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편집자 주 /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재팬 파운데이션(japan foundation) 주최로 아시아 7개국 7인의 공공리더를 초청하는 ‘2008 아시아 리더십 펠로우 프로그램’의 한국인 대상자로 선발되었다. 그는 앞으로 9월부터 약 2개월 동안 ‘다양성 속의 일치’를 주제로 일본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일본리포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구 및 현장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2008년 9월 7일(일) 맑음, 도쿄 갑자기 천둥 번개


10년 만의 외출 – 기자에서 소셜 디자이너로


참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특히 일본에 와서 일기를 쓰는 것은 지난 1997년 9월 LG상남언론재단에서 도쿄 환경단체인 AMR(Amenity Meeting Room: 우리말로 치면 ‘어메니티사랑방’)에 1년간 연수를 왔을 때 이후론 처음이다.

이번에 다시 일본에 와서 2개월 정도 머물면서 아시아의 사회적 리더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나에겐 큰 행운이다. 지난 97년 언론재단 연수로 그 뒤 10년을 만들어갔다면 이번 2008년 ALFP(아시아 리더십 펠로우 프로그램)을 계기로 향후 10년의 비전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 동안 나의 직업은 97년 국제신문 기자에서 10년이 지난 지난해 4월부터는 ‘소셜 디자이너’로 바뀌었다. 이번 연수는 일본의 (재)국제문화회관(International House of Japan)과 ‘국제교류재단(Japan Foundation)’ 공동 주최로 아시아 7개국 7인의 공공 리더를 초청하는 ‘ALFP2008’의 한국인 대상자로 선발돼 9월 7일부터 오는 11월 12일까지 약 2개월간 도쿄 롯폰기에 있는 국제문화회관에 머물면서 ‘아시아의 비전: 다양성 속의 일치’를 주제로 연구 토론 활동을 펴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일본어가 주된 언어였다면 이번 연수는 영어가 메인랭귀지이다.
아시아 리더십 펠로우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지난 199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 리더십 펠로우 프로그램은 한국에선 지금 한겨레 신문 부국장인 조홍섭 환경전문기자가 첫 테이프를 끊었고, 그 뒤 2000년에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셨던 박원순 변호사님이, 그리고 그 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 그리고 2년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 등 모두 5명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필리핀 자유변호사동맹 회장인 조세 루이스 마틴 개스콘 변호사, 중국 상하이희극학원 교수 겸 연출가인 구이안 씨, 인도 하이드라버드 정치학과 조치마야 샤르마 교수, 태국 방콕 포스트 오피니언란 편집자 아티야 아차쿠비슈트 기자, 일본 류코쿠대학의 이수임 교수 등 6명이 참여한다.

이러한 내용은 일본 국제문화회관 홈페이지(http://www.i-house.or.jp/en/ProgramActivities/alfp/profile/2008.htm)에 일본어와 영어로 잘 소개되어 있다.

9월 7일 낮 12시5분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JL 960편에 몸을 실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출발이 30분 정도 지연돼 좀 걱정이 됐는데 그래도 나리타공항에 잘 도착했다. 물론 20분 정도 연착했지만. 오는 도중 하늘의 구름을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내리기 전에 나리타 인근 논밭에 비친 비행기 그림자를 카메라로 잡았다. 입국심사 짐 찾고 나오니 거의 3시가 다 됐다. 출구로 나오는데 AMR 다카하시 가츠히코 사무국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다카하시 사무국장. 참으로 맏형 같고, 아제 같은 분이다. 나보다 아홉 살이 많지만 아직도 총각이다. 언뜻 근황을 물었는데 지난 2월 도쿄도 고가네이시 공무원을 그만 두었단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의 과장급인데 승진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래서 아마 이제 제2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그만 둔 것 같았다. 내게 건네준 명함이 AMR사무국장 외에 ‘전국수환경맵실행위원회 사무국 대표/동아시아 어메니티환경컨설턴트’라는 게 더 붙어 있었다.

나리타공항에서 교세이선 전철을 타고 약 40분 걸려 우에노역까지 왔다. 차비는 1천 엔. 그리고 한참 걸어 히비야선으로 갈아타고 해서 또 40분 정도 걸려 롯폰기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하철을 나서는데 바깥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맑은 날에 천둥 번개다. 이상하다. 요즘 날씨.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문제 때문인지 마치 동남아의 스콜처럼 도쿄도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어렵사리 택시를 타고 걸어서 10분이면 될 길을 에둘러 20분 걸려 갔다. 택시비는 1천엔.


연구 주제를 고민하며


나리타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오면서 다카하시 국장과는 이런 얘기를 나눴다. 다카하시 국장이 내게 여러 정보를 알려준다. 지난 8월 22일 AMR이 주최한 교토쿠야조관찰에서 행한 세미나에서 ‘변모하는 동아시아의 도시환경: 중국 한국의 물 환경 최전선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단다. 1페이지짜리 자료를 건네주었다.

