 문고리에 초대장을 걸어둡니다. “여럿이서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가볍게 걸으며 대화하는 모임에 초대합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당’에 참여하고 ‘장’에 모입니다. ‘당(성동당당)’은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작은 모임입니다. 우쿠렐레나 칼림바 같은 작은 악기를 함께 배우고, 조향클래스에 참여해 작은 공간을 나만의 향기로 채우기도 하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생활소품도 만듭니다.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우쿠렐레 강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들

‘장(초대장)’은 커뮤니티 활동마당입니다. ‘타장’에선 자전거를 배웁니다. 자전거는 의외로 성인이 되면 배우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1인가구는 가르쳐줄 사람이 마땅치 않지요. 타장에 처음 오면 자전거 기초교육을 받고 뚝섬공원에서 서울숲까지 함께 달립니다. 이 ‘왕초보 라이딩’을 이수하면 동아리 규모로 나뉘어 한강변을 따라 ‘세이프 라이딩’을 떠납니다. 홀로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함께 달리는 즐거움이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사계절김장하장’은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모임입니다. 석 달에 한 번쯤 모여 김치를 담그며 보쌈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놀러가장’은 성동구 마을자치센터와 손잡고 진행하는 성동구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마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정이 듬뿍 들게 만들어 줍니다.

▲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의 공유주방

셋이 모이면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함께하는 ‘아무거나하장’을 할 수 있습니다. ‘성동당당’에서 악기를 함께 배운 사람들끼리 자주 모여 연주하고 싶으면 ‘연주하장’ 같은 걸 만드는 거죠. 실제로 뱅쇼와 전통주, 칵테일 만들기 교실이었던 ‘함께마시당’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장’으로 진화했습니다.

센터의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은 ‘다이닝’보다 ‘소셜’에 무게를 둡니다. 김요한 센터장이 요리 선생님입니다. “레시피는 유튜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에, 함께 장 보고, 재료 손질하고, 시행착오 겪어가며 왁자지껄 밥해 먹는 과정을 즐기는” 겁니다.

프로그램은 무료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센터 홈페이지(sd1in.net)로 회원가입을 한 후 ‘나 자신을 위한 건강미션’, ‘지구를 위한 친환경실천행동’ 같은 미션을 달성하면 ‘씽글벙글 포인트’를 줍니다. 적립된 포인트는 센터 프로그램과 행사 참가비로 쓰고, 친환경마켓 ‘그린하장’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플로깅하는 모습

2022년 7월에 문을 센터의 회원 수는 현재 1500여 명, 30대 후반이 70%에 달하고 여성이 3배쯤 많습니다. 김요한 센터장은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노인1인가구를 위해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와 손잡고 가벼운 치매증상이 있는 독거노인을 방문해 인지교육을 진행하고, 발달장애청년 1인가구와 중장년 1인가구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을 기획했습니다.

고립위기에 놓인 중장년 남성 1인가구의 취향을 저격할 목공 클래스도 신설했습니다. 센터의 문턱을 낮춰 더 폭넓고 다양한 1인가구가 찾아오게 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평일엔 밤 9시까지 운영하고, 토요일에도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어려움은 없을까요? 센터에는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데 익숙치 않은 이들이 찾아옵니다. 센터 직원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돕고 응원할 뿐 실제로 관계를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건 회원들 몫입니다. 그러다 만약 갈등이 생긴다면? 아직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관계에 서툰 사람들의 만남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김요한 센터장이 천천히 차근차근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요한 센터장이 지면을 빌려 “혼자서 잘살게 도와주면 저출생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믿는 분들”과 “센터는 데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답니다.

“자신의 건강이나 감정이나 관계를 스스로 잘 돌볼 수 있는 사람들, 타인과 건강한 관계맺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야 함께 잘살 수 있습니다. 저희 센터는 몸과 마음, 사회적 관계가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와 직원들은 스스로를 ‘커뮤니티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글 이미경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 사진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