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지혜로운학교 – U3A서울> (이하 지혜로운학교)는 희망제작소 은퇴자 교육 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영국의 U3A 정신을 바탕으로 2011년 6월에 열린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학교’라는 모토 아래, 순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고 누구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낯설고 흥미로운 학교를 8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지혜로운학교에서 책 읽기 수업을 시작할 때가 꼭 그랬다. ‘어른들의 독서 모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몰랐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 희망제작소 간판을 보았다. 내 희망도 저곳을 통하면 제작될까?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지혜로운학교 강사모집 공고가 떴다. 그렇게 시작된 강의가 ‘말하는 책 읽기’였다. 

시작 전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누가 책을 읽겠다고 할까. 내가 선정한 책을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다양한 계층이 모일 텐데 그들의 욕구를 어떻게 조율하지? 책의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언제쯤 말을 끊지? 고민이 참 많았다. 내가 괜한 일을 벌여서 사서 고생하는구나. 마감날 무렵에야 ‘5명 이하로 신청하면 신의 계시로 알고 폐강해야지’라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역시 신은 내말을 들었나보다. 딱 5명이 신청했단다. 첫 수업에는 모두 출석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는 사람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가 좋은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책과 올바른 독서법을 소개하는 내용의 도서를 골랐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니 깊이 공감하는 듯하다. 매주 하나의 챕터를 읽고 토론하기로 했다.
 
결심과 실행 사이에는 언제나 약간의 착오가 있는 법이다. 매주 한 번, 평일 저녁의 수업은 수강생에게도 내게도 무리가 있었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났다. 허겁지겁 참석하지만 책을 읽지 못하기도, 다른 일정과 겹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소수여서 좋은 점도 있었다. 내면의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었다고 할까. 자기 독서법의 문제점을 풀어놓거나, 자신만의 독서 활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첫 학기가 끝나고 보라색 등꽃 아래에서 한 책거리는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사서 고생한다 싶었는데, 지혜로운학교 강사 신청을 또 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는 한 달에 한 권으로 좀 느긋하게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조급해서 강좌의 제목에 고심했다. ‘결정적인 책, 격정적인 책 읽기’였다. 좀 유치한 건 아닐까 후회되기도 했는데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강좌명이 명쾌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반응이라니. 세 번째 학기로 들어서며 자리를 잡는 듯하다. 우선 구성원이 다양하다. 남녀노소를 다 갖추었다고 할까? 완벽한 조합이니 이제 좋은 책 선정의 의무만 다하면 된다. 나머지는 머뭇거리며 발을 들여놓았던 수강생과 함께 만들어 가면 되니까 말이다.

”사용자

지혜로운학교의 회원 행사인 ‘달빛산책’ 기획도 참 무모한 도전이었다. 카페에 글만 올리려했는데 어쩌다 끝까지(?) 책임을 지게 되었으니. 내 강좌에서 선택한 책의 내용과 관련 있어서 의견을 내놓았다 덤터기를 쓴 것이다. 지혜로운학교의 개강파티는 아직 낯설어서 머뭇거리고,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보면 어느새 끝나버려서, 다른 강좌 회원들과 소통할 기회가 드물었다. 배움도 소중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얻는 즐거움만 한 게 있을까. ‘달빛산책’은 회원들에게 봄밤의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서 만든 행사였다.
 
언제나 그렇듯, 무슨 일을 모의하고 나면 두려움이 몰려든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있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니까. 당일 참가자 명단을 받으면서도 조마조마했다. 당일 강의를 접고 오신 교장선생님. 알프스에라도 오르는 듯 완벽한 복장으로 오신 선생님, 희망제작소의 연구원님들, 반가운 얼굴들이 스무 명이나 모였다. 언제나 모임을 풍성하게 만드는 어떤 선생님은 ‘달빛산책’ 길이 심심하지 않게 대화거리를 장만해 오셨다. 두 시간 남짓 긴 줄을 만들며 북악 스카이웨이 길을 걸었다. 줄의 길이만큼, 긴 얘기를 가슴에 새기며.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도 헤어지지 못해 정릉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말은 언뜻 무책임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지혜로운학교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용기를 준다. 일은 시작해 봐야 한다. 성공이나 실패는 그 다음 몫이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곳 아닌가? 학생으로 발을 들여서 힘을 기르고 내처 자신의 장점을 살려 보는 것이다. 여기 학생들은 이런 강사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내 책읽기 강좌가 그랬고, 또한 ‘달빛산책’은 분에 넘치는 박수를 받았다. 무식하지만 부담 없이 덤벼 보실 분? 지혜로운학교는 언제나 도전을 환영한다.   

글_하영남 (지혜로운 학교 ‘결정적인 책, 격정적인 책 읽기’ 강사)     


‘내가 과연 강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혜로운학교에서 자유로운 데일리 드로잉 강좌를 맡고 있다. 똑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님께서 ‘수원시 평생학습관 2013 심포지엄-시민이 만드는 일상의 학습, 교육의 경계를 허물다’에서 사례발표를 한다고 하셔서 친구들과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지혜로운학교의 사례를 듣게 되었다.

사례를 들으면서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며 우선 신청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지혜로운학교에서 선뜻 기다리던 강좌라고 강좌 개설을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용자

대학생인 내가 정말 말 그대로 누구나 선생님이 되어서 강좌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것에 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좋은 점은 강좌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팀원(난 우리 강좌의 참여자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들끼리 시간을 조정해서 요일이나 날짜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데 이런 점이 지위나 나이, 직책을 떠나서 모두가 편하게 조금 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자유로운 데일리 드로잉 수업은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여부에 관계없이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여 나는 첫날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하고는 강사  노릇(?)을 한 적이 없다. 나는 그저 거들 뿐이다. 팀원들끼리 서로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돈을 내고 무언가를 배워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친밀감을 쌓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지혜로운학교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운영진, 강사,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점을 배우고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지혜로운학교의 다음 학기 여정이 더 기대된다.

글_허수진 (지혜로운 학교 ‘자유로운 데일리 드로잉 수업’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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