내용은 크게 동아시아 4개국의 기초데이터 비교, 중국 주요 20개 도시의 강수량 비교, 중국에 있어 몬순, 중국의 물 문제(문제점: 남수북조 南水北調, 샨사댐), 한국의 물문제(문제점: 한반도 대운하계획), 중국 항조우의 물 환경(서호, 북경항조우 대운하, 서계습지공원), 한국 서울의 물 환경(청계천, 경복궁), 한국 부산의 물 환경(온천천, 낙동강), 결론으로 돼 있었다.

그리고 오는 2010년이 나라에 도읍이 선지 1300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이를 한국과 중국의 박물관 관련 학자들이 모여 국제 역사회의를 한번 하면 지금의 독도 문제와 달리 보다 나은 국제교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했다.

내가 이번 기간 중에 책을 쓸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 하자 이런 조언을 해 줬다. 우선 ‘일본의 생태기행’의 경우나 ‘일본 기업의 환경경영’ 모두 사례보다는 우선 총론, 전체적 개괄을 통해 전개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게이단렌(우리나라로 치면 전경련)이나 지구환경기금, 도요타재단, 국립공원협회, 일본자연보호협회 등 큰 단체나 기관에 취재 내용을 의뢰해 자료를 확보하고 이들의 협조 하에 직접 취재를 하면 좋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총론의 바탕 위에 각론을 채워가라는 것이었다.

도요타재단이 나고야에서 전개하고 있는 ‘도요타숲’을 가보고 그리고 특히 이와테현의 기타카미(北上)지역이 술로 지역을 활성화시킨 좋은 사례로 이곳에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보기 드문 지역이라며 꼭 한번 가서 취재해보라고 권했다. 또한 화성시의 동탄신도시 프로젝트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러한 신도시를 건설할 때 단일 세대 중심의 획일적인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조부모와 손자세대 등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사는 곳으로 만드는 플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교류회관에 드디어 도착하니 오후 5시30분 정도. 깃카와 준꼬 일본희망제작소 사무국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일부러 나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내일은 하야시 이사장님, 강내영씨, 그리고 AMR의 사카이 겐이치 회장님을 리셉션에서 만나게 된다. 국제교류회관 동관 323호에 일단 짐을 풀었다. 바로 앞의 방에 네팔에서 온 펠로우가 반갑게 인사한다.


김해창 부소장, 다카하시 국장, 깃카와 국장 (왼쪽부터)



도쿄에서의 첫날, 이제 시작이다


다시 호텔 로비에 내려와 다카하시 국장, 깃카와 국장, 나 이렇게 셋이서 미팅을 했다. 두사람은 구면이다. 앞으로 체제 기간 중 다카하시 국장은 18일부터 22일까지 부산에 다녀오시고, 그 비슷한 기간에 깃카와 국장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회의 관계로 서울로 들어갔다 온다고 한다. 나도 국제문화회관의 일정이 너무 빠듯해 어떻게 하면 일본희망제작소와 AMR과 좋은 만남을 가지면 좋을까 함께 고민했다. 일단 9월 29일쯤에 일본희망제작소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고, AMR과는 10월 3일 월례회에 참석하는 정도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인근 식당에 갔다. ‘아마타로(甘太郞)’. 식당이라기보다는 술집(이자카야)에 가깝다. 간단한 피자 같은 것, 일본 참치회, 돼지 무우 찐 것, 계란말이 등과 맥주, 칵테일을 시켜 먹었다. 다카하시 국장은 내년에 이스탄불에서 열릴 ‘제5회 세계 물 포럼’에 대해 얘기를 했다. 희망제작소가 ‘Idea changes the World!’를 캐치프레이즈로 한다면 세계 물 포럼의 캐치 프레이즈는 ‘Water changes the World!’라는 것이다. 이 물 포럼은 4년 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데 지난번엔 멕시코에서, 그에 앞서 교토에서 행했다는 것이다.

첫날 리포트가 좀 길어졌다. 정말 피곤했는지 침대에 누우니 눈썹이 무겁다. 좀 누웠다가 인터넷 랜 연결한 뒤 아내에게 국제전화를 간단히 하고, 다시 올라와서 짐 정리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 박원순 변호사님이 늘 그러하듯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하루 밀려 결코 정리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배운 터이다. 이제 일본 리포트는 시작이다. 내일(8일)부터는 본격적인 연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랜만에 느끼는 도쿄의 하룻밤. 시간은 새벽 2시로 향하고 있다. Let’s call it a day! 감사.

[김해창의 일본 리포트 바로가기]

두 번째 이야기- 국제문화회관, 도서실부터 접수하다
세 번째 이야기(1) -‘일곱 빛깔 무지개’ 아시아 친구들
세 번째 이야기(2) – 환영 리셉션, 소박하지만 알차게
네 번째 이야기 – 일본 교수가 보는 ‘침몰하는 일본’
다섯 번째 이야기-‘서던 아일랜드’-오키나와, 필리핀 기지문제 다룬 연극을 보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일본 따오기 27년 만에 자연 품으로